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M&A 설(說)이 돌고 있는 가운데 충격의 '5만전자'가 현실화 됐다. 반도체 산업의 불경기 여파가 컸지만 성장 동력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10만전자를 갈 것이라는 시장 전망은 4만전자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비관적 상황에 빠졌다.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진지 오래다.
이재용 부회장이 반전 카드를 언급했다. 반도체의 시작, 설계도를 그리는 영국의 ARM에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ARM의 최대주주는 일본의 소프트뱅크로 수장인 손정의 회장은 한국을 찾은 상태다. 이 부회장이 직접 손 회장의 방한을 언급한 만큼 두 사람이 직접 ARM 인수와 관련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ARM의 설계도 없인 반도체 제작이 어렵다. 나침반 없이 사막을 횡단하는 꼴이다. 애플, 삼성전자, 퀄컴 등 모바일용 칩을 만드는 기업 대부분이 ARM의 설계도를 쓴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손톱만한 크기의 작은 반도체는 ARM의 설계도에서 시작돼 세상에 나온다.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면 반도체 시장의 지배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고전하는 모바일용 칩 점유율을 늘리거나 경쟁사로부터 사용료도 받을 수도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ARM 입지는 절대적이라 주가 부양도 기대할만한 대목이다.
이 부회장이 마음먹으면 선택지는 두 가지로 좁혀진다. 일단 단독 인수는 비관적이다. 독과점 문제가 발목 잡고 있다. 엔비디아의 인수 실패 전례도 있다. 경쟁사들의 반발도 불 보듯 뻔하다. 위험 부담을 키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다른 선택지는 전략적 제휴다. ARM을 독점해 운영하는 게 아닌 다른 기업과 공동 경영에 나서는 것이다. 상대적인 장점이 있다. 주인이 여럿이라 독과점 문제를 잠재울 수 있고 몸값에 대한 부담도 덜어낼 수 있다. ARM 인수의 시작가는 최소 50조원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가 하만 이후 M&A를 언급한 건 2020년 실적을 발표한 지난해 1월이 처음이다. 이후 약 1년9개월이 흘렀고 ARM을 두고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다. 최종 결정은 이 부회장의 몫이다. M&A를 기대하는 투자자에 선물을 줄 수 있을까. 아니면 또 한 번의 기다림일까. 선택이 임박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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