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적자 폭↑...원자재 가격·물류비 증가 탓 차입 구조 단기화...부채의 질(質)도 하락 자급자족 수익성 확보 난항...대주주 투자 시급
고부가가치 제품군 확대 전략에도 영업 적자 폭은 되레 확대됐고, 공장 매각이 늦어지면서 수익성 및 유동성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해묵은 노사 갈등에서 비롯된 수천억원 규모의 통상임금 소송은 회사를 존폐기로에 내몰고 있다.
5일 금호타이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2조 6012억원으로 전년(2조1707억원) 대비 19.8% 증가했다. 2012년 4조원 달성 이후 9년 간 지속된 감소세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멈춰섰다. 타이어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기본적으로 판매 단가가 높은 고수익 판매 비중을 늘리면서 소폭의 반등세가 형성됐다. 앞서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2월 승용차용(PCR)과 경트럭용(LTR) 타이어 가격을 4년 만에 4~10%, 트럭·버스용(TBR) 타이어 가격을 3~7% 인상했다.
하지만 수익성 면에선 실속이 없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모처럼 올린 타이어 가격 인상분을 갉아먹은 탓이다. 실제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매출 원가액은 2조 1383억원 규모로, 이를 매출액으로 나눈 매출원가율도 82.2%에 달했다. 전년(78.2%) 대비 4%p늘어난 수치이자, 타이어 3사 중 유일한 80%대 이기도 하다.
일단 천연고무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원자재 합산 가격만 해도 1Kg 당 1만174원으로, 1년 전 대비 1898원이나 늘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가격이 1Kg 당 2054원, 2232원으로 전년 대비 328원, 369원 올랐다. 코로나 장기화로 원물 가격이 오른 데다 미국 수요 증가와 아시아 권역 공장 증설 시점이 지연되면서 출고 단가가 잇따라 상승했다. 이 외 코드(CORD)지와 카본블랙, 비드와이어도 같은 기간 각각 1Kg 당 566원, 416원, 219원 올랐다.
높아진 물류비 부담 역시 금호타이어의 수익성을 옥죘다. 전례 없는 물동량 증가에 지난해 말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 시황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5909.6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타이어는 부피와 무게 상 컨테이너선으로만 운반이 가능한 데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타이어 생산 지역이 한국과 중국으로 한정된 금호타이어의 경우 해상운임 변동 폭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계속되는 악재에 금호타이어의 영업 적자 규모는 4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배 가까이 확대됐다. 영업이익률도 -1.6%를 기록하며 2년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갔다. 수익성이 위축되면서 재무적 지표도 더 악화됐다. 부채비율은 234.3%으로 전년(229.4%)대비 상승했고, 차입금 비율 또한 154%에 달했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45.5%로, 통상 제조업에선 차입금 의존도가 30%를 넘을 경우 재무구조가 불안하다고 판단한다.
부채의 질도 떨어졌다. 총차입금이 1조9754억원으로, 1년 새 1700억원 정도 늘어난 가운데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과 유동성 장기부채가 4833억원, 2728억원으로, 같은 기간 25%, 60%씩 증가했다. 전체 차입금의 4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에 반해 현금성 자산은 3467억원에 불과하고, 기업의 여웃돈인 잉여현금흐름 역시 3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올해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문제는 올해 역시 긍정적인 영업환경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어느 하나 유리한 게 없다. 일단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원재료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금호타이어 역시 이에 맞춰 타이어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해상 운임 등을 감안하면 크게 남는 게 없다. 자동차 반도체 및 물류 대란 정상화 시점 또한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수익성 확보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올해 국내를 제외한 유럽 및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4~10% 수준의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지만, 원재료 가격 인상과 해운 운임 상승 역시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차입금 상환은 물론, 자칫 발생할 수 있는 2000억원 규모의 통상임금 소송 관련 우발 채무 대응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금호타이어의 자급자족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정 대표가 앞장서서 대주주 더블스타로부터 적극적인 투자를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블스타는 지난 2018년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서 2000억원의 투자금 지급을 약속했지만, 4년이 지나도록 단 1원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에 인수된 이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며 "투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정 대표 주도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연결고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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