박 상무, 주총서 박찬구 회장에 완패고액배당 전략불구 주주제안 전부 부결유력하던 박 상무 사내이사 선임도 불발지분 추가 매입·· 임시주총 등 장기화 관측
박 회장은 예상보다 수월하게 경영권을 방어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박 상무가 추가 지분 매입 등으로 장기전을 시사한 만큼, 재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망이다.
금호석화는 26일 서울시 중구 시그니쳐타워스 동관 4층 대강당에서 제44기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당초 오전 9시 개최 예정이었지만, 박 회장 측과 박 상무 측 의결권 위임장 검표 과정이 지연되면서 2시간 40분 가량 늦어진 오전 11시40분께 시작됐다.
이날 주총에는 지난해 말(12월31일) 기준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2487만5163주 중 위임장에 의한 대리출석을 포함해 1995만5885주가 참석했다. 참석률 80.2%로 의결정족수를 충족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박 회장과 박 상무 측 안건에 대해 엇갈리는 권고안을 내놓은 만큼, 결과를 쉽게 예단하지 못했다. 다만 박 회장 측이 이사회 구성에 있어 유리한 결과를 낼 것이라고 봤다. 또 박 상무 본인의 이사회 합류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박 상무의 일방적인 패배였다. 박 회장은 모든 안건에서 60%가 넘는 찬성률을 이끌어냈다. 반면 박 상무는 자신의 사내이사 선임안(52.7%)를 제외한 나머지 안건에서 30%대 안팎의 찬성표를 받는데 그쳤다. 주주제안 통과율은 0%라는 수모를 겪었다.
박 상무가 이번 주총에서 졌지만, 경영권 분쟁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상무는 이날 주총이 끝난 직후 “이사회 진입이 좌절됐지만, 끝이 아닌 시작이다”며 “필요하다면 임시 주총을 소집해 주주들의 목소리가 경영 과정에 대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상무가 최근 가족들과 함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행보에도 주목해야 한다. 박 상무는 모친 김형일 고문과 이달 초 금호석화 주식 75억원 어치(0.08%)를 장내매수했다. 박 상무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도 금호석화 주식 30억원 가량을 취득했다. 코스모그룹은 GS그룹 방계회사로, 허경수 회장은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명부는 이미 지난해 말 폐쇄됐다. 지난해 말 이후 신규 취득한 주식은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주가가 비교적 고가에 형성된 시점에 주식을 매입하면서, 분쟁 의지를 부각시켰다는 해석이다.
재계에서는 박 상무가 이번 주총 패배를 기점으로 금호석화 지분율을 빠르게 확대할 것이라고 본다. 박 상무 역시 장기적인 발전을 주주제안 명분으로 내세운 만큼, 이사회 입성을 재차 시도할 것이란 의견이다.
김형일 고문과 허경수 회장 모두 현금 동원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상무는 누나와 매형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박 상무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분 매입은 금호석화와 운명공동체라는 의지 표명”이라고 밝힌 것도 가족들의 추가 참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 상무도 단 번에 경영권 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전열을 재정비해 임시 주총이나 내년 주총 등을 노릴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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