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가장 빠른 시정연설여야 의원석 돌며 악수···'추경안 처리' 요청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취임 후 6일 만에 열린 첫 추경안 시정연설에서 "우리가 당면한 상황과 앞으로 새 정부가 풀어가야 할 과제를 의원 여러분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며 "지금 우리가 직면한 대내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탈냉전 이후 지난 30여 년간 지속돼 오던 국제 정치·경제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며 "정치, 경제, 군사적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지정학적 갈등은 산업과 자원의 무기화와 공급망의 블록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이러한 글로벌 정치경제의 변화는 수출을 통해 성장해 오던 우리 경제에 큰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내외 금융시장은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금융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높은 물가와 금리는 취약계층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며 "방역 위기를 버티는 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만으로도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게 치명적인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9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소상공인의 온전한 손실보상과 방역 및 의료체계 전환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난 2년간 코로나 방역 조치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우리 민생 경제는 지금 위기에 빠져있다"며 "이렇게 발생한 손실을 보상하는 일은 법치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적기에 온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렵게 버텨왔던 소상공인이 재기 불능에 빠지고 결국 더 많은 복지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명백하다"며 "구체적으로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총 24조5000억원을 투입해 전체 370만개의 소상공인 업체에 대해 최소 6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손실보상 보전금을 지원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어 "오미크론의 급격한 확산에 따른 진단 검사비와 격리 및 입원 치료비, 생활 지원비와 유급 휴가비 등에 3조5000억원을 지원할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일상 복귀를 위해 먹는 치료제 100만명분과 충분한 병상 확보 등에 2조6000억원, 마지막으로 물가 등 민생 안정을 위해 총 3조1000억원을 투입·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저소득층의 실질 구매력 보완을 위해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의 한시 긴급생활지원금을 총 227만가구에 지급하겠다"고도 밝혔다.
특히 "서민을 위한 저금리 대출 지원, 냉난방비 부담 완화를 위한 에너지 바우처, 대학생들에 대한 근로 장학금, 장병들의 급식비 인상 등 현재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을 꼼꼼하게 살펴서 지원하도록 하겠다"며 "손실보상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저소득 문화예술인, 법인 택시와 버스기사 등 총 89만명에게도 고용 및 소득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을 최대 585만명에게 추가 지원하고 농어민에 대한 생산 자금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추경에는 산불 등 재난 피해 지원을 위한 예산도 담았다"며 "정부는 산불 피해로 인한 이재민들께서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코로나19 대확산세를 맞이한 북한에 백신과 의료품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남북 관계의 정치, 군사적 고려 없이 언제든 열어놓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며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기구, 보건 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 안보에 대해서는 "북한은 날이 갈수록 핵무기 체계를 고도화하면서 핵무기 투발 수단인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속 이거가고 있는 등 더욱 엄중해지고 있다"며 "형식적 평화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남북 간 신뢰 구축이 선순화하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우리는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연금·노동·교육 등 3대 분야의 개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지금 우리가 직면한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가 미루어 놓은 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서는 극복하기 어렵다"며 "지속 가능한 복지제도를 구현하고 빈틈없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려면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협치도 거듭 강조했다. 민생 안정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이번 추경안은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과 서민 생활의 안정을 위한 중요한 사업들을 포함하고 있다. 민생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추경이 이른 시일 내 확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특히 "추경안 뿐 아니라 다른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께서 깊은 관심을 갖고 도와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오늘 이 자리가 우리의 빛나는 의회주의 역사에 자랑스러운 한 페이지로 기록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오는 21일 열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해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 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와 탄소 중립 등 다양한 경제 안보에 관련된 사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무리한 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 등과 함께 본회의장을 한 바퀴 돌면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자리로 다가갔고, 이에 이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로 인사를 받았다.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 연설 후 여야 의원석에 걸어가 인사를 나눈 것은 이례적인데, 윤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다가가는 모습을 본 국민의힘 의원들은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본회의장을 빠져 나와 취재진을 만나 민주, 정의당 의원들과도 악수를 나눈 배경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부와 의회 간 관계에서 여야가 따로 있겠나"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회에 와서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것이 민주주의와 의회주의가 발전해 나가는데 한 페이지가 되기를 저도 바라고, 개인적으로도 아주 기쁘고 영광스러웠다"고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을 한 소감을 털어 놓았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들께서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퇴장하지 않고 야당 의석을 돌아오실 때까지 남아 기다린 점에 대해 여당 원내대표로서 야당 의원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은 15분 간 이어진 연설에서 줄곧 협치를 강조했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날 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 10번, '위기'라는 단어 9번을 각각 언급하며 대내외 경제 위기 평가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야 협력을 강조했다. 연설 중간 중간 장내에서는 윤 대통령을 향한 박수가 총 18번 터져나왔다.
한편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대통령으로 취임 6일 만에 이뤄졌으며 이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시일 내 이뤄진 국회 연설이다.
뉴스웨이 유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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