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통화·금융 시스템의 변혁을 언급하며 CBDC 연구에 돌입한 2022년 하반기, 홍콩에서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공개됐다.
지난달 홍콩 중앙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가 주도로 개발한 '오럼(Aurum) 프로젝트'를 통해 홍콩의 CBDC '디지털 홍콩달러(e-HKD)'를 발행했다.
기존 국가들의 CBDC는 대부분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유통하며 관리하다는 개념을 담았다. 하지만 오럼 프로젝트는 많은 국가들이 공개한 CBDC와는 조금 달랐다. 금융기관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에 중앙은행이 CBDC의 지위를 부여하고 유통을 관장한다는 개념을 세계 최초로 담았다. 대다수의 중앙은행들이 CBDC 개발에 나선 가운데 홍콩에서 독보적인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 CBDC를 필두로 시작된 통화·금융 시스템 변혁, 금융결제망 선택의 순간
BIS의 오럼 프로젝트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융결제망 선택을 촉진시킬 수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을 관장하는 국제기구 BIS가 스테이블코인을 CBDC로 활용하는 사례를 선보였다. 마치 "CBDC 개발이 어렵다면 잘 개발된 스테이블코인망을 활용해도 좋다"를 내포하듯 금융기관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에 CBDC 지위를 부여하는 사례를 만든 것이다.
앞서 몇몇 중앙은행들은 CBDC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목적으로 민간 결제망을 선택해 CBDC 발행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 사례에 불과했다.
현재 많은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CBDC 개발에 많은 노임을 소요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국 외교 정책 싱크탱크인 아틀란틱 카운실(Atlantic Council)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12개국의 중앙은행 중 오직 26곳만이 CBDC 발행에 성공했거나 파일럿 실험에 나선 상태다. 이는 달리 말할 시 절반이 넘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아직 CBDC를 연구하거나 CBDC 개발에 나서지 않은 상태라는 것.
CBDC 개발을 완료하지 못한 중앙은행들에게 이미 완성된 금융결제망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이를 차용해 자국 내 금융거래와 함께 국제 결제에도 성공한 금융결제망이 제공하는 효용성과 편리함을 거부할 큰 이유가 없다. CBDC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중앙은행들은 잘 설계된 금융결제망을 차용해 CBDC의 지위를 부여하면 된다.
이번 달, BIS는 전 세계 중앙은행의 90%가 CBDC 개발에 나섰다는 사실을 밝혔다. 결국 전세계 통화와 금융 시스템은 디지털, 즉 블록체인을 탑재한 CBDC로 변혁되어가고 있다. 사회 속 자본 거래의 핵심이 되는 법정화폐가 CBDC란 형태로 변모되어 새로운 통화·금융 시스템을 열고 있다.
# 금융결제망 최종 승자는?
변혁의 한가운데 변화하는 통화·금융 시스템이 가장 바라는 첫 번째는 자본주의의 근본 개념인 빠른 자본 소비를 가능케 하는 빠른 송금결제망일 것이다.
덧붙여 사회 속 자본 거래의 중심은 은행이다. 'P2P 거래 시스템'이 분명히 존재하며 큰 성장을 이룰 가능성 또한 다분하다. 하지만 국가와 정부가 존재하는 한 은행은 그 모습을 바꿔 끊임없이 존재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은행 거래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한 금융결제망일수록 많은 은행에 채택되어 그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
한 예로 몇몇 블록체인 금융결제망 제공 업체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 송금의 치명적인 단점인 오입금에 관해 자금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결점을 보완한 '차지백(Chargeback)' 기술을 선보였다.
변화된 통화·금융 시스템 최종 승자는 빠른 송금결제와 은행이 차용하기에 편한 시스템을 갖춘 금융결제망이다.
'CBDC 활용'을 표어로 내걸고 출범한 금융결제망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뉴스웨이 권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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