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호남 지지율 60%대 갇힌 사이 윤 10% 넘어20대 민주당에 반감 강해···"2030 남성에 공격적"50대 이상 이재명 지지···"능력 검증, 개혁 적임자"전문가들 "호남 흔들리면 전국 민주당 민심 흔들리는 것"
◇ '흔들리는 호남' 진원지는 20대 =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전날 설 귀성 인사를 위해 서울 용산역을 찾았다. 용산역은 호남고속철도가 출발하는 곳으로, 서울과 호남의 민심을 잇는 철도선이다. 최근 흔들리는 호남 민심에 민주당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4~26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를 보면 호남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47%로 일주일 전 67%보다 20%포인트나 급락했다. 그 사이 윤 후보는 전주 조사보다 6%포인트 오른 14%를 기록했다.(표본오차 신뢰수준 95%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후보가 설 연휴 직전 일정을 바꿔 지난달 27일 광주를 방문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호남 민심 '균열'의 진원지는 20대다. 실제 인터뷰한 광주 지역 20대들은 '페미니즘'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내로남불'에 강한 반감을 보였다. 취업 준비생인 안모씨(28)는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가장 먼저 '남성에 대한 공격'을 꼽았다. 안씨는 "현재 민주당에서 사용하는 표현들이 20대 30대 남성들에 대한 공격적 모습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후보 공약과 반대되는 여가부의 확장이나 여성만을 위한 혜택 등은 성 평등을 위시한 명백한 여성우월주의적 시각에 입각한 정치적 산물"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이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과 '형수 욕설' 논란도 언급했다. 그는 "영화 '아수라'에 나오는 것처럼 관련 인물들이 모두 터무니없이 사망한 것에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또 형수와의 전화통화 내역 역시 본인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통화 내용은 언론에 내비치지 않으면서 이를 물타기 위해 정면돌파 하고, 반성하는 것처럼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친숙한 모습을 쌓는 것이 전혀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안씨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꼽았다. 안씨는 "현재 여성가족부의 대다수의 업무는 다른 부처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며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여성가족부의 소비내역은 매우 처참할 정도로 비합리적이었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김모씨(27)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함께 해결되지 않은 채로 관련 인물들이 죽어나가는 게 굉장히 미심쩍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김씨는 "유력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선택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정치적 선택은 선악이 아닌 호불호로 나뉜다는 걸 이번 대선을 통해 많이 느꼈다"고 했다.
물론 이 후보를 찍겠다는 20대들도 있다. 하지만 앞선 김씨의 경우처럼 '최선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이재명'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지난해 제대한 이모씨(21)는 "이재명이나 윤석열 모두 나라를 망하게 할 것 같다"면서도 "그중에 이재명 후보가 덜 망하게 할 것 같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이씨는 "주위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다 비슷한 이유로 이재명을 찍겠다고 말한다"고 했다.
중학교 교사인 정모씨(여·28)도 "이재명이나 윤석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두 사람 모두 악인같은 이미지다"며 "하지만 이재명이 덜 나쁜 사람 같아 찍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역시 중학교 교사인 김모씨(28)는 "이재명과 윤석열 가운데 그나마 이재명이 차악인 것 같다"면서도 "나중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이 대표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비해 부모 세대인 50대 이상에서는 이 후보를 향한 견고한 지지를 보였다. 이들은 '그래도 이재명'이라며 이 후보 개인 능력에 호감을 보였다. 건축전기설비기술사인 장모씨(52)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풍부한 행정 능력을 들었다. 장씨는 "성남시장과 겅기도지사를 하면서 스마트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며 "대통령이라면 이런 경력이 중요하다. 윤석열 후보는 정치를 해본 적도 없고 행정 경험이 없어 능력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여·53)도 "이재명은 행정 업무 능력이 검증됐고, 개혁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후보 자체와 민주당에 대한 믿음이 아직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이씨는 "평생 검사로 살면서 청렴하지 않을 것 같다"며 "말하는 거나 행동을 보면 자기중심적이고,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 72세인 박모씨는 이 후보의 '개혁성'을 높이 샀다. 박씨는 "혁신적인 대통령이 나와 적폐청산을 계속해야 한다"며 "기득권인 재벌, 판·검사 등에 대한 개혁으로 사회의 부정부패를 청산할 적임자가 이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후보에 대해선 "발표한 모든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진실이 하나도 없는 위선자로 보인다"고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런 세대 간 대선 후보 양극화는 여론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가 뉴스1·전남매일·남도일보 의뢰로 지난달 24∼25일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를 보면 전체 지지율에서는 광주는 이재명 62.2%, 윤석열 16.6%, 전남은 이재명 69.4% vs 윤석열 12.8%로 나타났다.
하지만 범위를 20대로 좁히면 상황이 다르다. 30대부터 70대 이상에서는 모두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가운데 20대에서 광주는 이재명 34.1%, 윤석열 27.3%였고, 전남에서는 이재명 34.6%, 윤석열 29.5%로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내 줄어들었다. 범위를 20대 남성으로 더 들어가면 광주는 윤석열 40.1%, 이재명 30.1%, 전남은 윤석열 46.7%, 이재명 28.6%로 뒤집히는 결과가 나왔다.
◇ '호남이 흔들리면 서울이 흔들린다' = 호남 지지율 구성의 변화는 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선에서 호남 지지율은 서울 지지율과 동조화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호남의 위기는 서울의 위기인 셈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맡은 노웅래 의원은 지난달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호남 지지율은 서울과 동조화되는 현상이 있다. 보통 빛의 속도로 동조화가 된다"며 "호남이 나빠지면 서울이 확실히 나빠진다"고 우려했다. 노 의원은 "서울에서 5%포인트 정도 이겨야만 선거에서 이겼다. (이를 통해) 지방에서 지거나 우리가 고전하는 걸 상쇄했다"며 "지금 호남에서 85%가 안 나온다면 당연히 서울에서 더 나오든지 부산에서 더 나오든지, 안동 출신 후보니까 경북에서 더 나와야 된다"고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20대에서 시작된 민주당 지지율 균열에 대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 원장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미 변화가 세게 불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2030대가 중심"이라고 했다.
최 원장은 "호남 민심은 호남 지역만의 민심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호남인들 사이에서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상당히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될 민심"이라며 "호남 민심이 흔들린다는 것은 전국적인 민주당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방이 흔들리고, 기둥이 흔들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뉴스웨이 문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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