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실리아 'BAL0891' 이달 美 임상1상 들어가 전임상 마무리한 'SJ-600' 조기 라이선스 아웃 추진 '펙사벡' 전립선암‧신장암 적응증 임상, 내년 가시화 김재경 대표 "달라진 모습 보여준다"···R&D 투자‧인력 ↑
김재경 신라젠 대표는 13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약 연구개발에 매진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겠다"라고 말하며 기존 주력 파이프라인인 '펙사벡'과 신규 파이프라인인 'BAL0891', 신규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시리즈 등의 연구개발 현황 및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우선 신라젠은 이달 신규 파이프라인인 'BAL0891'의 미국 임상1상 개시를 위해 본격적인 환자 모집에 나선다.
'BAL0891'는 신라젠이 지난 9월 스위스 바실리아사로부터 기술 도입한 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Mitotic Checkpoint Inhibitor, MCI)다. 바실리아는 2000년 다국적제약사 로슈에서 분사한 상장사다.
회사는 이달 미국 댈러스 소재 매리크라울리암연구소를 시작으로 뉴욕 몬테 피오르 메디컬 센터, 포틀랜드 소재 OSHU 나이트 암 연구소 등 세 곳의 임상 사이트에서 환자 모집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임상 사이트를 확정한 만큼 임상1상을 신속히 진행해 세포독성(Cytotoxic) 기전의 항암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신라젠은 삼중음성유방암(TNBC) 등 난치성 암종을 타깃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향후 혈액암(AML) 등 다양한 암종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예정이다.
BAL0891은 항암 유발 효소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기전의 항암물질이다. 종양을 유발하고 성장하는데 관여하는 TTK와 PLK1 두 가지 핵심 인산화 효소를 저해하기 때문에 암의 성장을 강력하게 저해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아직까지 TTK 저해제 또는 PLK1 저해제가 항암제로 승인을 받은 사례는 없어 개발 성공시 세계 최초 혁신신약이 될 수 있다.
전임상 결과를 보면 BAL0891은 TNBC, EAC, CRC, UC, GC, RCC 등 다양한 암세포주를 효과적으로 저해했으며, 경구 투여보다 정맥 투여에서 뛰어난 항암 효능을 나타냈다.
또 체세포 분열(mitosis)을 저해하는 파클리탁셀(paclitaxel)과 병용 시 시너지 항암 효능을 보였다. 실험에 사용한 암 모델은 BAL0891 및 파클리탁셀에 약한 정도로 반응하는 모델이지만 두 약물의 병용에 의해 뚜렷한 항암효과를 볼 수 있었고, 단독제제로서도 우수한 항암 효능을 보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박상근 신라젠 R&D 부문장은 "BAL0891은 신라젠이 도입하기 전부터 연구가 진행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1상 계획을 허가받은 약물이다. 즉시 임상 진입이 가능한 상태"라며 "올해 미국에서 안전성 확인과 용량 결정을 목표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국내 빅5 병원 중 일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임상1상에 들어가는 적응증은 고형암 대상이다. 하지만 기술 도입 전부터 혈액암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서 추후 이쪽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며 "이번 파이프라인 도입은 회사의 가치 지속을 위한 것이다. 이에 데이터가 탄탄하고 시장이 큰 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BAL0891'을 고르게 됐다"고 부연했다.
회사는 차세대 항암바이러스인 SJ-607 등 'SJ-600' 시리즈 연구개발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향후 회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고시 기술수출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신현필 부사장은 "전임상 단계에 있다고 해서 벨류(가치)가 낮다고 볼 수만은 없다. 'SJ-600' 시리즈는 글로벌 제약사에서 매력적으로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SJ-607'은 동물 전임상을 마무리한 단계로 국제적인 학술지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에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나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같은 최고 권위의 학회에서도 관련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신라젠은 SJ-600시리즈가 IV 투여 시 혈중 보체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기존 항암 바이러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J-600 시리즈는 보체조절단백질 CD55를 바이러스의 외피막에 발현시켜 혈액 내에서 안정적으로 항암바이러스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IV를 통해 전신에 투여할 수 있어 고형암은 물론 전이암까지 직접적으로 약물 전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SJ-607은 대조 항암바이러스보다 5분의1 이하의 적은 양으로도 동일한 항암 효과를 나타냈다.
앞서 진행한 동물 전임상에서는 이같은 효과가 입증됐다. CD55 단백질이 SJ-607 항암 바이러스의 외피막에 선택적으로 발현되고 있음을 확인했으며, 항암바이러스의 혈청 내 안정성이 500% 이상 개선됐다.
또 SJ-607을 투여했을 때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는 형성됐지만 바이러스가 암세포를 감염시키고 사멸시키는 것을 방해하는 중화항체에 대한 내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중화항체로 인한 항암바이러스의 효능 감소가 없으므로 반복 투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기적 투여가 가능할 경우 항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투여 농도를 감소시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신 부사장은 "올해와 내년은 'SJ-607' 임상 1상 진입을 준비하기 위한 원년"이라면서도 "전임상 단계인 현재 기술수출이 된다면 우리가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가 1상에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항암바이러스 단독으로 임상을 진행하기 보다는 그쪽에서 개발 중인 물질과 병용 투여하는 방향으로 임상을 진행할 수도 있다. 여러 변수를 고려할 때 언제쯤 임상1상에 들어갈지 단정하긴 어렵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 물질의 라이선스 아웃 규모도 가늠하긴 어렵다. 상대 제약사가 기대하는 시너지에 따라 제안하는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아직 이 약물에 대한 데이터도 외부에 오픈되지 않았다. 내년에 논문이 나온다면 그 데이터를 가지고 셀링 단계를 밟을 수 있는데 그때 시장의 관심 등을 통해서 판단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보통 1년 정도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 단계에 따라서도 금액은 달라지는데, 보통 병용 요법을 목적으로 라이선스인 하는 곳은 리스크 예방 차원에서 전임상 단계에 약물을 가져가려고 한다"며 "우리 약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약이라면 조기에라도 기술수출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기존 파이프라인인 '펙사벡' 임상 진행도 계획대로 이어갈 방침이다.
신라젠은 글로벌 제약사 리제네론의 면역항암제 '세미플리맙'과 '펙사벡'의 신장암 병용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신라젠은 내년 3분기 결과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또 전립선암에 대한 펙사백의 술전요법은 내년 1분기 임상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흑색종을 대상으로 한 'PD-L1' 계열 약물 소카졸리맙 병용요법은 임상 1b/2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라젠은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수출로 수익성을 꾀하는 한편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입장이다.
신 부사장은 "신약개발 회사가 임상3상까지 성공해 수익을 내는 것은 매우 이상적이지만 어려운 일"이라며 "3상을 도전하기 보다는 든든한 파트너를 찾아서 같이 진행하는 게 맞는거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SJ-600 시리즈를 비롯한 모든 파이프라인은 잠재적 라이선스 아웃 물질이다. 최근 바실리아사를 통해 라이선스인을 하면서 축적한 경험을 미루어볼 때, 어떤 자료를 준비하고 어떤 셀링포인트를 가지고 있는지를 준비해서 팔면 될 거라고 본다"며 "내년부터 기술수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며 "엠투엔과 리드코프 등 신라젠의 대주주의 입장에선 자본시장의 상황과 회사의 연구개발 진행 수준을 고려해서 자본조달 계획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언제쯤 그런 계획이 구현될지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우리 나름대로 연구개발에 충실하고 계속 운영되는 기업으로 체질을 강화하면 주가 시장이 안정화됐을 때 자본조달계획도 구체화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주가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주가하락은 우리 회사만의 일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성장주인 바이오 신약개발 기업에 투자하고 주가를 부양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신라젠은 연구 중심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R&D 고급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회사는 노바티스·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임상 경험이 있는 마승현 최고의약책임자(CMO)를 비롯한 의사(MD) 3명을 포함해 R&D 인력을 40% 이상 늘렸다.
김 대표는 "연구 인력을 확충하고 임상에 집중해 발 빠르게 글로벌 빅파마로 기술 이전을 추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인재 확보 등을 통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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