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풀리는 대한항공···호실적은 '기본' 아시아나 합병도 '속도'

일본, 입국전 음성확인서 면제 등 규제 완화

'알짜' 하네다 노선 보유 대한항공 수혜 기대

항공화물사업 호조, 물동량 감소에도 고수익

M&A, 2월 공정위 '조건부 승인' 후 답보상태

호주 승인으로 급물살, 현재 5개국 승인 남아

그래픽=박혜수 기자

대한항공의 기세가 남다르다. 매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해온 대한항공은 오는 3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안 답보상태이던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심사도 재개된 만큼, 나머지 경쟁당국도 승인 여부를 발표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5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오는 7일부터 3차 접종자를 대상으로 입국 전 음성 확인서를 면제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모든 입국자에게 입국 전 음성 확인서를 요구해 왔지만, 규제가 풀리면서 일본행 여객들의 부담이 한층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일의원연맹은 올해 10월 이후 한일 양국간 비자면제 조치를 되살리는 데에도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4분기부터 국제선 여객 회복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한 2020년 3월부터 2년 넘게 막혀 있었지만, 지난 6월 김포~하네다 노선이 운항을 재개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일본 하늘길 개방으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는 항공사는 대한항공이다. 일본은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의존도가 높지만,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들도 여전히 운수권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하네다 노선은 일본 노선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황금노선'으로 분류된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이동시간이 30분 이내로 짧아 접근성이 뛰어나고, 비즈니스와 관광 수요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 전일본공수가 각각 주21회의 운수권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하네다 노선은 인천~나리타 노선보다 연간 이용 여객수가 적다. 하지만 운항편수에 대입해 보면 나리타 노선보다 더 적게 운항하면서 더 많은 승객을 수송한 것으로 나타난다.

항공화물사업도 대한항공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통상 항공사들은 국제선 여객을 실어나르면서 벨리카고(하부 화물칸)를 이용해 화물을 운송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여객기 운항이 축소됐고, 화물운송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운임이 대폭 인상됐다. 대한항공은 여객기 개조 등으로 항공화물시장 선점에 성공했고, 글로벌 타 항공사들과 달리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곧이어 경쟁 항공사들은 적자를 피하기 위해 너도나도 화물사업을 강화하면서 공급이 늘었다. 또 여객기 운송 회복으로 공급이 확대됐고, 운임 역시 내림세를 탔다.

하지만 대한항공 화물사업은 여전히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물동량 감소로 수송량은 줄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과 해외 현지 공항의 극심한 혼잡,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 제한이 지속되면서 운임은 고점을 유지 중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자동차나 반도체, 전자설비 등 기반 수요와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프로젝트성 품목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화물사업 매출을 올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일본행 규제 해소가 대한항공의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화물사업 역시 고수익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국제선 여객 회복 속도는 2019년 대비 30%이고, LCC는 20% 수준"이라며 "3분기 영업이익은 화물 호실적에 여객 회복까지 더해져 컨센서스를 20% 이상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회사채 흥행은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말 항공기 리스료 등을 상환하기 위해 1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에 나섰고,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그 결과 2배가 넘는 총 3430억원이 몰렸고, 대한항공은 회사채 규모를 2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결정했다. 지난해 7월에는 산업은행, 국토교통부 등 관쳬부체와 협의를 거쳐 인수 후 통합(PMI) 계획안도 최종 확정됐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M&A를 완료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항공업계가 침체되면서 기업결합 심사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대한항공은 작년 1월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이후 현재까지 한국과 터키, 대만, 베트남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태국의 경우 사전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임의신고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부터 승인 결정이 나왔고, 필리핀은 절차 종결 의견을 접수했다.

대한항공은 조속한 합병 작업을 위해 100여명의 M&A 해외 전담팀을 꾸리고, 인수를 총괄할 부사장급 임원 2명을 새로 앉혔다. 하지만 합병 작업은 올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5월 장거리 취항을 준비 중인 국내 LCC를 대상으로 FSC 2개사 통합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지만, 이후 진전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도 6월 한진칼 자회사이던 진에어를 넘겨받으며 통합 LCC 출범을 대비하고 나섰지만,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서는 낭보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 1일 임의신고국가인 호주 경쟁당국이 양사 결합을 조건없이 승인하면서 상황이 급전개되는 분위기다.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효과적인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호주의 경우 필수신고국가인 미국, EU와 같이 양사 결합 전과 동일한 경쟁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항공사 진입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기업결합심사 검토가 이뤄진 바 있다. 이에 따라 호주 승인을 필두로 다른 미승인 경쟁당국들의 승인 시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현재 필수신고국가인 미국, EU, 중국, 일본과 임의신고국가인 영국 총 5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