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오 원료·제품 '자국 생산'···경쟁력 강화 및 중국 견제 나서 CMO·CDMO 산업 영향···해외 공장 없는 '삼바·셀트리온' 타격 우려중국 견제 목적일 경우 美 진출 기업엔 호재 전망도···반사이익 기대
◇바이오 원료‧제품 미 생산···경제적 파급력‧중국 견제 목적=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을 골자로 한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니셔티브를 통해 미국 전역에서 바이오제조 인프라를 구축·활성화·확보를 추진하는 한편 미국 내에서 연료 및 케미컬, 재료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행정명령은 정책 추진배경, 부처별 역할 및 후속조치사항 등 총 14개 섹션으로 구성됐고, 14일 관련 부처가 모이는 회의를 통해 각 부처별 이행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니셔티브 배경에는 바이오 기술 및 제조의 경제적인 파급력과 공급망 등에서 높은 해외 의존도에 대한 우려가 있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오 기술 및 제조의 경제적 파급력은 2030년까지 30조 달러(4경125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바이오 기술이 글로벌 산업 혁명의 정점에 있으며 다른 나라들이 바이오 기술 솔루션 및 제품을 위해 각자 포지셔닝 하는 동안 미국은 외국의 재료와 바이오 생산에 너무 크게 의존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며 "여전히 바이오 경제는 미국의 강점이기 때문에 바이오 기술과 제조에 대한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계속해서 미국의 혁신이 경제 및 사회적인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할 수 있다"며 "연방정부의 투자를 촉진해 미국 내 바이오 제조 능력과 공급망을 확장·강화하겠다"고 했다.
더불어 중국 바이오 기술의 급성장과 중국 정부의 바이오 경제 육성정책에 따른 경쟁 위협도 이니셔티브 추진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바이오 시장이다. 항암면역세포치료제(CAR-T), 유전자가위기술(CRISPR) 임상시험등록 건수에 있어 이미 미국을 추월했고, 비교적 엄격하지 않은 규제로 치료제 개발이 미국보다 활발하다.
윤정원 셀트리온그룹 홍콩법인 사장은 지난달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2(BIX)'에서 "바이오 분야에서 뒤쳐졌던 중국에서 의약품 시장이 상당히 커지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산업도 크게 발전했다"며 "특히 쓰저우, 항저우 쪽에 생산 기지들이 집중되며 바이오 의약품 개발 업체, 바이오 시밀러 개발 업체들이 확충되고 있다. 이외에도 광동지역, 베이징 남쪽 지역에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외 생산기지 없는 바이오사···'위탁생산' 사업 위기= 국내 기업들은 행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기 전까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혹시 모를 상황 변화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미국 내 바이오 제조 인프라 구축 및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세제 혜택 ▲인센티브 수준 ▲바이오 기반 제품의 구매 시 대상 제품 ▲해외 산 원료 사용 여부 등에 대한 조건에 따라 미국에 수출하거나, 미국 현지 진출을 모색하거나, 해외에서 미국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바이오산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대형 기업들의 경우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과 위탁개발생산(CDMO) 등으로 성장한 만큼 향후 사업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국내 생산 중인 미국 제약사의 의약품 위탁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기 때문이다.
시장이 커지며 신규로 CDMO 사업에 뛰어든 중소기업들도 적지 않아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 등에 따라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바이오협회의 '글로벌 주요 바이오의약품 CDMO 최근 동향'에 따르면 전체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26.8%(3400억 달러/1조2652억 달러)에서 2026년 35.5%(6220억 달러/1조7500억 달러)로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같은 기간 113억 달러에서 203억 달러로 연평균 10.1%의 성장이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100개 이상의 CDMO 기업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주 수출 규모는 지난해 4486억원으로, 전체 매출(1조5680억원)의 28.6%에 달한다. 올 상반기에는 225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9.4%를 차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 공장이 없어 지금까지 수출한 모든 제품들이 국내 생산만으로 이뤄졌다.
셀트리온도 글로벌 제약사 테바의 편두통 신약 아조비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주력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들도 인천 송도 공장에서 주로 생산 중이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따르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미국 제품명 '인플렉트라')의 경우 미국 주요 사보험사 등에 선호의약품(preferred drug)으로 등재된 이후 매분기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 6월에는 31%(심포니헬스 기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30%를 돌파하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또한 미국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원액을 생산 중이다.
원료의약품까지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한다면 생산·경영 전략 수정은 불가피하다.
바이오협회는 "12일자로 공개된 이니셔티브 및 행정명령만으로 국내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미국 정부의 R&D 투자 우선분야 선정이나 규제 개선, 인력양성, 데이터 확보‧활용‧보안 측면 등에서 정책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 인지에 따라 우리나라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행정명령에 서명하긴 했지만 아직 세부적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떤 준비를 해야할 지 판단하긴 어렵지만 상황은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진출 기업엔 호재?···"반사이익 볼 수도"=이전까지 미국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기업에게 호의적이었다. 때문에 미국 내 CDMO 생산 시설을 갖춘 기업들에게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CDMO 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뉴욕주 시러큐스에 있는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연산 3만 5000ℓ)을 인수했다. 차바이오텍은 미국 자회사인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를 통해 올해 5월 텍사스에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지를 완공했다.
이번 행정명령을 계기로 미국 정부의 지원이 늘 경우 국내 기업들의 현지 진출이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지에 생산기지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 등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 4개 지역을 신규 공장 후보지로 점찍고, 인수합병(M&A) 전략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회사 측은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면서도 "행정명령 세부 내용을 알기 전까지는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의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만큼 한국 바이오기업에게 '득'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오협회는 "미국이 새로운 바이오기술을 개발하고 바이오제조 인프라를 확대하며, 바이오 기반 제품의 구매를 확대하는 과정 등에서 우리기업의 강점이 활용되고 동맹국으로서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면 우리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바이오경제에 대한 각국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연이어 바이오경제를 위한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발표해 유럽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들도 이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 정부의 대응 지원책이 늦어진다면 우리의 바이오산업 경쟁력은 그만큼 더 뒤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이니셔티브를 바라보는 국내 시장의 시각은 크게 두 갈래로 갈리는 것 같다"며 "바이오 의약품의 모든 생산을 미국에서 한다면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행정명령의 주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수준에서 확대 해석하거나 경계하는 것은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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