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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장병규 의장의 크래프톤, 외형만 키웠다···기업 문화는 ‘낙제’

IT IT일반

장병규 의장의 크래프톤, 외형만 키웠다···기업 문화는 ‘낙제’

등록 2021.06.28 09:08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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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IP로 급격한 성장 이면에 가려진 강압·폭언2019년 근로기준법 조항 두차례 시정지시···포괄임금제 유지장병규+특수관계인 지분 34.11%···장병규式 성과주의 ‘발목’

장병규 의장의 크래프톤, 외형만 키웠다···기업 문화는 ‘낙제’ 기사의 사진

임직원 연봉 업계 최고 수준 대우, 예상 시가총액만 30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에서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불거졌다. 과거 근로기준법 문제로도 수차례 도마에 올랐던 크래프톤이 외형의 급격한 성장에 기업 문화는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크래프톤 ‘직장 괴롭힘’ 신고···“1평 부스서 업무‧식사” =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크래프톤 직원 일부가 A 유닛장과 B 팀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사내 인사팀에 신고를 접수했다. 이들 중 일부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도 신고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진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조직 개편 이후 A 유닛장은 팀장 회의에서 “앞으로 업무가 늘어날 것이니 더 쥐어짜야 한다”며 야근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회사 제도로 보장된 보상 반일 휴가는 사용하지 말라고 강요했다.

연장·휴일 근무와 관련해 반발이 일자 B 팀장은 “A 유닛장은 누구 한 명을 찍으면 끝까지 괴롭힌다”며 “우리 팀에서 그런 사람이 나오는 것을 정말 원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 팀장은 또 한 직원과의 면담에서 윗선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내가 마음만 먹으면 보고하고 당신을 일하는 동안 숨 막히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A 유닛장은 지난 4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 직원에게 1평짜리 전화부스로 출근해 그곳에서 업무와 식사를 모두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회사 측의 방역 조치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은 “공정한 조사를 외부 노무사를 고용해서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며 “현재는 한쪽 구성원의 입장만 나온 상태다. 조사가 완료 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형 성과 이면엔 ‘포괄임금제‧과도한 야근’ = 크래프톤은 지난 2017년 자사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론칭 이후 연평균 매출 22.1%의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영업이익(연결기준)은 2018년 3002억원, 2019년 3592억원에 이어 지난해엔 7739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에도 227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크래프톤은 전체 매출액의 94% 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특히 대표작으로 알려진 배틀그라운드는 전세계시장에서 7500만장 이상 판매됐으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지역에서 누적 다운로드 10억건을 넘기기도 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크래프톤은 올해 초 개발직군(엔지니어), 비개발직군의 연봉을 일괄 2000만원, 1500만원 인상하고, 신입 대졸 초임도 각각 6000만원, 5000만원으로 상향 책정하는 등 업계 최상위 수준의 기본급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잦은 야근과 강도 높은 업무, 주 52시간제가 아닌 포괄임금제가 자리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계약 체결 시 연장, 야간, 휴일근로 등을 미리 정하여 예정된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대규모 게임사들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했으며, 여타 게임사들도 폐지하는 추세다.

크래프톤은 근무를 월평균으로 산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중인데, 여기에 포괄임금제를 결합해 운영하면서 사실상 야근이 강제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2019년 연장근로 제한 및 보상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조항을 위반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두차례 시정지시를 받기도 했다.

올해 초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크래프톤이 주 52시간을 피해 장시간의 노동을 강요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의 주 골자는 임직원들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면서 일하지만,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크래프톤의 급격한 외형 성장에 조직 문화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내 지배력 ‘막강’···경영에 반영된 장병규 ‘철학’ = 장 의장은 크래프톤의 창립자로 지분 16.24%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면 총 34.11%로 회사 내 강력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회사의 중대한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셈이다.

올해 6월 16일 증권신고일 기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배우자인 정승혜(0.98%) ▲크래프톤의 3대 주주이자 장 의장이 출자한 벨리즈원 유한회사(6.40%) ▲장 의장이 설립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2.18%) 등이다. 특수관계인 외에 중국의 텐센트가 자회사를 통해 15.35%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텐센트는 2대 주주 이지만 게임사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장 의장을 중심으로 프로젝트의 의사결정이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완성이었던 ‘배틀그라운드’를 시장에 조기 출시할 수 있었던 것도 장 의장을 중심으로 한 신속한 의사결정 덕이다.

장 의장은 ‘성과주의’를 매우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1월부터 크래프톤의 수장을 맡았던 김효섭 대표 대신, 2020년 초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자인 김창한 前 펍지 대표가 수장자리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회사의 성장에 따라 임직원에게 대규모 연봉 인상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성과주의로 인해 임직원들의 고충은 쌓여왔다는 평이다. 올해 5월 말 기준 크래프톤의 임직원 근속연수는 1.3년이다. 그중 남성이 1.3년, 여성이 1.2년이다. 반면 배틀그라운드 출시 이전인 2017년 2년, 2016년 말에는 37개월이다.

그간 업계 안팎에서 크래프톤의 과도한 업무량에 대해서는 자주 도마에 오르내렸다. 성과주의에 밀린 직원들이 사내 경쟁과 고용 불안감, 스트레스 등을 못이겨 퇴사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금은 폐지된 ‘리부트셀’ 제도가 있었다. 당초 리부트셀은 프로젝트가 중단된 임직원이 시간과 여유를 갖고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할 수 있는 복지 시스템었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새 프로젝트를 찾지 못하면 근로계약이 해지되는 등 생존의 장으로 변질됐다.

장 의장은 2019년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노동계 대표 위원의 거듭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대정부 권고안을 만든 바 있다. 당시 장 의장은 “주 52시간제가 노동자 건강과 기본권을 보호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의도치 않게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19년 11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사트업과 벤처기업에 52시간을 적용하면 일할 개인의 권리를 뺏는 것”이라며 “중국은 200~300명이 야전침대 놓고 주 2교대, 24시간 개발해 모바일게임을 만들어낸다. 한국에서 이렇게 하면 불법이다. 이러니 경쟁이 안 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뉴스웨이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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