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보다 많은 920억원 확보···새 주인 만난 뒤 신사업 '가속'상장폐지 위기 극복하며 '구사일생'···기업가치 재평가 기대악화된 재무구조는 부담···지분가치 희석에 오버행 가능성도 전문가 "지나치게 많은 메자닌 발행은 악재···투자 신중해야"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성안은 지난 3일 전 거래일 대비 3.66% 상승한 1020원에 마감했다. 지난 6월 4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던 성안은 지난 1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7월 중순부터 급등세를 이어왔다.
한국거래소는 성안이 최근 1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며 과열양상을 보이자 이날 투자주의종목(투자경고 지정예고)에 지정했다. 투자주의 지정 여파에 장 초반 900원대로 떨어졌던 주가는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이면서 1000원대의 종가를 사수했다.
성안에 등을 돌렸던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온 건 지난 1일 공시한 신규 자금 조달과 신사업 추진 소식 때문이다. 이날 호재성 공시가 동시에 쏟아낸 성안은 장중 한때 1225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갱신하는 등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안은 다음달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목적사항 추가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다. 성안의 신규사업은 키오스크 제조 및 판매업, 키오스크 렌탈 및 유지보수업, 키오스크 시스템운영 및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 키오스크 관련 사업이다.
성안은 신사업 추진을 위해 2건의 전환사채(CB)와 1건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정했다. 총 750억원 규모에 달하는 메자닌 채권은 모두 개인주주가 채권자이며, 이자도 발생하지 않는다. 채권자들은 성안의 주식을 얻기 위해 내년 하반기 주식전환과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성안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17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대상자는 대호테크놀러지와 CB 채권자 이상희 씨이며, 신주 발행주식은 각각 보통주 1631만3213주와 1141만9249주다. 이렇게 성안이 새로 끌어오는 자금은 총 920억원으로, 시가총액(570억원)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대호테크놀러지는 임시주총에서 성안의 새로운 최대주주 자리에 앉을 예정이다. 기존 최대주주인 박상태 대표 외 8인이 보유주식 1780만5480주(31.32%) 전량을 약 250억원에 매도하는 방식이다. 대호테크놀러지는 배현중 대호에이엘 회장이 소유한 대호하이텍(비상장사)의 100% 자회사다.
성안은 최대주주 변경과 신사업 추진으로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안은 자회사(성안합섬)에서 200억원 가량의 횡령 사건이 벌어지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기업이다. 매년 계속된 적자행진으로 재무건전성도 매우 악화된 상태다.
이에 따라 성안은 지난해 3월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뒤 올해 4월 13일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특히 박 대표의 동생이자 성안의 2대주주인 박상원 부사장은 횡령 사실을 공시하기 전 보유지분 일부를 매도하면서 내부정보이용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특히 성안의 올해 1분기 기준 자산총계는 1410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부채는 1093억원에 달한다. 317억원에 불과한 자본총계는 자본금(284억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재무구조 개선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성안의 연간 영업손실액은 2017년 50억원, 2018년 108억원, 2019년 130억원, 2020년 273억원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지난해 4분기엔 반짝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적자 폭을 줄였지만 올해 1분기엔 다시 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횡령 사건 여파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던 성안은 공장 부지와 오피스텔을 매각해서 유동성을 확보했고 사외이사 교체와 흑자 전환 등 개선계획을 이행하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모습이다. 새로운 최대주주는 수익성이 낮았던 기존 의류사업 대신 키오스크 사업에 신규 자금을 집중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대규모 자본확충으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유상증자는 자금 수혈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단기 주가급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식 총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악재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주식 전환이 유력한 대규모 CB 역시 향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자들이 주식 전환 이후 엑시트를 위해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일반적으로 펀더멘털이 약한 종목의 오버행 리스크는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메자닌 채권은 재무구조가 열악한 중소형 상장사들이 저렴한 비용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주식 전환 이후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되고 오버행 우려에 따른 주가 하락 가능성이 있으므로 메자닌이 지나치게 많이 발행된다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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