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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한진칼 '경영권 방어' 미션 완료···비효율적 이사회 수술대 오르나

산업 항공·해운

한진칼 '경영권 방어' 미션 완료···비효율적 이사회 수술대 오르나

등록 2022.09.21 07:00

수정 2023.09.06 10:25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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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명, 4년만에 13명으로 2배 이상↑3자연합 견제, 매년 3명씩 이사 후보 추천이사회 구성원 수 제한 없어 비정상적 구조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이사회 규모를 축소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진칼은 최근 4년 간 외부 세력의 이사회 진입을 방어하기 위해 매년 3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해 왔다. 그 결과 현재 이사 수는 경영권 분쟁이 발발하기 전보다 2배 넘게 늘어난 총 13명이 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KCGI와 반도건설이 보유 주식을 털어낸 만큼,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이사회를 손 볼 것이란 주장이 지배적이다.

21일 한진칼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0명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의 경우 ▲조원태 대표이사 회장 ▲류경표 대표이사 사장 ▲하은용 부사장이 올라 있다. 사외이사는 ▲김석동 법무법인 지평 고문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정세 고문변호사 ▲최방길 전 한국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김효권 법무법인 퍼스트 대표변호사 ▲주인기 연세대 명예교수 ▲주순식 전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다.

한진칼 이사회 덩치가 과도하게 커졌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이는 한진칼 정관에서 이사회 정원을 제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 수는 3인 이상이면 된다. 다만 사외이사는 3인 이상으로 하고, 이사 총수의 과반수를 충족시켜야 한다. 더욱이 경제와 금융, 법률 등 이사들의 전문분야가 중복되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보수 부담도 오히려 늘었다. 2018년 사외이사의 연간 보수는 1억46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억5700만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진칼 이사회가 비정상적으로 바뀐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2018년 하반기부터 한진칼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KCGI는 대의명분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웠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태생적 한계를 고려할 때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를 띄우려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 같은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KCGI는 2019년 3월 진행된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 2인을 추천하며 이사진 교체를 시도했다. 또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석태수 당시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 저지에 나섰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진칼 측은 주인기·신성환·주순식 3인의 후보를 추천했고, 표결 결과 사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석 전 사장도 재선임에 성공했다. 이사회 규모는 전년과 동일한 6명으로 유지됐는데, 사내이사 1명이 줄어드는 반면 사외이사 1명이 늘어나게 됐다.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동맹을 맺고 세를 불렸다. 이른바 '3자 주주연합'이다. 이듬해 열린 정기 주총에서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9명 총 13명이 후보로 나왔다. 사내이사의 경우 조 회장의 재선임안과 하 부사장의 신규 선임안이 올랐다. 3자연합 후보로는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등판했고, 기타비상무이사로는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를 추천했다.

사외이사의 경우 사측은 김석동·박영석·임춘수·최윤희·이동명 5인을, 3자연합측은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이형석 수원대 건축도시 부동산학 교수·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 사람 변호사 4인을 추천했다. 표결에서 사측 안건은 100% 통과된 반면, 3자연합측 안건은 전부 부결됐다. 한진칼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8명 총 11명으로 2배 가까이 확대됐다.

지난해 열린 주총에서도 조 회장 측이 압승을 거뒀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주요 주주로 등판하면서 3자연합이 분쟁 동력을 상실한 영향이다. 이들은 이사 후보 등을 담은 주주제안을 하지 않았다. 대신 산은 측 추천 이사 후보이던 최방길·한재준 2인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김효권 1인의 이사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사회는 사외이사 3명이 추가되면서 총 14명이 됐고, 3자연합은 주총이 끝난 직후 와해됐다.

올해 주총에서는 KCGI가 단독으로 주주제안을 했다. 앞서 사외이사 후보에 올랐지만 선임안이 부결된 서윤석 교수를 다시 후보로 올린 것이다. 하지만 서 교수는 또다시 낙마했다. 반면 사측 이사 후보 전원의 선임안은 가결됐다. 한진칼은 임기가 만료되는 주인기·주순식·신성환 사외이사 3인의 재선임안과 류경표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을 의안으로 부쳤다. 석 전 사장 용퇴로 공석이 된 사내이사 1석을 류 사장이 채운 것이다. 다만 대통령 인수위원회 출신인 신성환 이사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내정되면서,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다. 결과적으로 이사회는 작년보다 1인 축소된 13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 지배력이 외부 세력 엑시트(투자금 회수)로 더욱 공고해진 만큼 이사회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업계에서는 이미 3자연합이 뿔뿔이 흩어진 지난해부터 이사회 축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KCGI는 옿해 4월 호반건설로 주식 전부를 넘겼고, 반도건설은 지난달 델타항공과 LX판토스로 보유 물량 대부분을 처분했다. 이들은 조 회장의 잠재적 우군으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는 총 7명이다. 사내이사는 조 회장과 하 부사장이고, 사외이사는 김석동·박영석·임춘수·최윤희·이동명 5인이다. 한진칼은 우선적으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를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 부사장의 경우 연말 임원인사에서 계열사 이동이 없다면 재선임안이 다뤄질 전망이다.

이사회 의장인 김석동 이사는 법률 전문가인데, 같은 기간 임기가 끝나는 최윤희·이동명 이사와 전공이 같다. 박영석 이사는 재무·금융 전문가로, 임춘수 이사와 주종목이 겹친다. 또 김석동 이사는 SK텔레콤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장을 겸직 중이다. 박영석 이사도 SKC에서 사외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현행 상법에 따라 이들은 한 차례 임기 연장이 가능하지만, 경영권이 안정화된 한진칼 입장에서 굳이 현재 이사회 규모를 유지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비용 절감과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서라도 이사회 구성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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