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가스를 비싸게 사와 저렴하게 팔면서 떠안은 손실이 5조원을 넘어서자 정부가 도시가스 요금 인상 방침을 정하고 현재 내부적으로 인상 폭을 협의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력공사의 올 연간 적자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전기요금 인상 요인도 쌓이고 있어 공공요금발(發) 물가 상승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29일 정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10월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기로 하고 기획재정부와 인상 수위를 논의하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은 발전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단가인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와 도소매 공급업자의 공급 비용 및 투자 보수를 합한 도소매 공급비로 구성된다.
산업부는 오는 10월 예정돼 있는 정산단가 인상 때 연료비에 연동되는 기준연료비도 함께 올릴 계획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말 정산단가를 올해만 세 차례 올리기로 확정했으며, 이 결정에 따라 이미 지난 5월 0원에서 1.23원으로, 7월 1.23원에서 1.9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오는 10월에는 1.90원에서 2.30원으로 오르는 것으로 돼 있다.
원료를 비싸게 들여왔음에도 국민 부담을 고려해 계속 저렴하게 팔면서 누적된 미수금이 1조8천억원 규모로 불어나자 가스요금 인상을 통해 손실분을 회수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가스 가격 급등으로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5조원도 넘어서자 기존 조치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소폭의 정산단가 인상만으로는 미수금 해소가 어렵다고 보고 기준원료비도 함께 올리기로 했다.
산업부는 앞서 지난 7월에도 정산단가를 올릴 때 기준원료비도 함께 인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급등한 가스 가격을 고려하면 현재 기준원료비는 절반도 못 받는 상태"라며 "10월 가스 요금 인상에 관해 기재부와 협의 중인데 미수금 해소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LNG 현물 수입가격은 t당 1천34.75달러로 지난해 동월보다 107.7%나 올라 역대 최고치인 올해 1월(1천138.14원) 수준에 근접했다. 이번 달에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더 크게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가스요금 인상을 압박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 26일 원/달러 환율은 1,331.3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보다 12.0% 올랐다.
이런 가운데 오는 10월에는 전기요금도 오를 예정이어서 가스요금과 전기요금 동시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연료비 상승을 고려해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연료비를 kWh(킬로와트시)당 4.9원씩 인상하기로 한 바 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되는데 지난달 조정요금이 kWh당 5원 인상된 데 이어 이번에는 기준연료비가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한전의 연간 적자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최근 치솟는 물가로 국민 고통이 큰 상황에서 공공요금을 큰 폭으로 올리기는 쉽지 않아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 및 미수금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자 "(요금 인상은) 일정 시간을 두고 국민에게 가는 부담을 완충해 가면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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