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내부거래 공시 또 의무화···대기업 ‘죽을 맛’

내년 5월부터 내부거래 등 중요 공시 규정 개정안 행정예고

공시 대상기업, 물류·SI 매입 현황 파악 어려워 ‘불합리’ 지적

공정경제 3법 관련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합동브리핑.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경제 3법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12.16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내 시스템통합(SI) 및 물류 분야의 ‘내부거래 공시 의무화’를 강행한 가운데 기업들 사이에서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개정안으로 내부거래의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게 주목적이지만, 기업들 입장에선 기존 공시 자료 외 수 천건 이상의 데이터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서 피로도가 누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일 공정위에 따르면 내년 5월부터 대기업 물류·SI 회사와 다른 계열사 간 내부거래 공시가 의무화된다. 대기업이 공익법인과의 내부거래 역시 그 내역을 밝혀야 한다. 이에 공정위는 21일까지 이런 내용을 담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에 관한 규정’과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 의결 및 고시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할 방침이다.

현재 공시법 규정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사의 상품·용역 내부거래는 업종 구분 없이 연 1회 ‘총액’만 공시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물류와 SI업종의 경우 ‘일감 몰아주기’ 논란 가능성이 커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개정안으로 향후 대기업 소속 물류·SI 회사는 다른 계열사에 대한 매출 현황을, 다른 계열사는 물류·SI 매입 현황을 꼼꼼히 따져 의무 공시를 해야한다. 공정위는 향후 공시 기준 금액과 거래 범위 등 구체적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같은 의무공시 추가에 관련 기업들은 한숨은 내쉬고 있다. 특정 업종의 내부거래 현황을 모두 공시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SI와 물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기업의 업종에 따라 내부거래 규모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시 대상 기업들은 지난 1월 공정위가 관련 개정안 설명회 직후 간접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마다 늘어나는 공시 항목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A기업의 IR 관계자는 “내부거래 외에도 매년 수백건 이상의 공시자료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내부거래 중 SI와 물류를 부서·업종별로 구분하지 않는다”며 “기업의 공급 핵심인 물류와 SI를 공정위가 단편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로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공정위는 이 외에도 상당수 대기업이 운영 중인 공익법인 관련 공시도 강화했다. 대기업이 공익법인과 자금·유가증권·자산·상품·용역을 내부거래 할 경우 공익법인별로 거래내용을 밝히도록 했다. 이는 공익법인과 대규모 내부거래 시 이사회 의결과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 후속 조치다.

대기업 내부거래 현황 공시 빈도와 공시대상금액도 변경했다. 현재 중요사항 공시 항목은 연간 거래내역, 분기별 거래금액을 한눈에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행정예고 기간 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들이 주장하는 문제들을 수용해 업무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공시 의무화 개정안은 특정 규모 이상의 내부거래를 관리감독 할 수 있도록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