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업 자문·조언 역할하며 김남호 회장 지원파운드리 호황 속 보수적 투자 기조 변화 주목치열한 시장 경쟁, 장비 수급 어려움에 투자 신중
김 전 회장은 지난 3월 1일 DB아이앤씨 미등기임원에 올랐으며 이어 4월 1일에는 DB하이텍 미등기임원에 선임됐다.
DB아이앤씨는 DB그룹에서 사실상 비금융 계열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다. DB아이앤씨가 DB하이텍 지분 12.42%를 보유하고, DB하이텍은 다시 DB메탈 지분 26.95%를 보유해 지배하는 구조다.
김 전 회장의 장남 김남호 회장은 DB아이앤씨 지분 16.83%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김 전 회장도 여전히 11.20%를 갖고 있다. 김 전 회장은 DB하이텍 지분도 3.61% 보유 중이다.
DB그룹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그룹 반도체 사업에 관한 자문과 조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사업 자문·조언 역할 맡아=지난해 7월부터 장남 김남호 회장이 그룹을 이끌며 2세 경영이 본격화된 만큼 김 전 회장은 적극적인 경영 참여 보다는 조언자 역할을 하며 김남호 회장을 지원할 전망이다.
김 전 회장의 그룹 경영 복귀는 2017년 9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자신의 별장에서 일한 가사 도우미를 성추행·성폭행하고 2017년 2~7월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던 김 전 회장은 2년 동안 귀국하지 않으며 수사를 피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이달 초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DB하이텍 미등기임원에 선임된 김 전 회장은 최근 직접 DB하이텍을 방문해 반도체 사업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단, DB그룹은 김 전 회장의 DB하이텍 방문과 관련해 “자문 역할 차원에서 방문한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룹 내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DB하이텍은 최근 들어 그룹 내 ‘캐시카우’이자 제조업 부활을 책임질 계열사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실적도 꾸준히 개선되는 모습이다. DB하이텍은 1분기 2437억원의 매출을 거둬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으며 올해 첫 매출 1조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전세계적으로 8인치 파운드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평균판매단가(ASP)가 지속 상승하며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됐으며 내년까지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DB하이텍의 1분기 수주잔고는 웨이퍼 기준 10만153장, 금액 기준 588억원인데 이는 2020년 연말 및 전년 동기 대비 높다”며 “올해 연말까지 풀가동이 거의 확정적이며 내년 수주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업황 긍정적이나 시설투자엔 ‘신중’=반도체 업계에서는 최근 정부의 시스템 반도체 사업 육성과 SK하이닉스의 8인치 파운드리 확장 움직임 등이 잇따르며 DB하이텍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나 “비메모리 업계에 헌신해 조국 선진화에 기여한다”는 신념으로 DB하이텍을 일군 김 전 회장의 복귀가 이 같은 전망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김 전 회장은 1997년 DB하이텍 설립 후 적자가 지속되자 35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하며 지원에 나서는 등 반도체 사업에 큰 애정을 보였다.
단 아직까지 DB하이텍은 생산라인 증설에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삼성과 TSMC의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의 DB하이텍은 대규모 투자가 매출과 수익성 증대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DB하이텍 측은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은 투자를 통해 단가를 낮추는 것인 핵심 경쟁력이나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의 아날로그 반도체는 시장이 크지 않고 고객과 제품군이 워낙 다양해 고객이 원하는 반도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급해주는 공정기술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파운드리 투자는 투자시점부터 안정적인 수율로 양산하기까지 수 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경쟁이 치열한 만큼 향후 안정적인 제품 가격이 유지될 것이란 보장도 없는 상태다.
8인치 장비 수급의 어려움도 증설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최근 파운드리 장비 업체들은 고가의 12인치 웨이퍼 장비 생산에만 집중해 8인치 업체들은 장비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DB하이텍은 당분간 보완투자와 생산성 향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연내 생산성 향상 활동을 통해 월 9000장 규모의 생산능력(CAPA, 케파)를 확대할 예정이다.
DB하이텍 측은 “현재 생산라인 투자는 미래 성장성 관점에서 매우 면밀히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라며 보틀넥 공정에 대한 보완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jisuk618@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