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이어 이낙연도 증권가 방문···주식시장 발전방향 논의핵심 화두는 공매도·양도세···여야 막론 “우리는 동학개미 편” 동학개미 “만시지탄이지만 환영···공약 이행 여부 지켜볼 것”
2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 따르면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정의정 한투연 대표와 만나 주식시장 발전방안을 논의한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 전 대표와 정 대표를 비롯해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이 참석한다.
이날 좌담회의 사회는 미래에셋증권 사장을 지낸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는다. 토론 주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장기 간접투자 확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개인투자자 보호, 청년세대 자산형성 방안 등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을 방문해 자본시장 관련 공약을 내놨다. 이날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선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정 전 총리는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공매도 제도를 대폭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주문시 계좌잔고 확인절차를 철저히 해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겠다”며 “기관의 차입공매도 상환 만기도 6개월로 제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증권사에 부여된 유동성 제공자 차원의 공매도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할 뜻도 내비쳤다.
그간 한투연을 중심으로 공매도 제도 개편을 요구해 온 개인투자자들은 관련 공약을 제시하는 대권후보를 지지하겠다며 정치권 압박 강도를 높이는 중이다. 유력 대권주자들에 비해 지지도가 낮은 정 전 총리는 전략적으로 동학개미들을 공략하기 위해 거래소를 찾은 셈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이날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정 전 총리 등 대권후보들을 잇따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대변되는 국내 자본시장을 공정하고 평등하게 만들어달라는 게 개인투자자들의 요구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대권주자들은 주식시장과 개인투자자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만 해도 후보 시절은 물론 임기 동안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적이 없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07년과 2012년 여의도 증권가를 찾았지만 지수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 정도를 내비쳤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대거 유입되면서 정치권이 주식시장을 대한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기관과 외국인에 눌려있었던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100조원을 순매수하며 증시 호황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은 914만명으로, 전년 대비 49%(300만명)나 급증했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보유금액662조원)도 전년 대비 58% 증가했고, 전체의 32.8%는 신규 투자자였다.
이에 따라 유력 대권주자들은 최근 주식시장의 핵심 화두인 ‘공매도’와 관련해 연일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대체로 “공매도의 순기능은 허구”라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에 공감하며 동학개미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여권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8월 “공매도 금지를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추가 연장하고, 불법 공매도는 20년 징역형이나 부당 이득보다 몇 배 이상 많은 벌금형 등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매도 거래를 통한 이익 실현을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간 꾸준히 공매도 제도개선을 외쳐온 박 의원은 최근 대선 출마를 공식화 한 바 있다.
정 전 총리와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기 투자자들에게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년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세제 혜택을 주고 3년이 넘으면 현행 20%인 양도 차익에 대한 세율을 14%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올해 초 “공매도 재개는 국내 자본시장에 독”이라는 발언을 내놨다. 홍준표 의원도 지난 5월 “주식 공매도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밝히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에 대해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수십년간 불공정시장에서 피해를 많이 입었다”며 “그간 개인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던 정치인들이 뒤늦게 신경을 써주는 모습은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외국인·기관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주식을 팔기에 급급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100조원을 쓸어담으며 증시를 지탱했다”며 “대권주자들이 내놓는 개인투자자 보호 공약들이 실질적으로 실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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