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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신약 나오자 처방 트렌드 변화···'위식도역류질환' 경쟁 심화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신약 나오자 처방 트렌드 변화···'위식도역류질환' 경쟁 심화

등록 2022.06.08 15:06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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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분비억제제 약물, 기존 PPI→P-CAB제제로 변화 HK이노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중국·동남아·중남미 출시 대웅제약 펙수클루정, 하반기 출시 온코닉테라퓨틱스 신약 후보물질 임상3상 계획 승인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약물인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 계열의 신약 개발 제약사들간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HK이노엔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P-CAB계열 제품을 판매하며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두터운 영업망을 보유한 대웅제약이 올 하반기에 같은 계열의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고, 제일약품의 자회사도 P-CAB제제 기반의 신약 후보물질 임상 3상을 승인받은 상황이다.

◇40조 규모···'P-CAB'계열로 처방 트렌드 변화= 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약 40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비만, 스트레스, 고령 등으로 인한 위식도역류질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전 세계에 시장에서 PPI계열 약물의 점유율은 70~80%에 달한다. 위산분비 마지막 단계에서 위벽세포의 프로톤펌프를 차단해 강력한 위산 분비 억제가 가능하다. 다만 PPI계열 약물은 식전에 약을 복용해야 하고, 야간에 산분비가 일어나는 불편함이 있어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복용 편의성, 약효 지속성 등 PPI의 단점을 개선한 P-CAB제제가 등장하며 약물 처방 트렌드도 변화하는 추세다. 김승한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PPI와 P-CAB제제는 모두 위산억제제이지만 산을 억제하는 기전이 다르고 약효나 부작용에서 차이가 있다"며 "PPI도 1세대, 2세대가 있지만 조금 더 개량된 신약인 P-CAB의 경우 더 빠르게 작용하고, 심한 미란성 식도염 환자들에게 효과가 더 좋았다는 연구 논문이 있다. 또 식사 여부에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고 약물 상호 작용 우려도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 출시된 P-CAB제제는 간독성도 낮은 것으로 알려지지만 출시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장기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며 "현재 임상현장에서는 P-CAB제제 약물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 1위 '케이캡정', 대웅‧온코닉테라퓨틱스도 개발 나서= 국내 P-CAB제제 선두 기업은 HK이노엔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한 HK이노엔의 케이캡정(성분명 테고프라잔)은 국산 30호 신약으로, 2019년 국내에 정제로 먼저 출시된 이후 지난 3월까지 누적 2466억 원의 원외처방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해 글로벌 시장에 먼저 진입한 P-CAB제제는 일본 다케다제약의 '다케캡(성분명 보노프라잔)'이다. 다케캡은 2014년 일본에서 처음 출시돼 현재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케이캡정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허가를 획득하며 동남아 시장에 본격 데뷔했다. 케이캡이 진출한 해외 34개국 중 몽골, 중국에 이어 세번째로 받은 허가다. 회사는 필리핀에서의 첫 허가를 시작으로, 기존 수출 계약을 체결한 동남아 및 중남미 지역의 케이캡 품목 허가 및 현지 출시가 2분기 이후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케이캡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해 2028년까지 유럽을 포함한 100개국에 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케이캡정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국산 치료제는 대웅제약의 신약 펙수클루정(성분명 펙수프라잔염산염)이다. 펙수클루정도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 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의 P-CAB 제제로 지난해 12월 식약처로부터 국내 허가를 취득했다. 회사 관계자는 "펙수클루정은 올 하반기 중 출시 계획으로 잡고 있다"고 전했다.

펙수클루정 또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4월 이후 멕시코, 칠레, 에콰도르, 페루에 펙수클루정 품목허가신청서(NDA)를 각각 제출했다. 이번 NDA 제출을 통해 펙수클루정은 총 8개 국가에서 품목허가를 진행하게 됐다. 신청 국가는 브라질 및 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멕시코·칠레·에콰도르·페루 등이다. 글로벌 IMS 자료에 따르면 중남미 시장의 각 국가별 의약품 시장규모는 ▲브라질 228억 달러 ▲멕시코 85억 달러 ▲칠레 20억 달러 ▲에콰도르 17억 달러 ▲페루 10억 달러 순이다. 중남미 의약품 시장은 매년 꾸준한 성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이머징 마켓으로 주목 받고 있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추가적인 해외국가 품목 허가와 중국에서의 임상이 계획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어 펙수클루정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육성에 순항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제일약품의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도 P-CAB제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신약 후보물질인 'JP-1366'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고 최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P-CAB 제제 기반의 약물들이 소화기계 질환의 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JP-1366'의 임상3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시장 진입은 더욱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약물의 수요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여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작지 않은 시장···후발주자라도 경쟁력 있어"= 가장 먼저 시장을 선점한 HK이노엔이 국내외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업계는 신약 후발주자들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 관계자는 "P-CAB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건 유비스트 자료로도 입증이 됐다. 특히 P-CAB제제 출시 이후 PPI제제 처방이 줄고 있어 세대교체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국내 제약사들이 P-CAB제제로 시장을 선두하며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데 결코 작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에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합류하더라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대웅제약도 기존의 PPI제제 대비 뛰어난 약효를 입증한 제품을 통해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펙수클루정을 투여했을 때 비교군인 PPI제제 에소메프라졸 대비 3배 많은 환자에게서 가슴 쓰림이 개선되고 부작용 우려가 낮았다. 경쟁력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P-CAB의 선발주자인 HK이노엔은 시장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물 없이 입에서 녹는 제형인 구강붕해정을 추가로 선보였다. '케이캡 구강붕해정'은 기존에 알약을 삼키기 어려워하는 환자들이나 물을 마시기 어려운 상황의 환자들의 복용 편의를 돕는다. 국내에서는 정제와 구강붕해정 모두 미란성,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위궤양,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등 총 4개의 적응증에 허가를 받은 상황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정 출시 이후 3년 만에 구강붕해정을 추가로 선보임으로써 향후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처방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차별화 임상, 적응증 확대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케이캡만의 경쟁력을 한껏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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