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보다 하루 수익률 추종하는 단타 확산삼성전자·SK하이닉스 쏠림에 시장 수급 왜곡자본시장 선진화 위해 투자문화부터 바로 세워야

코스피가 9000선까지 급등하면서 자본시장 전반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수가 높아질수록 선진시장보다 도박장을 더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는 서킷브레이커가 모두 5차례, 사이드카는 29차례(매수 15회·매도 14회) 발동됐습니다. 과거에는 손에 꼽을 정도였던 시장 안정장치가 이제는 낯설지 않은 일이 됐습니다.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은 출퇴근길에도 점심시간에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호가창을 쳐다보며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만 쫓습니다. 기업의 미래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하루 수익률에 베팅하는 문화가 시장 전반에 퍼진 모습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는 이 같은 투자 문화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상장 한 달 만에 하루 거래대금은 10조원을 웃돌았고 전체 ETF 거래대금의 4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몸집을 키웠죠.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두 종목의 변동성은 더욱 크게 확대됐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금을 쓸어가는 동안 코스닥에서는 개인 순매도가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기존 ETF에서도 자금이 빠져나와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이동했는데요. 투자자들은 기업의 장기 성장보다 하루 변동폭이 큰 상품을 선택했고 시장의 중심도 자연스럽게 장기투자에서 단기매매로 이동했습니다.
단타는 또 다른 단타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문제가 큽니다. 주가가 오르면 뒤늦게 따라 사는 추격매수와 하락하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한꺼번에 매도하는 손절매가 반복되기 때문인데요. 시장 참여자들이 비슷한 시점에 사고 팔면서 주가는 더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단타 기회가 늘고 다시 단타 자금이 몰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깁니다.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상법 개정과 기업가치 제고 정책,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까지 전방위적인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만 바꾼다고 시장이 선진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변동성에 베팅하는 거래가 시장을 지배한다면 제도 개선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두 종목에만 수급이 집중된다면 건강한 시장으로 볼 수 없습니다. AI 투자 수혜가 전력과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장비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코스닥 성장기업으로도 자금이 흘러야 합니다.
금융당국 역시 자본시장 선진화를 제도 개선에만 맡겨서는 안 됩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변동성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장기투자를 유도할 시장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투자자가 기업의 미래를 믿고 장기적으로 자금을 맡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선진 자본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겁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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