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 올해 1분기 국내주식 수익률 -5.38% 그쳐고평가 공모주 비중 늘리고 삼성전자 등 우량주 주식 처분코스피200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 따라 기계적 매수·매도전문가 "리밸런싱은 필수···시장충격 저감 방안 고민해야" 동학개미 "국내주식 왜 처분하나···채권 비중부터 줄여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국민연금기금)는 올해 1분기 총 928조7000억원의 적립금을 쌓았지만 수익률은 -2.66%에 그쳤다. 국내주식은 무려 -5.38%의 손실을 냈고, 해외주식(-2.98%), 국내채권(-2.87%), 해외채권(-3.0%) 등에서도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민연금기금이 국내주식에서 가장 많은 손실을 입은 건 불합리한 리밸런싱 탓이라고 보고 있다. 3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주식 운용자금은 약 157조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2057조원)의 7.63%에 이른다. '큰 손'인 국민연금이 우량주를 팔고 고평가 공모주를 사들이면서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는 비판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올해 총 4조586억원 가량의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1조6383억원)과 외국인(2조6654억원)이 대거 순매도한 것과 달리 꾸준히 주식을 사들인 모양새다. 금융투자‧사모‧은행이 LG에너지솔루션의 비중을 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관투자자 전체 순매수액인 4조4277억원의 대부분을 연기금 혼자 쓸어간 셈이다.
연기금이 열심히 사들인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현재 주가는 42만2500원(9일 종가)으로, 상장 첫 날 종가(50만5000원) 대비 16.3% 급락한 상태다. 2월 7일에 기록한 고점(54만8000원)과 비교하면 22.9%나 쪼그라들었다.
연기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굵직한 IPO 대어를 사들였으나 대부분 손실을 입었다. 연기금은 지난해 8월 상장된 크래프톤에 4개월간 1조1781억원을 쏟아 부었다. 반면 크래프톤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56만7000원(종가 기준)을 찍은 뒤 27만6500원까지 추락한 상태다.
연기금이 비중을 꾸준히 늘린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1월 상장 직후 23만8500원까지 올랐던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현재 8만8400원으로 급전직하했다. 하지만 이 기간 연기금의 카카오페이 순매수액은 9343억원에 이른다. 또 연기금은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8월 상장 이후 55%나 떨어질 동안 254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신규 상장된 대형주를 매수하기 위해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기금의 삼성전자 순매도액은 무려 2조6839억원(8일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매도 포지션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연기금이 올해 약 6조원을 팔아치운 외국인투자자와 함께 '6만전자'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배경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해 약 12조4778억원을 순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에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8만원에 근접했던 주가는 지난 3월부터 6만원대에서 횡보를 거듭하는 중이다.
연기금은 패시브 전략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고평가 공모주를 사들이고 우량주를 내다 판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는 코스피200 지수를 따르고 있다. 코스피200에 새로 들어온 대형주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우량주를 팔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연기금은 코스피200과 투자 비중을 맞추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2조원 이상 매도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삼성전자의 수익률이 좋지 않아 매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대형주 매물을 쏟아내 시장에 영향을 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려면 주기적인 리밸런싱이 필요한 건 맞다"면서도 "연기금은 시장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리밸런싱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일각에선 연기금이 추종하는 코스피200의 구성종목 편입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주가 상장하더라도 편입 기준일을 6개월 이상 미루거나 편입비중을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고평가된 공모주의 거품이 걷히고 난 뒤 들어가면 투자손실을 최소화하고 수급왜곡 현상도 막을 수 있어서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애초에 국민연금기금이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팔 이유가 없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기계적으로 국내주식 비중을 낮출 게 아니라 수익률이 낮은 채권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연기금의 강한 매도세도 한 몫 했다고 본다"며 "국내 증시 부양과 투자 수익률 향상을 위해 채권 비중을 줄이고 국내주식 비중을 높이는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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