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등 현안 조명 이동걸 “대우조선 매각 진행형···대안 고려 안해”“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항공업 경쟁력 높일것”윤종원 “가계대출 여력 충분···중단 가능성 없어”
예년처럼 고성이 오가며 얼굴을 붉히는 일은 드물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사안마다 국회의원의 집요한 질의가 이어지면서 두 국책은행 수장이 진땀을 흘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동걸 “대우건설 M&A 문제 없어···대우조선은 매각에 집중”=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여야가 공통적으로 주목한 사안은 단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과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대우건설 매각 등 기업구조조정 건이었다. 수만명의 일자리가 걸린 무거운 사안인 데다, 매각 작업도 매끄럽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먼저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KDB인베스트먼트(KDBI)의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 인수가격 조정으로 불거진 문제를 짚었다. 그는 “산은이 2010년 공적자금 3조2000억원을 들여 대우건설을 인수했는데, 중흥건설이 인수가격을 낮추도록 허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고 손실을 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년6개월 넘게 표류하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과 관련해 “통합 결정 당시와 비교해 상황이 달라졌으니 매각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본입찰 마감을 앞둔 쌍용차에 대해 “인수합병이 성사돼도 상당한 투자금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국책은행인 산은이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쏟아지는 질의에 이동걸 회장은 각 거래가 적법하고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추진됐으며, 이를 원만히 매듭짓도록 힘쓰겠다는 소신을 재확인했다.
먼저 대우건설 논란을 놓고 이 회장은 “매각 가격이 신문에 보도된 뒤 중흥건설 측이 가격 수정을 요청했고, 무효처리를 하는 게 불합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제안을 한 당사자에도 동등하게 기회를 줬다”면서 “재입찰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4년 전 산은이 대우건설을 1조6000억원에 매각하려다 실패했는데, KDBI가 이를 관리하면서 공적자금 회수를 5000억원 이상 늘린 셈이 됐다”면서 “최선의 결과를 얻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른바 대우조선 매각 ‘플랜B’에 대한 질의엔 “매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독자생존 가능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비록 수주가 늘긴 했지만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경쟁력도 취약하다”면서 지금의 방향성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산은은 재무 구조조정에 대해선 경험이 많지만 사업 개편 등엔 한계를 갖고 있다는 만큼 시장에 빨리 내보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국내 항공업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초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사장으로부터 면담 요청이 온 것은 통합 항공사의 구매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덧붙여 이 회장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 측에 공개적으로 서운함을 표시한 것을 놓고는 “기업결합 지연으로 파생되는 고통이 굉장히 많다”면서 “전세계 항공사는 통폐합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우리는 조치를 하지 못해 그 경쟁에서 처지는 결과를 낳을까 답답한 마음”이라고 해명했다.
◇윤종원 “실수요자 보호 이상無···중도상환수수료 인하 검토”=윤종원 기업은행장을 향해선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가계부채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 금융당국의 강경한 정책 기조에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실수요자의 피해가 속출하는 탓이다.
이에 윤종원 행장은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가계대출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윤 행장은 “기업은행은 여유 있게 운영 중이라 단기적으로 가계대출이 중단될 가능성은 없다”면서 “지금 추가로 몇 천억 정도 대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은행이 보유한 여력으로 모든 수요를 충족할 수는 없겠지만, 금융당국과 논의해 전세대출 등 실수요와 관련해선 전향적으로 나서겠다”고도 약속했다.
동시에 윤 행장은 정책금융 상품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차주의 조기상환을 유도함으로써 실수요자가 차질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당국의 정책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국감에서 정책 모기지의 월별 상환액이 크게 감소하는 점에 주목해 최대 1.2%인 수수료를 절반인 0.6%로 낮추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윤 행장은 “일부 대출금 상환이 가능한 사람에게 상환 유인을 주기 위해 중도상환수수료를 일시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면서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예고했다.
◇정책금융기관 국감 달군 ‘대장동 의혹’=국감 중엔 정치권의 핵심 쟁점인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질의도 오갔다. 야당이 산은과 기업은행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다.
국민의힘 윤창현·박수영 의원은 산은이 대장동 개발사업 입찰 과정에서 차입금리를 경쟁자보다 현저히 높게 써내는 등 고의로 탈락함으로써 ‘들러리’를 섰다는 논리를 폈다. 또 윤두현 의원은 기업은행의 대장동사업 수수료 수입 63억원 가운데 28억원이 성남의뜰 감사보고서(재무제표)에 누락됐다는 점을 걸고 넘어졌다.
이밖에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주주 사이에 이면계약이 있었을 가능성을 추궁했다.
다만 두 국책은행 수장은 야당의 이 같은 주장엔 근거가 없으며 사실과도 다르다고 일축했다.
먼저 이동걸 회장은 “산은 컨소시엄이 탈락했다는 사실 때문에 아직 확인되지 않고, 산은의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는 발언을 했다”면서 “산은은 대장동 사업에서 공모지침서에 따라 충실하게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고 선을 그었다.
윤종원 행장 역시 “화천대유가 주주협약서와 달리 시행사로 참여한 사실은 알았다”면서도 “이면계약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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