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 거절에 불성실공시·배임·횡령·4년 연속 적자까지 상폐 결정 이후 개선기간···새 주인 앞세워 경영정상화 '속도'본업 수익성 한계에 신사업도 실종···거래재개 가능성 낮아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츠로시스는 지난달 6일 감사의견 관련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됐다. 이에 대한 개선기간은 오는 7월 13일까지였지만 지난 6일 제출된 반기보고서에서 감사의견 '적정'을 받아내며 기업심사위원회의 상장폐지 심의를 피했다.
비츠로시스는 앞서 지난 2019년 11월 15일 '자본잠식률 50% 이상' 등의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2021 사업연도 반기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이 '의견거절'되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었다.
2019년 당시 회계감사인인 한미회계법인은 자본잠식률이 93.2%에 달하는 비츠로시스가 계속기업 존속능력이 불확실하다고 보고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3월 결산법인인 비츠로시스는 2019년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영업손실 74억원, 당기순손실 101억원을 기록했고 전체 자산 789억원 가운데 771억원이 부채로 잡혔다.
지난해 반기보고서의 감사의견이 또 거절된 이유는 회계감사인(안진회계법인)이 감사절차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공받지 못해서다. 당시 비츠로시스는 반기연결 재무상태표, 재무제표의 주석 등을 회계법인에 내지 않았고, 결국 감사보고서가 아닌 검토보고서만 거래소에 제출했다. 비츠로시스의 반기보고서는 2개월이 지나서야 '감사의견 적정'으로 수정됐다.
2020년 2월에는 대출 원리금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수차례 지정되며 3200만원의 제재금도 떠안았다. 당시 1년 누적 부과벌점은 40.2점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기준인 15점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1월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최대주주와 대표이사들이 60억원 규모의 배임혐의에 연루되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더 추가됐다.
이에 거래소는 지난해 1월 26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비츠로시스에 대한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기심위에 이어 심의를 진행한 코스닥시장위원회도 2월 16일 비츠로시스에 대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비츠로시스의 이의신청에 따라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한 상태다.
비츠로시스는 2020년 4월 회생계획 인가와 최대주주(㈜브이에이치1) 변경 이후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브이에이치1은 70억원을 들여 비츠로시스의 지분 44.71%를 사들였다. 브이에이치1은 우수정기가 비츠로시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2020년 10월부터 비츠로시스의 경영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기재 대표는 우수정기의 대표이사다. 이 대표는 우수정기, 브이에이치1, 비츠로시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한 뒤 세 차례나 감자를 결정하며 자본잠식을 벗어나는 데 주력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분할을 통해 회생절차를 담당할 회사(비츠로자산관리)도 만드는 등 신속한 경영 정상화에 의지를 보였다.
2020년 5월부터 세 차례의 무상감자와 5번의 유상증자를 거친 비츠로시스는 회생계획안 인가 이후 약 5개월 만에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특히 지난해 6월 기준 자본잠식률을 44.85%까지 내리면서 자본잠식도 해소했다.
최근 영업상황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비츠로시스의 영업적자(연결기준)는 1분기 14억원에서 2분기 9억원으로 줄었고, 3분기 흑자전환(1억원)에 이어 4분기엔 9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앞서 발생했던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사건도 증거불충분으로 종결되며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비츠로시스는 최근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관리종목 지정사유 추가가 유력했다. 2018년부터 매년 수십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내며 상장폐지 가능성을 키웠지만 일단 반등엔 성공한 모습이다.
열악했던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개선하며 급한 불을 끈 모양새지만 항후 해결과제도 산적해 있다.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는 본업 대신 신사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거래재개는 어려울 것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자동제어시스템 전문 제조업체인 비츠로시스는 전력분야의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해 정부‧공공기관, 대형건설사, 지방자치단체 등에 납품하고 있다. 문제는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2020년 6월 15일 해제)되면서 고객인 관급 기관과 계약을 맺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스마트 인프라' 사업을 전면에 내세워 한국판 뉴딜정책의 수혜주로 꼽혔던 비츠로시스는 관련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등 스마트시티 구축사업에 대한 기대를 모았지만 최근 계약실적은 '스마트'와 거리가 먼 저압전자식전력량계, 전철 제어반 등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비츠로시스의 목적사업은 무려 145개에 달한다. 전기차 배터리 및 충전소 사업, 자율주행차 센서‧무인항공기 제조, 신재생 에너지‧수소 관련 사업 등을 내걸었으나 실제 추진될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비츠로시스는 현재 감사의견 거절 관련 상장폐지 사유에선 벗어났으나 코스닥 상장규정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를 추가로 얻었다. 이미 1년 전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에 대한 개선기간이 부여돼 있어 오는 3월 26일 이후 거래재개 및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비츠로시스의 최대주주인 브이에이치1은 인수 이후 유상증자와 무상감자를 거치면서 지분율이 27.82%로 감소했다. 이 밖에 주요주주로는 모네타자산운용(23.8%), 우수정기(9.51%), 케이클라비스 메타 세컨더리펀드 제일호(7.95%), 부산은행(5.57%) 등이 있다. 비츠로시스의 소액주주는 총 1만3855명이며, 전체 지분의 13.19%를 차지한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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