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출범 후 '라이프플래너'로 눈도장 '스마트폰 보험 설계 시스템' 론칭 호평도KB생명과 통합···자산 34조 대형 생보사로
KB금융은 14일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의 통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반기 중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통합 생명보험사의 사명을 결정하고, 세부 작업을 거쳐 내년 초엔 통합 법인의 문을 연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합병 방식이 공개되진 않았다. 다만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 방식을 돌아봤을 때 이들도 마찬가지로 'KB' 브랜드를 지닌 KB생명이 남고, 푸르덴셜생명은 청산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또 두 보험사 모두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인 만큼 합병비율만 결정되면 양사의 통합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푸르덴셜생명은 1989년 미국 글로벌 보험사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전액출자로 출발한 보험사다. 국내에 진출한 첫 번째 외국계 보험사로서 눈길을 모았던 푸르덴셜생명은 KB금융 자회사로 편입된 지금까지도 종신보험 상품을 중심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으며 중위권 보험사로서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이란 브랜드를 시장에 각인시킨 것은 '라이프플래너'였다. 이 회사는 1991년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4년제 대졸 남성 위주의 대면판매 조직인 라이프플래너를 양성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보험설계사는 지인에게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직업이란 인식이 팽배하던 시절, 푸르덴셜생명은 전문인력을 앞세워 종신보험과 건강보험 등 보장성 상품을 판매하며 덩치를 키웠다. 특히 라이프플래너 제도는 당시 많은 보험사가 벤치마킹했을 정도로 이상적인 영업 전략으로 주목 받았다. 보험영업사원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푸르덴셜생명은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갔다.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2000대 초반 라이프플래너 전원을 위한 개인 홈페이지를 마련함으로써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2010년엔 보험업계 최초로 스마트폰 기반의 보험 설계와 소비자 관리 시스템도 선보였다.
그 결과 푸르덴셜생명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설계사 중심의 영업망에 강점을 지닌 보험사로 이름을 올렸다.
다른 보험사와 비교해 설계사의 이탈도 적은 편이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작년 상반기 20개 생명보험사 설계사의 13개월차 평균 등록 정착률은 41.5%였는데, 푸르덴셜생명은 49.6%로 평균치를 상회했다. 13개월차 등록 정착률은 1년 이상 정상 영업하는 설계사 비율을 뜻한다.
푸르덴셜생명은 KB금융에 13번째 자회사로 합류한 이후에도 알짜 계열사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33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국민은행(2조5908억원) ▲KB증권(5943억원) ▲KB국민카드(4189억원)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수익을 그룹에 안겼다.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 보험사는 34조원의 총자산을 갖춘 업계 7~8위 생보사로 새롭게 도약한다.
KB금융 측은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통합으로 양사의 판매 채널이 결합됨에 따라 소비자와의 접점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덧붙여 차별화된 상품과 상속·노후 설계, 가업승계 자문 등 프리미엄 종합금융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양사는 영업 지원, IT, 자산운용, 회계, HR 등 여러 부문의 공동 운영을 통해 '원펌(One-firm)'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면서 "연말까지 통합 관련 절차를 순조롭게 마무리 짓고 소비자 중심 리딩 생명보험사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을 잘 마무리해 소비자, 주주, 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가치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업무공간과 IT통합 등 물리적인 통합뿐 아니라 양사간 서로 다른 기업문화의 융화, 직원간의 화합 등 화학적 결합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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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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