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금통위서 '빅스텝' 밟을지 관심가계부채·경기 침체 등 가능성 낮아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는 오는 8월25일, 10월12일, 11월24일 등 총 3차례 남았다. 한은이 0.25%포인트(p)씩 세 차례 모두 인상하면 기준금리는 3.0%가 된다.
시장에서는 6%를 상회하는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전망을 바탕으로 한은도 연말까지 2.75~3%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시장이 생각하는 2.75~3% 수준의 기준금리는 합리적"이라고 언급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제는 한미금리 역전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는 27일(현지시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해 2.25~2.5% 수준으로 올렸다. 한국의 현재 기준금리를 2.25%로 금리차가 역전된 건 2020년 2월 이후 약 2년5개월 만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장 한미 금리역전으로 우려됐던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7월 들어 외국인 증권자금이 주식·채권 모두 순유입세인 점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함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1990년대 이후 과거 세 차례 한미 금리 역전기 모두 주식, 채권 자금을 모두 합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순유입세를 기록했다. 한미 금리 최대 역전폭 기준으로 150bp까지 벌어졌던 외환위기 당시(1999년 6월~2001년 3월)에도 총 169억달러의 증권자금 순유입을 기록했다.
다만 대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여전히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도 남아 있어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의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이 달에 이어 추가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가계부채 이자 부담 증가와 이에 따른 소비 위축,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미국 연준의 대응에 따라 적정한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가구당 292만원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미국의 향후 적정 기준금리를 3.12%로, 한국은 3.65%로 잡은 시나리오에 따른 계산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보다 기준금리가 1.4%포인트 오르고, 가계대출 금리는 1.65%포인트 상승한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34조1000억원, 가구당 이자부담은 292만원씩 늘어날 것이란 계산이다.
여기에 당장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7% 올라 시장 예측(0.3~0.4%)을 웃돌지만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물가 급등 등으로 수출과 소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다만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되거나, 이와 달리 경기 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입장을 바꿀 정도로 큰 변화가 없다면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낮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전날(27일) "7월 금통위 이후 크게 달라진 상황은 없다"면서 "지금으로서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 경로를 이어가는, 기준금리의 점진적 인상이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의 고점이 언제 일지는 예상할 수 없다"면서도 "물가의 상승압력이 지속되는 동시에 성장의 하방압력이 확대되면서 성장-물가간 '트레이드 오프'(상충) 관계가 심화된다면 정책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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