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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1년새 반토막 난 '네카오' 주가···300만 개미의 꿈도 무너졌다

증권 종목 NW리포트

1년새 반토막 난 '네카오' 주가···300만 개미의 꿈도 무너졌다

등록 2022.06.20 07:01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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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주 신저가' 네이버-카카오, 전년比 주가 반토막 수준'성장주=대박' 꿈 안고 1년새 164만명 네카오 개미 합류1년새 6조원대 순매수했지만 대부분 수익 못 보고 눈물저가매수 나서라는 증권가 "주가 바닥 칠 여지 뚜렷해"내상 입은 개미들 "물타기도 힘들다···또 속아야 하나"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1. 3년째 주식 투자 중인 40대 직장인 A 씨는 요즘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창을 열기 겁난다. 그가 담은 종목 주가 색깔이 파랗게 질렸기 때문이다.

그의 주식 투자 목록에서 유독 한 종목만 생각하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 지난해 큰맘 먹고 사들인 네이버다. A 씨는 모아둔 종잣돈 1000만원을 모아 지난해 5월 네이버 보통주 30주를 사들였다.

당시 네이버의 주당 가격은 36만원. 40만원에서 살짝 떨어진 시점이었지만 확실한 반등이 오리라 믿었다. 지난해 9월 45만원을 돌파할 때만 해도 60만원 주가도 현실이 될 줄 알았다. 그는 "3개월 만에 100만원 쉽게 벌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최고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끝없는 내리막 곡선을 타기 시작했고 A씨가 매수했던 단가 지점은 이미 오래 전에 무너졌다. 3개월 만에 100여만원을 벌었다고 쾌재를 부르던 그는 이제 물타기(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더 사들여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를 할 것인지 아니면 손절매(손해를 보더라도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2. 30대 직장인 B 씨는 카카오의 주주다. 지난해 4월 액면 분할 직후 주당 11만8000원에 카카오 보통주 20주를 샀다. 액면 분할을 단행한 종목의 절반 이상은 상승을 경험했고 워낙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카카오였기에 주가 상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B 씨의 예상처럼 카카오의 주가는 치솟기 시작했고 15만원선도 넘어섰다. A 씨처럼 B 씨도 짧은 시간 안에 100여만원의 돈을 앉은 자리에서 벌었다. 그러나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해 6월 17만원 눈앞에서 고꾸라진 후 거짓말처럼 주가가 파랗게 멍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겨울 B 씨의 계좌는 본전 이하로 내려갔고 현실처럼 보이던 꿈도 신기루가 되고 말았다. 기대만큼 실망이 컸기에 아예 손절매에 나설까 생각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물러나자니 너무나 원통하다는 생각이 크다.


대한민국 양대 포털 업체이자 국내증시의 대표적 성장주 종목으로 꼽혔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주가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나란히 고점을 찍은 두 회사는 지난 17일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위의 두 사람처럼 네이버와 카카오에 투자했던 이른바 '네카오 개미'는 하루하루가 고역스러울 뿐이다. 대박의 기대가 쪽박의 절망으로 바뀌면서 300만 네카오 개미는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 것인지 앞길이 막막하다.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의 사업 성장률이 탄탄한 점을 들어 반등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으나 증권사 연구원들의 보고서를 곧이곧대로 믿는 '네카오 개미'는 보기 드물다. 그만큼 내상이 크다는 증거다.

1년새 반토막 난 '네카오' 주가···300만 개미의 꿈도 무너졌다 기사의 사진

◇시총 3위 다투던 네카오···지금은 둘 다 5위 밖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지난해 여름 가장 뜨거운 시절을 보냈다. 네이버의 주가는 지난해 9월 6일 종가 기준으로 최고가인 45만4000원을 기록했다. 카카오의 주가도 액면 분할 이후 두 달여가 지난 6월 23일 16만9500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여름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등 내로라하던 재벌 계열사들을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 3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당시 두 회사의 시총을 합치면 140조원이 훌쩍 넘었다.

이 당시 증권사들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기록적 주가 폭등에 목표주가도 줄줄이 올려잡았다. 당시 네이버의 목표주가는 60만원, 카카오의 목표주가는 20만원이었다. 단순한 목표치였지만 주가 상승 속도가 워낙 빨랐기에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만만찮았다.

그러나 9월 이후 두 회사의 주가는 고꾸라졌다. 당시 정부와 국회가 네이버와 카카오의 골목 상권 침해와 시장 독점 우려에 대해 철퇴를 가하겠다는 규제 이슈를 들먹이자 두 회사의 주가는 빠르게 수직 낙하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들 종목을 팔고 떠난 것이 결정타였다.

지난해 12월 초 40만원대가 무너진 네이버 주가는 올해 5월 이후에는 30만원대 아래로 무너졌다. 올 초 액면 분할 시점 주가(11만1600원)까지 떨어진 카카오의 주가가 마지막으로 10만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 4월 초다. 그리고 지난 17일 나란히 신저가를 경신했다.

두 회사의 시총은 쪼그라들었다. 140조원을 넘나들던 두 회사의 시총 합산은 지난 17일 기준으로 70조3493억원이다. 그야말로 반토막 신세다. 3위 경쟁을 벌이던 두 회사의 시총 순위는 나란히 5위 밑이다. 그나마 둘 다 10위권(네이버 7위·카카오 10위)에는 있다.

네카오의 폭락이 비단 두 회사의 비극만은 아니다. 자회사를 잇달아 상장시킨 카카오는 내상이 더 크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지난해 야심차게 상장했던 금융 자회사들의 주가 성적표도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던 카카오모빌리티의 계획은 아예 망가졌다. 이제는 카카오가 모빌리티 시장에서 손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폭발적 성장에 네카오 개미 1년새 2.3배 폭증
네카오 개미의 눈물이 국내증시에 적잖은 충격을 주는 것은 그들의 숫자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년간 두 회사에 투자한 소액주주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했다. '삼전개미(삼성전자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다음으로 '네카오 개미(네이버-카카오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라는 말이 쏟아져나왔을 정도였다. 성장주에 투자하면 자연스럽게 대박을 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에서 비롯된 대거 유입이었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네이버와 카카오의 소액주주 합은 127만8412명이었다. 네이버가 56만명대였고 카카오는 71만명대였다. 그러나 1년새 네이버 개미는 34만명 늘었고 카카오 개미는 무려 130만명이 늘었다. 올 3월 말 기준 '네카오 개미'의 숫자는 293만4793명이다.

네카오 개미의 폭증세는 주식 순매수 흐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집계한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보면 카카오가 2위, 네이버가 4위였다. 올 상반기로만 범주를 좁히면 네이버가 2위, 카카오가 3위다.

지난 1년간 개미들은 카카오에 3조7934억원, 네이버에 2조5675억원을 쏟아부었다.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수(23조678억원)에는 못 미치는 규모지만 그래도 무려 6조원 이상의 매수가 이뤄졌다. 그만큼 두 회사를 향한 동학개미들의 애정은 뜨거웠다. 물론 대부분은 재미를 보지 못하고 파랗게 질린 모니터를 보며 눈물을 글썽여야 했다.

개미들이 네카오에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행보는 당연하게도 개미들의 길과 정반대였다. 지난 1년간 외국인은 카카오 주식 2조4879억원어치를 내다 팔았고 네이버 주식도 1조8690억원을 처분했다.

◇목표주가는 내려가는데 더 사라는 증권가
개미들의 곡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증권사 연구원들의 리포트는 미묘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목표주가는 갈수록 내려가고 있는데 그럴수록 주가를 매수하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내리고 있다. 네이버의 목표주가는 35만~40만원선, 카카오의 목표주가는 11만~12만원선까지 내려왔다. 이 수치는 1년 전만 해도 이들 회사의 실제 주가였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각각 40만원과 12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한다"면서 "목표주가를 내려 잡은 것은 글로벌 동종업계의 주가 하락으로 검색 플랫폼과 커머스 부분에 적용하던 가치 평가를 하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두 회사에 대해서는 나란히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실적 성장률의 둔화를 우려할 상황이 아닌데다 고정비 증가율 둔화로 실적의 체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호재 때문이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를 기점으로 성장률 하락 추세 기조는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주가 가치평가는 현재가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시점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바닥을 치고 올라갈 여지가 분명하다"고 짚었다.

반등 여지가 있는 만큼 저가매수의 매력이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미 막대한 손실을 본 네카오 개미 처지에서는 마음이 복잡하다. 그야말로 시련의 여름인 셈이다.

네이버 개미 A 씨는 "'또 한 번 속아본다'는 마음으로 물타기에 나서자니 시장의 여건이 너무나 나쁘고 과거의 상처가 너무나 쓰라리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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