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2위 '진로' IMF 이후 2005년 하이트맥주에 인수2011년 사명 바꾸며 초대형 주류기업 '하이트진로' 출범'카스'에 10여년 간 밀리다 '테라' 이후 맥주까지 동반 성장
'하이트진로'는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지난 2010년 합병하면서 출범했다. 이후 2011년에 사명을 하이트진로로 변경했다. 합병 과정에서는 진로를 존속법인으로 하이트맥주를 소멸법인으로 하면서 하이트맥주 법인이 사라졌다.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해 피인수기업은 진로였는데, 진로가 존속법인이 된 이유는 진로의 역사가 더 길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의 역사를 짚어보려면 '하이트맥주'와 '진로'를 모두 들여다 봐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진로, 재계 22위에서 하이트맥주에 인수되기까지 = 진로는 1924년 순수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진천양조상회로 출발했다. 1965년부터는 제조방식을 증류식에서 희석식으로 바꾸고 1973년 국내 주류업계 최초로 연구소를 세운 뒤 2년 후 '진로'로 사명을 바꿨다. 영국 UDG와 합작해 위스키 '진로유나이티드디스틸러스(JUD)를 세우고 대선주조로부터 샴페인 '그랑주아'를 인수하는 등 주류 사업도 확장했다.
창업자 2세인 장진호 회장이 취임하면서 진로그룹은 소주 사업을 넘어 유통과 건설, 유선방송 등 여러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다. 진로그룹은 성장을 거듭하며 한때 재계 22위까지 도약하는데, 1997년 IMF와 함께 위기를 맞았다. 무리한 사업확장이 독이 된 것이다. 수많은 계열사를 팔았지만 2004년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05년 결국 매물로 나오게 된다.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한 것이 바로 그때다.
당시 진로 인수전에는 롯데와 두산, CJ 등 대기업을 비롯해 하이트맥주, 대한전선, 대상, 동원, 무학 등 총 14곳의 기업이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 시장에서는 대기업 중 한 곳이 진로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승자는 3조원이 넘는 가격을 베팅한 하이트맥주였다.
하이트맥주가 최종적으로 3조4100억원에 진로를 사들이며 국내 최대 주류기업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후 2010년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합병했는데 당시 매출액은 하이트맥주가 1조223억원, 진로가 7055억원 규모였다.
◇하이트, 진로 품으며 '초대형 주류회사'로 거듭나 = 하이트맥주는 1933년 국내 최초 맥주회사로 설립된 조선맥주가 전신이다. 조선맥주주식회사는 해방 후 대표브랜드 '조선맥주'를 '크라운맥주'로 바꾸고 1967년 부산에서 주정, 소주 등을 생산하던 대선발효공업 회장을 지낸 고(故) 박경복 하이트진로 명예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당시 맥주 시장은 크라운맥주가 선점한 상황이었는데, 조선맥주는 오비맥주의 전신인 당시 동양맥주와 대리점 확보를 위한 무리한 투자로 재정 상황이 악화했다. 박 명예회장은 1977년 '이젠벡' 맥주를 생산하던 한독맥주를 인수하고 사세 확장과 품질 개선에 집중했다. 이에 앞서 동양맥주는 총판제도를 도입하고 'OB' 판매에 집중하면서 크라운맥주의 점유율은 점점 떨어졌다.1980년대에 들어서 동양맥주가 'OB드라이'를 출시하자 크라운맥주도 '크라운 슈퍼 드라이', '크라운 마일드'를 연이어 출시하지만, 흥행에서 참패하고 만다.
이후 1991년 박경복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 박문덕 회장(당시 사장)이 조선맥주주식회사 사장으로 취임하고 1993년 크라운맥주를 대신할 신제품 '하이트'를 출시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하이트는 출시 3년 만에 맥주 시장 1위에 오르며 그간의 설움을 씻어냈다. 당시 박 명예회장이 1년 이상 회사 근처 여관을 통째로 빌려 합숙하며 신제품 개발에 몰두해 하이트가 탄생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1994년 진로쿠어스는 비열처리 맥주 '카스'를 출시하는데, IMF로 맥주 소비가 위축되면서 자금난이 심화한 진로그룹이 부도나고 진로쿠어스를 오비맥주(전 동양맥주)가 인수했다. 오비맥주는 2001년 두산그룹에서 벨기에 인터브루로 매각되고 진로쿠어스를 흡수합병한다.
비슷한 시기 하이트맥주도 진로를 인수한다. 맥주사업에서는 '하이트' 이후 출시한 신제품(하이트 프라임·맥스·드라이피니시)이 모두 실패하고 오비맥주가 2007년 이호림 사장을 선임하면서 'OB' 브랜드 대신 카스 브랜드에 집중하게 된다. 이후 오비맥주가 1위를 재탈환한 후 하이트진로는 2019년 '테라' 출시 전까지 맥주 사업 부문에서 내리막길을 걷는다.
◇100년 기업 2년 앞두고 직원 급여도 평균 1억 = 하이트진로 맥주 사업부문은 2014년~2019년 영업 적자를 기록했는데, 테라가 출시된 이후 1년 만에 상황이 반전된다. 2020년 매출액은 2조25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늘고 영업이익은 1985억을 기록해 123.9% 폭증했다. 당기순이익도 866억원을 기록해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74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3.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매출액은 2조2029억원으로 2.4% 올랐고 당기순이익은 70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8.2%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소비침체가 지속했지만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직원 평균 급여액은 1억원을 넘어섰다. 식음료업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은 편인데, 하이트진로가 처음으로 직원 평균 급여액 1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식품업체 1인 평균 급여는 4000만~7000만원 수준이다.
하이트진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 평균 급여액은 1억371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9973만원) 대비 3.98% 오른 수치며, 2019년 처음으로 9000만원을 돌파한 이후 2년 만이다. 급여에는 상여금·성과급·학자금 대출 지원금 등 복리 후생비가 모두 포함됐고 미등기임원의 보수도 포함됐다.
하이트진로는 실적이 안정적인 데다 복리후생이 좋아 대체로 직원들의 근속 연수가 길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평균 근속 연수는 16년으로 나타났다. 근속 연수가 길면 평균 연봉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특히 자녀 학자금 지원 등 복리후생이 좋아 퇴사율이 더 낮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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