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 종결 잠정 유예···현대重과 협의 후 결정EU ‘불승인’은 자국 이기주의에 따른 판단···”강한 유감“대한항공-아시아나 고객 90% 한국인···EU 반대 명분 없어쌍용차 회생계획안 동의 여부는 채권 변제 계획 중심 볼 것
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자국 이기주의 판단에 따라 불승인한 것으로 정의하며 ‘유감’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사실상 매각 종결을 잠정 유예한 상태에서 경영컨설팅을 토대로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겠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EU의 불승인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는 고객 90%가 한국인인 점을 들어 반대 명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영컨설팅 이후 자세히 구체적 대응책 발표 = 이 회장은 27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결합 불승인 관련 여러 이유와 사정으로 지금은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며 “아직 결정문도 공개되지 않았고 3월에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경영컨설팅도 있어 약 2달 정도 컨설팅 종료 이후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우조선 민영화는 당위성이 있고 국가 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조선업이 빨리 정상화돼야겠단 것이 저희 생각”이라며 “합병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국책은행 관리체계가 장기화되는 건 대우조선에 바람직 하지 않고 그럴수록 대우조선은 시장에서 살아남는 야생을 잃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EU의 기업결합 불승인으로 조선업 재편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지만 새로운 주인 찾기는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며 “우선적으로 산업은행은 채권단 추가 지원 없이 대우조선의 생존력 강화를 위한 경영컨설팅을 충실히 이행하고 결과를 토대로 정부와 이해관계자 등의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많은 상황 변화를 점검해야 하고 구체적인 컨설팅 결과를 보고 대우조선의 강점과 약점을 확인하겠다”며 “플랜B부터 플랜D까지 있지만 핵심은 주인찾기부터 산업재편이며 과거의 관리 체계로는 곤란하다는 차원에서 새로운 관리 체계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회장은 EU의 불승인을 ‘자국 이기주의 판단’이라고 못박았다.
이 회장은 “이런 결과(불승인)에 매우 유감이며 국민 여러분께도 죄송스럽다”면서 “다만 EU 집행위가 최근 유럽 내 에너지 불안 상황과 가스 가격 인상도 언급하는 등 자국 이익을 위해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대중공업이 기업결합 추진을 위해 다각도로 굉장히 노력하고 저희도 많이 도왔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타국은 시장점유율보다 실질적인 경쟁자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승인했는데 EU는 한국 채권단이 지원해 온 조선업 과실을 EU 소비자와 EU 선주가 받아온 것을 계속 희망하는 것으로 보여 대단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에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 의사를 밝혔다”며 “개인적으론 EU가 너무 자국 이기주의에 경도돼 결정하는 것을 막고 우리도 그냥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위해 현대중공업이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불승인 취소 소송까지 법정 다툼을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사례에 EU 영향은 없을 것 = EU 불승인이 자칫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한국 고객이 주안점이므로 EU가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 건과 대한항공건은 명확한 차이가 있다”며 “가장 큰 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고객은 90% 이상이 한국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EU가 애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사례를 불승인 한 것이 ‘자국 이익’을 위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주요 고객이 한국인인 이들 항공사 사례에선 EU가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공정위에서도 조만간 심사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며 “그래도 저는 항상 조심하고 있지만 대한항공의 적극적인 대응과 더불어 공정위, 외교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도 좀 도와줘야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EU에서 빅테크를 규제하려고 했더니 미국에서 EU에 자국 기업을 위한 반론을 해줬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쌍용차 회생계획안은 철저히 채권 변제에 초점 = 한편 이 회장은 쌍용차 회생계획안 동의 여부는 채권 변제 계획에 달려있다며 에디슨모터스에 간접적인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쌍용차 회생계획안 동의 여부는 인수대금으로 채무를 어떻게 변제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산업은행이 보유한 쌍용차 채권은 모두 담보 채권이라 담보만 확보되면 동의하지 않을 유인이 없다”고 강조했다.
쌍용차는 오는 3월1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관계인 집회를 통해 채권자·주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회생계획안은 채권단 3분의 2가 동의해야 최종 인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회장은 “아직 FI(재무적투자자)가 확보되지 않은 것 같다”며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에디슨모터스가 부채를 탕감하고 나머지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하겠다는데, 이는 자기돈 안들이고 회사를 인수하는 전형적인 LBO(차입매수)”라면서 “자기돈 10원 집어넣고 회삿돈 100원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이 회장은 “에디슨모터스가 실제로 얼마의 돈을 지원하는지 신경써가며 들여다보겠다”며 “회생계획안에 대한 동의 여부는 에디슨모터스의 사업계획에 대한 판단과 다른 사안이고 제3자를 통한 사업계획 검증에 대해서는 아직 나온 얘기가 없다”고 일축했다.
◇KDB생명 매각 기한 재연장 시사 = 이밖에 이 회장은 “금융위 최종결정이 안났다면 당연히 최종결론을 봐야한다”며 KDB생명 매각 기한을 재연장할 것임을 시사했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우선협상대상자인 JC파트너스 측에 시간을 주겠다는 의미다.
산업은행은 2020년 12월 JC파트너스와 KDB생명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조율을 이어왔으나 1년 넘도록 거래를 종결짓지 못하고 있다.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탓이다.
이에 산업은행은 지난해말 JC파트너스와 협의를 거쳐 KDB생명 매각기한을 오는 31일까지로 재연장한 바 있다.
다만 산업은행으로서는 또 다른 매각 주체인 칸서스자산운용을 설득하는 게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칸서스자산운용 측은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을 인수하기로 약속한 기한이 지난해말 종결됐음에도 산업은행이 임의로 시한을 연장하면서 그 효력이 상실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엔 법원에 주식매매계약 이행중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dori@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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