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대부분 유임...이례적 11월 인사 '눈길'글로벌 경영환경 불확실성 장기화 대응 방점미래 모빌리티 전략 컨트럴타워 신설은 핵심
현대차그룹은 30일 대표이사 및 사장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대부분의 경영진이 유임된 가운데 승진 인사는 단 2명.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CO(Chief Creative Officer)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됐고, 이규복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지금까지 부사장이 대표이사인 곳은 현대오토에버 한 곳이었는데 이규복 부사장 선임으로, 현대글로비스를 포함해 두 곳으로 늘어났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장기화에 대비한 위기 대응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미래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성과 기반의 핵심 인재의 발탁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전략 컨트롤타워를 신설한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소폭 인사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회사는 2018년 정의선 회장 취임 뒤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통해 세대 교체를 단행해왔다. 2018년 첫 인사 때는 이른바 '가신그룹' 정리를 통해 세대교체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2019년에는 미래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전문성과 사업성과에 기반을 둔 인사를 단행했다. 2020년엔 장재훈 현대차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을 선임하며 미래 사업의 구체적인 틀을 다졌다. 2년 넘게 내부 파격 승진, 외국인 임원 수혈 등 혁신 인사를 단행한 만큼, 올해는 변화 보단 안정에 무게를 뒀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11월 인사는 낯선 일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4대그룹 중에서도 가장 늦은 12월 중 후반에 임원 인사를 진행해왔다. 인사를 조속히 끝내고 불리한 경영환경에 대비하기위한 의도로 보인다.
기대를 모았던 부회장 직책 부활은 없었다. 당초 시장에선 정 회장 중심의 세대교체가 마무리됐고,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자율주행차 등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전문 경영인 위주의 부회장 선임 가능성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인사로 부회장 직책 부활은 내년으로 넘긴 채 현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유력한 부회장 후보로 거론된 공영운 사장과 지영조 사장은 고문으로 물러났다. 공 사장은 정 회장의 핵심 측근 인사로 분류되나,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먼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출신의 지영조 사장도 합류 5년 만에 용퇴하게 됐다. 지 사장이 이끈 현대차 이노베이션 부문은 그룹 내 주목도가 가장 높은 부서 중 하나였다. 신설 후 국내외 각 기업의 기술 전문가는 물론 회계·법무법인, IB 인력을 충원하며 1년 만에 200명이 넘는 대형 조직으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2017년 전략기술본부장으로 입사한 지 사장이 1년 만에 사장으로 올라선 배경이다. 하지만 M&A 성과가 기획조정실에 서서히 밀리면서 주도권 경쟁에서 뒤쳐지게 됐고, 이를 이끈 지 사장의 입지도 점차 약화됐다는 후문이다.
현대글로비스의 호실적을 주도하며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김정훈 사장도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규복 신임 대표는 현대글로비스의 신사업과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인사에서 신규 임원 3분의 1이 40대로 채웠다. 이에 올해 역시 30~40대 젊은 인재들의 파격적인 발탁이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부사장 이하 정기 임원 인사는 내달 둘째주와 셋째주가 유력하다. 사장단 인사처럼 소폭 인사에 그칠 것으로 보이나 미래 사업을 이끌 젊은 인사를 대거 발탁해 전진 배치하는 전략이 예상된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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