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민주당 의원 “은성수, 안이한 인식···혼란 가중”오갑수 한국블록체인협회장 “업권법 미리 있었다면···”싱가포르·홍콩·일본, 가상자산·파생상품 법상 허용·명시“해외는 선진 규제···韓 금융당국, 전향적으로 나서야”“실태조사 등 과제···거래소 신뢰성 강화 필요” 주장도
◇김병욱 “은성수 안이한 인식 기반 발언” = 한국블록체인협회는 26일 오전 온라인으로 ‘아시아의 가상자산 제도’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를 공동 주최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가상자산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 ‘안이한 발언’, ‘실망시키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많은 (가상자산)투자자들을 실망시키는 안이한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이 있었다”면서 “(이 발언이)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고 현재 조금은 탈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생각지 못했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은 내재가치가 없다”면서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을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9월 말까지 등록하지 못한 가상자산 거래소들 모두 폐쇄될 것이라고도 언급한 바 있다.
김 의원은 “2017년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의 ICO 금지 발언 이후 시장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해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못미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때로는 안이하고 실망스럽고 무책임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 성장 과정에서 법적 제도적 틀을 못갖추다 보니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법적 권리 등이 디지털화되는 상황에서 어찌됐던 가상자산 등을 활용,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아야겠다는 부분에서는 인식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큰 흐름 속에서는 그 방향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상자산 투자 열풍 속 투자자 보호에 대한 우려들이 나오는 가운데 오갑수 한국블록체인협회장은 업권법을 미리 제정해놨다면 보다 안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갑수 한국블록체인협회장은 “업권법을 미리 정해놨다면 지금 정부, 소비자 보호에 대한 역할 등과 관련해 상당히 많은 부분이 규정되고 근거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며 언급했다.
◇싱가폴‧홍콩‧일본, 가상자산 산업 활성화 = 이날 행사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홍콩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한국과는 달리 일찌감치 가상자산 커스터디, 증권형토큰공개(STO) 등을 법률 상 허용하거나 용어 등을 명시, 제도권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싱가포르 법규와 금융기관’ 주제 발표를 맡은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는 증권형토큰공개(STO) 등의 플랫폼도 허용하고 있다. 기존 거래소들의 가상자산 투자, 은행의 가상자산업 투자 등도 허용하고 있다.
특히 할 수 있는 것만 법에 명시하는 퍼지티브 규제가 아닌 할 수 없는 것만 명시하는 내거티브 규제를 적용, 신규 사업 추진에 있어 유연하다는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싱가포르는 증권형토큰공개(STO) 플랫폼을 공식 인가, 기존 증권 파생상품법에 있는 카테고리에 포함시켰고 은행이 가상자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기존 거래소들의 가상자산업 투자 역시 허용하고 있다. 결국은 전문 투자자들의 거래 노하우, 전문성을 가상자산 파생상품 등에 접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기할만한건 법 개정 이전에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공했다”면서 “우리나라 법은 할 수 있는 것만 법에 정하는 퍼지티브 규제인데 싱가포르의 경우 반대인 내거티브 규제로 시장 전체적으로 유연성과 신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콩 역시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법률 상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BC그룹 산하 가상자산 거래소인 OSL 디지털시큐리티즈는 홍콩증권선물위원회(SFC)로부터 증권거래 라이선스를 취득했고 지난달 첫 고객 거래가 성사, 공식 운영되기 시작했다.
조정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빗썸이나 업비트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증권회사 라이선스를 취득, 트레이딩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OSL CEO는 ‘가상자산 제도화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 발언했는데 우리나라도 지향해야 하는 목표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은 중국 영향권 아래 있다. 중국은 가상자산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콩에서는 자유롭게, 특히 시큐리티 토큰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주는 선진적 규제를 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실험을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규제 당국에서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역시 2차례에 걸친 법령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 증권형토큰 등을 아예 법 상에 명시하고 소비자 보호 등의 규정 등을 마련했다. 1차 개정때는 가상자산을 지급 결제 수단의 하나로 인정했으며 2차 개정에서는 투기 등의 우려에 증권형 토큰을 법 상 명시했다.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애초 출발은 일본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 디지털 결제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가상자산을 디지털결제 수단에 포함시키는)자금결제법을 개정했다”면서 “그러다 계속 투기성이 문제가 되는 규제를 강화, 특히 증권형 토큰에 대한 규제를 신설, 금융상품거래법에 집어넣고 강하게 규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업계 신뢰성 확보 필요 주장도 =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가상자산, 금융업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태석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은 “많은 거래소들이 운영되고 있다. 당장 지난달 특금법 시행으로 당국의 신고 의무가 있는데 요건을 갖췄으면 먼저 진입규제 장벽을 넘어서 시장에서 사례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노 위원은 “은행권 역시 입출금 확인과 관련한 기준을 마련, 실명계좌를 발급하고 요건에 따라 신고 절차가 조속히 이뤄져서 건전한 거래소가 양성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연스럽게 거래질서가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화에 앞서 가상자산 업계가 금융당국이 신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비췄다.
그는 “거래소들 역시 ‘잡코인’은 과감히 상장하지 않고 털어내야 한다. 거래소 스스로도 자율규제 사항으로 ‘상장 안된다’, ‘거래하지 말라’ 등 투자자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금융당국이 신뢰성을 가질 수 있도록 어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권법 등 제도화에 앞서 가상자산과 관련한 전반적 실태조사 등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노 위원은 “가상자산과 관련한 실태조사가 전반적으로 이뤄져야 제도화에 대해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회계, 과세 제도화 등의 선결과제들이 해결돼야 정책당국이 어느 방향으로 정책을 펼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제도화하는 것은 당국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우선 과제부터 하나씩 신중하게 접근, 규제 방향을 정하는게 맞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조정희 변호사는 “선결조건이 이뤄져야 올바른 규제를 만드는 측면도 있겠지만 규제가 선행이 돼 선을 그어준 다음 현실이 만들어지는 측면도 무시하지 못한다”면서 “규제와 현실 간 상호작용, 대화를 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에서 전향적으로 현실과 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는지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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