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기술 보유기업 육성 위해 1030억원 펀드 조성솔루션·에너지·임팩트, 총 250억 출자···건설도 참여'친환경 에너지' 사업 연관성 고려하면 예고된 행보김 사장 영향력 작용하는 3사, 경영 승계 핵심 발판잡음 최소화 위해 선제적인 ESG 경영 동참 해석도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15일 그린에너지와 탄소중립 분야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스마트한화KDB경기탄소중립ESG펀드'(ESG펀드)를 조성했다. ESG펀드는 지난해 5월 그룹과 산업은행이 체결한 5조원 규모의 '그린에너지 육성 산업·금융 협력 프로그램' 협약의 일환이다.
양사간 금융협력은 산은이 그룹에 향후 5년간 최대 5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 그룹이 이를 친환경 에너지 분야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 시설투자,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그룹은 저탄소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산은과 약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연내 조성하기로 했다. ESG펀드 결성 시기는 계획보다 다소 늦어졌지만, 화학 계열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목표 금액을 쉽게 달성했다.
ESG펀드 운용사(GP)는 한화투자증권이다. 그룹에서는 4개사가 유한책임조합원(LP)으로 참여했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임팩트는 각각 1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고, 한화에너지는 50억원을 넣는다. 또 화학사는 아니지만 한화건설이 50억원을 마련했다. 이 외에도 한국모태펀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신한자산운용, KB캐피탈이 참여하면서 펀드 규모는 총 1030억원으로 늘었다. ESG펀드는 오는 2030년 7월14일까지 8년간 운영된다. 출자 금액을 일시에 납입하는 것이 아닌, 약정한도 내에서 수요가 있을 때마다 필요한 자금만 투입하는 '캐피털 콜' 방식으로 진행된다.
업계에서는 ESG펀드 태생을 고려할 때, 한화 화학사들의 출자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분석한다. 실제 작년 협약식에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비롯해 정인섭 한화에너지 대표, 박승덕 당시 한화임팩트 대표(현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전략총괄임원), 최광호 한화건설 대표이사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참석한 바 있다.
당시 김 사장은 "한화그룹은 그린에너지 사업 모델 고도화와 차세대 신기술 발로 글로벌 그린에너지 리더로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겠다"면서 "유망 중소·중견 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함께 멀리'의 발걸음은 국내 그린에너지 생태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 화학사들이 김 사장의 경영승계 발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펀드를 향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사업적 연관성만 따져볼 게 아니란 주장이다.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인 김 사장은 사내이사로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한화솔루션 성과는 김 사장의 경영능력으로 직결된다. 한화에너지는 김 사장과 두 동생들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너지 자회사인 한화임팩트는 풍부한 현금력을 갖춘 만큼, 오너 3세 실탄 쌓기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더욱이 ESG경영은 안정적인 승계 작업을 이끌어 갈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ESG경영은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책임경영을 통한 ESG경영 실천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과 환경친화적 경영, 사회 환원도 필수적이다. 김 사장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닿는 계열사들이 주도적으로 ESG경영에 동참하며 승계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시장 안팎의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가 비상장사임에도 불구, 폐쇄적인 경영환경을 탈피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적극적으로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화에너지는 2020년 그룹 비상장사 최초로 사외이사를 선임했고, 한화임팩트도 올해 4월 사외이사 2인을 신규 발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펀드 출자는 에너지 신사업 강화와 ESG경영을 모두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향후 승계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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