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노조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 진행통화정책‧대외활동 등에서 높은 평가 받아사상 초유 '빅스텝' 밟는 등 물가안정 최선과감하고 직접적인 소통···시장 불확실성 최소화반면 내부경영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조직혁신‧전문성 강화 인사했지만 여전히 미흡
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 노동조합(노조)는 지난 8월1일부터 12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설문조사는 이 총재 취임 이후 100일 간 동안의 업무를 평가한 것으로 통화정책과 대외활동, 내부경영 등에 대해 물었다.
통화정책과 대외활동 등에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A등급 이상의 평가가 많았는데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에 적절한 통화정책을 운용했다는 평가다.
이 총재 취임 이후 경제 상황은 글로벌 공급 차질과 국제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사태 등 불확실성이 심화하며 녹록지 않았다.
특히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은의 전망치를 훌쩍 넘어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5월 전년 동기 대비 5.4% 상승하더니 6월 6.0%, 7월 6.3%까지 치솟았다. 두 달 연속 6% 이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23년 8개월 만이다.
여기에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우려 수준으로 올랐다. 지난 7월 기대인플레이션은 4.7%로 전월 대비 0.8%p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 기록을 썼다. 8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3%로 0.4%p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임금, 가격, 투자 결정 등에 반영돼 실제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개인은 임금 상승을 요구하고 기업들은 임금 인상 부담으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올리면서 다시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인플레이션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7월 한은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밟았다.
당시 이 총재는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물가와 임금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기대 심리를 낮췄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물가를 잡지 못하면) 뒤에 더 큰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금리를 통해서라도 오름세 심리를 꺾는 것이 거시적으로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시장과의 소통에서도 이전 총재와는 다르게 과감하고 명확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7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향후 기준금리는 연말까지 빅스텝보다는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며 향후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해 언급했고 "연말 기준금리가 2.75%~3.0%에 도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은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통해 전망치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도 나왔다.
반면 내부경영에 대한 아쉬움은 상대적으로 컸다. 인사에 대한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은데다 직원 처우 등의 부문에서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이루어진 정기 인사 결과를 두고 2급 이상 인사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조금 더 높았지만 그 이하 인사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소폭 높았다.
이 총재는 지난 6월 조직혁신안을 발표하고 조직문화 개선을 꾀하고 있다. '계급장을 떼고 소통하자'고 밝힌 그는 혁신안에 총재와 부총재의 권한 하부로 위임, 정보공유 활성화를 통한 소통 강화, 전문성 제고, 지역본부 경쟁력 강화, 직원 평가제도 개편 등을 담았다.
지난달 이루어진 하반기 정기인사에서는 정보기술(IT) 분야의 발탁인사와 국제국, 결제국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부서 인사가 이뤄졌다. 주연순 국장은 IT 전공자 중 최초의 부서장으로 줄곧 IT전략국(前 전산정보국)에 근무하면서 행내 IT 활용 및 디지털 전환을 주도했다. 이한녕 금융결제국장(前 금융결제국 결제정책팀장) 역시 장기간 금융결제국에서 실무책임자, 팀장, 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전문성을 쌓아온 금융결제 전문가다.
한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달 인사에서 IT부서 출신 국장이 승진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전과 비교해 조직이 변화하고 있지만 '회전문 인사'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어 아직도 직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올해 연봉 인상률이 1.2%로 결정됐다. 당초 예상치인 0.9%보다는 소폭 올랐지만 지난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에 따라 삭감한 임금을 회복하지 못했다. 남은 삭감분은 3%이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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