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장 취임사에서 10여분간 ‘플랫폼’ 8번 외쳐윤종규 회장의 밑그림 실행할 적임자로 기대‘이제는 실행’의 시간···KB형 플랫폼 조직 2기 전환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이재근 행장이 취임식에서 ‘No.1(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을 향한 4가지 핵심 경영방향을 제시하면서 세부적인 실천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날 이 행장은 10여분의 취임사에서 ‘플랫폼’만 8번 외치며 앞으로 KB국민은행이 가야 할 방향을 정조준해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다. 같은 날 윤종규 회장도 신년사에서 ‘플랫폼’이 들어간 당부를 9번 강조하며 KB국민은행을 비롯한 KB금융그룹 차원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했다.
특히 윤 회장은 지난해 9월 29일 KB금융 창립 13주년에서도 10여분의 기념사에서 ‘플랫폼’을 11번 외치며 “이제는 리딩금융그룹을 넘어 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국민은행이 신한은행과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현재는 이를 잘 수성하고 있지만 순위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몇 년 전으로만 시계를 돌려보면 리딩뱅크 자리는 KB가 아니라 신한이었다”며 “최근 플랫폼 금융으로 급격히 전환하는 가운데서 조금만 삐끗하면 이 정도 차이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2020년 한 해 동안 2조43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면서 신한은행한테서 3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결과적으로 이재근 행장은 리딩뱅크를 수성하는 동시에 윤 회장의 ‘넘버원 금융 플랫폼’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명확하고도 만만찮은 과제가 놓인 셈이다. 이를 바꿔 윤 회장 입장에서 보면 ‘플랫폼 변화’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전사적으로 이를 실천하면서 KB금융그룹 전체의 플랫폼 전환에 선봉장에 서길 바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근 행장의 선임 배경을 봐도 그렇다. 한쪽에 전문적인 경력보다는 거시적으로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을 가진 것인 선임 배경으로 거론됐다. 앞서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 행장을 KB국민은행 신임 행장 단독 후보로 올리며 “그룹 내 주요 핵심직무인 영업·재무·전략 등 다양한 경험으로 고객, 시장, 영업 현장을 폭넓게 이해하고 있다”며 “그룹 주요 안건을 논의하는 회의체인 경영관리위원회 멤버로서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 운영 전반의 탁월한 경영감각과 비전을 보유하고 있는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윤종규 회장의 ‘넘버원 금융 플랫폼’ 구상에 따른 이재근 행장의 ‘실행’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연말 조직개편에서 ‘KB형 플랫폼 조직 2기 전환’ 등을 포함한 변화의 포석을 놓고 “이제는 실질적인 추진력이 확보될 것”이라고 밝혔다.
‘KB형 플랫폼 조직’은 전임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지난 2020년 신년사에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며 “우리가 금융 플랫폼 생태계의 중심에 설 때 우리는 ‘퍼스트 무버’가 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출범을 알린 조직이다.
이 조직은 고객 니즈와 시장 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을 위해 비즈니스, 디지털, 데이터, IT 직원으로 구성되는 팀을 말한다. 비즈니스 부서가 아이템을 기획하면 단순히 디지털·IT 인력 혹은 외부업체가 이를 구현·운영했던 기존 조직 형태에서 벗어나 관련 담당자들이 상호수평적인 위치에서 기획부터 개발, 운영 단계까지 함께 토론하며 일하는 식이다.
이런 플랫폼 조직 구성은 KB국민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비즈니스 담당자가 기획뿐만 아니라 운영단계에도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객 불만에 대한 피드백 반영은 빨라지고 디지털·IT 담당자가 기획 단계부터 협력해 앱 내부에서 중첩되는 기능을 개발 이전에 배제할 수 있다는 잠정이 있다. 인터넷 은행까지 시각을 넓히면 이런 조직 구성과 일하는 방식은 카카오뱅크 ‘효자 상품’으로 불리는 모임통장 상품이 개발자와 전직 은행 출신 직원들의 소통과 협력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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