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해수위, 해운법 규제권한 갖는 개정안에 속도공정위 “해운법 통과되면 해운담합 처벌 못해”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운사의 공동행위에 대해 해수부가 규제 권한을 가질 수 있는 해운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 법안 소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이런 내용을 법 개정 이전 협약에도 적용한다’는 부칙도 담겨 있다.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 전체회의와 법사위, 본회의 등 입법 절차가 남아있어 최종 통과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3년간 해운업계의 운임 담합사건을 조사해왔다. 공정위는 국내 12개 선사와 해외 11개 선사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5년간 한국~동남아 노선 운임을 두고 부당한 공동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거래법에 따라 800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결정에 해운업계는 담합을 인정하는 해운법을 앞세워 반발에 나섰다. 실제 운임 공동행위는 해운법 제29조에 따라 위법이 아닌 데다 해외에서도 담합 규제의 예외로 인정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이 언급한 해운법 29조에는 ‘선주가 공동행위를 할 경우 화주와 서로 정보를 충분히 교환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번 해운사 담합 논란의 핵심은 기존 해운법이 허용하고 있는 공동행위 범위를 넘어선 법 위반이냐는 것이다. 공정위는 해운사들은 운임 협의 과정에서 화주들의 반대로 가격 인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담합행위에 나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해운사들은 화주들을 배제하고 해운사들끼리 운임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후 개별 회사차원에서 운임 인상을 각 화주에 통보했다. 공동 담합행위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이들은 가격 인상에 동의하지 않은 화주에 대해선 선적 거부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해운사가 상호 협의한 것보다 낮은 운임을 적용하자,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담합 행위로 화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가 전가됐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정안을 소급 적용해 이번 담합 행위에 면죄부를 주면, 향후 발생하는 해운사들의 악성 담합에 대해서도 제재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며 “만약 해외 글로벌 선사들이 미주 노선 등에서 가격 담합에 나서면 어떻게 해야하나”고 주장했다.
지난 3년간 공정위 조사가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된 상황에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공정위 측은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이용우·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경쟁법의 기본상식이나 다른 산업분야 담합에 대한 형평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해운법 개정안은 더 논의돼서는 안 된다”며 “운송료 담합 사건을 3년 동안 조사해 올해 5월 공정위의 심사 보고서가 나왔는데 그 이후 농해수위에서 해당 사건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에도 해운사들의 운임에 관한 불법적인 담합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법 집행이 어렵다”며 “농해수위 법안소위에 공정위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들어가서 의견을 개진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고 유감을 드러냈다.
반면 해운업계와 해수부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하는 해운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 공정위가 무리한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이제 겨우 반등에 성공한 해운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시장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달라는 취지다. 실제 원양선사인 HMM과 SM상선은 작년 흑자전환에 성공하기 전까지 HMM은 5년 연속, SM상선은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동남아 노선도 선복 과잉으로 운임이 하락하면서 수년 동안 적자로 어려움을 겪었다.
조선업계 역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철회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만약 해운업계에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국적선사들은 선박 발주를 취소하거나 건조 중인 선박의 대금납기를 연기할 우려가 있고 이럴 경우 조선소가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며 조선소와 조선기자재 업체의 경영악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지역경제와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선·해운업계의 동반발전과 국가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명한 판단을 해주실 것을 탄원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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