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 후보 공식 정책으로 만들 생각”헌재, 판례에서 “부동산은 백지신탁 대상으로 부적절”전문가들 “위헌 소지 있어 입법 신중해야”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공론화하며 의제 선점에 나섰다. ‘대장동 개발’ 논란을 피하지 않고 정책 입법을 통해 위기를 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인근 제1공단 근린공원 조성 현장을 방문해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언급했다. 그는 “고위공직자들은 필수 부동산 외에는 주식처럼 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해 다 팔든지, 아니면 위탁해 강제매각하든지 하는 제도를 만들겠다”며 “부동산 취득심사제, 백지신탁제, 고위직 승진·임용 배제는 당 후보의 공식 정책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들고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국토보유세와 함께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또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에도 국회를 향해 해당 입법을 꾸준히 촉구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경기도 소속 시·군 부단체장을 포함한 4급 이상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의 본부장급 이상 상근 임직원들에게 거주용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모두 처분하도록 권고하며 경기도 자체적으로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이 후보는 불가피한 이유로 다주택을 보유하는 경우에도 사유 발생일로부터 6개월 부동산을 처분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권고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권고를 어기면 주택보유 현황을 승진, 전보, 성과평가 등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공공기관 임직원은 재임용(임기연장), 승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했다.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의 취지는 업무의 공정성, 신뢰 확보에 있다. 이 후보도 경기지사 시절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의 입안과 시행은 이해관계자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은 심리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좋은 정책과 더불어 정책에 대한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현재 21대 국회에서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신정훈, 윤재갑 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상태다. 신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국무위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1급 공무원, 교육감,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은 부동산 백지신탁의 대상이다. 본인이나 배우자 등 이해관계자가 실거주 1주택 외 부동산을 보유했을 경우 60일 이내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계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했다. 만일 부동산 매각·백지신탁을 거부하는 고위 공무원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윤 의원 개정안 역시 공개 대상자 및 국토부 소속 공무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무원은 부동산 매각 또는 백지신탁 의무를 갖도록 했다. 또 이들 고위 공무원이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하고, 이 가운데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지정지역 등에 1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는 임용,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주식 백지신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과 주식을 같은 재산적 가치 선상에서 놓고 비교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는 공직자의 주식 백지신탁을 규정한 공직자윤리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백지신탁 대상으로서 주식과 부동산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헌재는 “부동산이 주식에 비해 비교적 고액이고 용도 또한 다양한 관계로 수탁자가 시장에서 환가하기 용이치 않아 강제처분을 전제로 하는 백지신탁의 대상으로 부적절하다”며 “주거 또는 영업 등 개인의 생존에 더 직접적인 형태로 연관돼 처분을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의 공정성과 신뢰라는 공익적 목적과 개인의 기본권이 충돌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감명의 안갑철 변호사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고 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처분에 법률상 제한을 두는 제도의 목적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공직에 있다는 이유로 주택의 처분을 강제하는 것은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담임권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입법 과정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뉴스웨이 문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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