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선 “가상자산 인프라 충분히 갖추지 못해”금융위 관계자 “타 국가도 세금 먼저 거둬들여”전문가들 “충분한 논의 거치고 난 후 과세” 합리적
‘가상자산 업법 제정안과 과세 계획,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한국핀테크학회가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진행한 세미나에서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가 업권법을 비롯한 법적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혁신 산업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과정에서 나온 은행의 거래소 차별 논란에 더해, 국내 사업자의 신규 진입과 해외 사업자의 국내 진입이 원천 차단됐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를 다루는 법인데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빌미로 이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과도한 자료 요구와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거래소 코인의 금지, 내부자 거래 금지가 특금법 시행령에 담겼는데 이게 자금세탁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의 보호 및 산업의 진흥을 위해 가상자산 업권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실제로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라면서도 “현재 제출된 업권법에서 다뤄야 할 대상의 범위가 불분명하고 너무 일찍 법을 만들어 산업의 싹을 자르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주장하며 “인프라를 갖출 만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P2P 거래와 취득원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 전자지갑에서 옮기는 경우 취득가액을 입증하지 못하면 취득원가를 0으로 보는 국세청의 입장에도 문제가 있다”며 “2023년 금융투자소득을 과세할 때 가상자산을 묶어서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과잉규제가 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점 공감한다”며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에 집중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이에 관한 법을 보완할 수 있도록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조사관은 “법률 입법은 이해 관게자와 금융당국, 관계부처의 입장에 따라 여러 시일이 걸릴 수 있다”며 “자유 규제가 공적인 규제의 틈을 메워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래소가 게이트키퍼 역할로 감시자 역할을 하고, 협회가 자율규제로 불공정 거래를 감시하거나 심리하는 방안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예 기간 동안 자율규제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EU집행위원회가 2020년 MiCA(가상자산 시장 규제 법안) 적용 계획을 밝혔다”며 해외 사례 참고 방안을 내놨다. 또 “현재 가상자산 관리 감독 주무부처인 금융위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오훈 변호사 역시 “선후가 바뀐 감이 있다”며 “과세는 산업이 정비되고 소득이 발생하는 게 확인됐을 때 과세를 진행하는 것이 방향성으로 옳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변호사는 “소득세법에서 개정 자체가 심도있는 논의를 거친 뒤에 이뤄졌는지를 두고 의문이 있다”며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를 목표로 하는 특수한 법령인데 가상자산의 본질에 대한 내용은 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이 포블게이트 대표 역시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업권법 제정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우려되는 건 특정 법을 표방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업권법이 기존의 정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해당 산업에 대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단순히 특정 기존 조세법 안에 넣으려 하면 문제가 생길거고, 그 때마다 보완을 해야 하는 부작용 생길 것”이라며 “이 같은 특성을 이해하면서 (법을 제정)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주영 금융위 혁신과장은 업권법 제정보다 과세를 먼저 진행한 해외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면서도, 업계 의견을 반영해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질책하신 의견들도 있는데 달게 듣겠다”며 “먼저 가상자산에 대해 제도화 순서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자금세탁에 대한 제도화가 이뤄졌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제도화가 이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다음 조세, 그 다음 업권법 제정을 하는 나라도 있고 대부분의 나라가 논란을 겪고 있다”며 “MiCA 역시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박 과장은 “법을 진행하기 위해선 세계적인 동향이나 업계 동향을 충분히 경청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며 “논의, 동향 그리고 법을 만들었을 때 어떻게 집행할지 등을 고민해 합리적으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주동일 기자
jdi@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