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손병환 회장 연임 가능성 높았던 만큼 추측 난무정부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이해 맞아떨어졌단 분석
13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농협금융 임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한 뒤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에 이어 농협금융까지 회장이 교체되면서 사실상 '관치 금융' '낙하산 인사'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농협금융의 경우 내부 출신 회장의 연임이 막히면서 그 배경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실정이다.
이는 당초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손병환 회장의 경영 능력은 실적에서 증명됐다. 농협금융은 지난해(2조2919억원)와 올해 3분기까지(1조9717억원) 연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정도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특히 그동안 CEO 임기가 짧을 경우 단기성과 중심의 경영을 부추겨 중장기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준다는 인식 때문에 '2+1' 임기를 보장하는 추세로 굳어져 있었다. 때문에 연임 선례도 없지 않다. 김용환‧김광수 전 회장 등은 회장의 임기를 마친 뒤 1년 더 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이들은 관료 출신이란 점이 손 회장과 달랐다.
게다가 손 회장은 농협은행장으로 취임한지 단 1년 만에 지주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행장으로서 부여받은 임기(2년)도 보장받지 못한 상황인만큼 3년 임기를 채울 것으로 봤다.
손 회장의 연임에서 분위기가 달라진 시점은 금융당국이 이사회 의장을 소집해 CEO 선임에 대한 책무를 강조한 것과 맞물려있다.
다만 회장 후보 추천 전부터 논란이 지속되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일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의사결정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당국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에 의견을 내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선택했다고 보고 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힘 있는 관료 출신 영입을 추진했다는 것인데, 내부 출신 보다 관료 출신이 정부와의 소통에서 유리할 수 밖에 없어서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농협금융은 농어민 지원 등 정책금융을 다루는 만큼 정부와의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농협금융은 '외풍'에 취약하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이를 막아줄 관료 출신 회장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2012년 출범 후 내부 출신 CEO는 신충식 초대 회장과 손 회장뿐이다.
차기 회장 내정자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 초기 좌장 역할을 맡아 경제 공약 전반을 이끈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요직을 두루 거쳤다.
여기엔 중앙회장의 의중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로 독립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모기업인 중앙회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농협금융 이사회에 중앙회 측 인사 1명이 비상임이사로 참여하는데 중앙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이를 차지해왔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 인사는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
금융권에 정통한 관계자는 "소위 대관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내부 출신 보다 관료 출신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더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한 사례를 위한 선택이라기 보다는 각종 현안을 추진하고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료 출신 회장이 더 유리할 것이란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인사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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