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대신 김기남 메시지 “불확실성·변화 선제적 대응”“10년간 전개될 초지능화 사회서 신성장 동력 찾자” 당부美 반도체 신공장·4분기 시설투자·M&A 시기 등 현안 산적
삼성전자는 이날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창립기념식을 열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재용 부회장이 불참한 가운데 김기남 DS부문장 부회장, 김현석 CE부문장 사장, 고동진 IM부문장 사장 등 대표이사 3인과 주요 사장단을 중심으로 최소한만 참석하며 조용히 열렸다.
김기남 부회장은 기념사에서 “경영환경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난 3분기 삼성전자는 괄목할 실적을 달성했다”며 “앞으로 10년간 전개될 초지능화 사회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자문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창립기념일 분위기에 대해 “최소 경영진만 참석해 조용하게 치뤄졌고 이 부회장 참석은 당연히 안했다”고 전했다.
2019년 창립 50주년 때 “앞으로 50년, 마음껏 꿈꾸고 상상하자”라며 영상메시지를 냈던 이재용 부회장은 매년 창립기념일을 임직원 중심으로 기념하도록 하고 이번에도 별도로 챙기지는 않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 김기남 부회장의 기념사에는 “고객과 인류 사회에 대한 깊은 공감을 바탕으로 마음껏 꿈꾸고 상상하며 미래를 준비해 나가자”고 임직원에 당부의 말도 담겨 이 부회장이 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맥을 같이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5일 고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도식을 맞아 이 부회장이 냈던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가 기념식 현장에서 임직원들에게 공유되기도 했다.
오는 19일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34주기도 돌아오면서 11월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분주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추도식은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이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총수 일가와 이재현 CJ 회장 일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일가 등이 참석해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일가의 굵직한 일정 등이 예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가 더 주목받고 있다.
재계에선 이달 이 부회장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제2파운드리 공장 투자 건을 확정짓기 위해 직접 출장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공개한 20조원 규모 투자 범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재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74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분기 매출 기록을 세웠으나,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황 불확실성 등으로 내년 실적은 다소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 성장 전략에 이 부회장의 고민이 커진 시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밝힌 지난달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 평균값은 3.71달러로, 전달(4.10달러)보다 9.51% 하락했고 2019년 7월(-11.18%)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올해 내내 상승하던 D램 가격이 1년 만에 꺾이면서 삼성전자는 4분기 반도체 부문 시설투자 비용도 아직 확정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4분기 메모리 투자는 부품 수급 이슈 등 기존 계획 대비 변동성 있기 때문에 아직 투자 범위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4분기부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영진조차도 반도체 부문 투자 조율에 애를 먹고 있다는 뜻이다. 올들어 3분기까지 삼성전자의 누적 시설투자비는 33조5천억원이며 3분기엔 10조2천억원이 투입됐다.
2017년 9조원을 투자한 하만 이후 중단된 대규모 인수합병(M&A) 대상과 시기를 놓고도 이르면 연내 이 부회장이 대략적인 결정을 마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이미 삼성전자가 M&A 기업을 확정해 놨고 발표 시기만 남겨놨을 수 있다는 말들도 나온다.
11월 말에서 12월초에 걸쳐 삼성 계열사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치고 나면 삼성전자는 국내 사업담당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이 참석하는 글로벌전략회의를 갖고 내년도 사업전략을 논의한다. IT·모바일(IM)·소비자가전(CE)을 묶은 세트 부문과 반도체와 부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으로 나눠 내년 사업 방향, 투자 계획 등을 세부적으로 수립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11월에 조기 인사를 만일 실시한다면 조직 변화 등 사업 프로세스를 다소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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