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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경제' 전공 3세 투입하는 제약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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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보령·일동·유유·삼일 등 세대교체
과거 '약대 출신' 경영진 多···경영능력 중요성 커져
해외파 젊은 손자들, 경영수업 마치고 본격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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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들이 경영·경제학을 전공한 오너3세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업계는 새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이들이 회사의 성장은 물론 더 산업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원제약, 보령 등이 오너 3세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오너3세가 경영 전반에 나서고 있는 제약사는 앞선 기업을 포함, 일동제약, 유유제약, 삼일제약, 일양약품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영·경제학 등 약학과가 아닌 전공을 수료하고 해외에서 학업을 마친 후 회사에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그간 제약사 대표 및 고위 임원들 중에는 약대 출신이 많았다. 대부분의 제약사가 가업승계 방식을 고수한데다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산업이다 보니 업을 이해할 수 있는 실무와 경험을 두루 갖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환경의 급변으로 오너 세습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오랜 기간 경영 수업을 받던 3세들이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전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1월1일부터 대원제약 신임 사장으로 취임하는 백인환 사장은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84년생인 백 사장은 창업주인 고(故) 백부현 선대회장의 장손이며, 2세인 현 백승호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2011년 대원제약 전략기획실 차장으로 입사했다. 해외사업부, 헬스케어사업부, 신성장추진단 등을 거친 백 사장은 최근까지 마케팅본부를 이끄는 등 회사의 경영 전반에 걸쳐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다.

그는 마케팅본부장으로서 입사 당시 1개에 불과했던 매출 1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제품을 10개 가까이 늘리는 등 기업의 혁신 성장을 이끌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일반의약품(OTC) 사업 진출 후 첫 야심작인 짜 먹는 감기약 '콜대원'을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연매출 300억 원의 시장 선두권 제품으로 성장시키는 등 OTC 사업 영역을 개척해 성공적으로 안착시킴으로써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서 기반을 닦는 데 기여했다.

백 사장의 경영능력은 대원제약의 외형성장에서도 드러난다. 대원제약의 매출액은 백 사장이 마케팅 업무를 맡기 시작한 2018년 2867억원에서 올해 3분기 누적 356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향후 백 사장은 글로벌 투자와 신사업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백 사장은 "내외부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헌신할 것"이라며 "임직원들의 유대와 소통을 강화해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고 글로벌 투자와 신사업 발굴로 대원제약의 제2의 도약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보령을 이끌고 있는 김정균 대표는 1985년생으로 창업주인 김승호 명예회장의 외손자이자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아들이다.

그는 미국 미시간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대학교 의약식품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회계법인 삼정KPMG 출신으로 지난 2014년 보령제약에 이사 대우로 입사해 전략기획팀, 생산관리팀, 인사팀장을 거쳐 2017년 1월부터 보령의 지주사격인 보령홀딩스에서 사내이사 겸 경영총괄 임원으로 재직해왔다. 지난 2019년에는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 대표는 전문경영인인 장두현 각자 대표와 함께 주력 품목인 '항암제' 사업의 덩치를 키우는 한편, 신성장 사업의 일환으로 우주 헬스케어산업에 뛰어들었다. 본격적인 우주 관광 시대가 열리면서 무중력 공간인 우주에서 인간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기권 밖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간 건강 상태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제1회 CIS 챌린지(Challenge)'의 마지막 일정인 데모데이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CIS 챌린지는 우주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발굴해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우주 공간에서 인간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CIS(Care In Space)'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분기 매출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실적도 보령의 분기별 매출액은 ▲작년 3분기 1583억원 ▲4분기 1584억원 ▲올 1분기 1705억원 ▲2분기 1722억원, ▲3분기 1877억원 등이다. 이러한 상승세를 이어가면 올해 목표 연간 매출액인 6500억원 달성은 물론 7000억원대 진입도 가능할 전망이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는 1967년생으로, 창업주 고(故) 윤용구 회장의 손자이자 윤원영 회장의 장남이다.

윤 대표는 연세대 응용통계과, 조지아주립대학교대학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KPMG 인터내셔널 회계사, 일동제약 상무,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윤 대표는 연간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목표로 신약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함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공동개발한 일동제약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19.3%를 R&D에 투자하기도 했다. 투자 확대로 영업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신규 도입 품목과 아로나민 시리즈 등 대표 품목들이 매출을 견인하며 3분기 누적 실적은 48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 성장했다.

지난해부터 단독 대표이사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는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 박사의 동생인 유특한 명예회장의 손자다. 1974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트리니티대 경제학과와 일본어학과, 컬럼비아대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했다. 이어 미국 아서앤더슨 컨설턴트, 메릴린치증권 컨설턴트,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 트레이닝매니저 등을 역임한 후 2008년 유유제약에 입사했다.

그는 2014년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 2015년에는 계열사인 유유헬스케어 대표이사에 올랐다.

유 대표는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시도한 인물로 잘 알려졌다. 멍 연고 '베노플러스'의 마케팅 과정에서 빅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발굴한 그는 매출을 전년 대비 45%나 끌어올렸다.

현재는 R&D와 해외시장 개척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지난달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 세계모발학회에 참석해 5조 8000억원에 달하는 미국과 유럽 탈모치료제 사업 진출을 선포했다.

이 행사에서 그는 안드로겐성 탈모(AGA) 적응증에 대한 미국 및 유럽 두타스테리드 정제 임상시험 진행 계획(프로젝트명 DUT)을 발표했다. DUT는 내년 미국 FDA(식품의약국) 및 EMA(유럽의약청)와 사전임상시험 관련 미팅 후 2024년 임상시험에 돌입해 2026년 미국·유럽 탈모치료제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허승범 삼일제약 회장은 1981년생으로, 미국 트리니티 대학을 졸업한 후 지난 2005년 삼일제약 마케팅부에 입사, 기획조정실장과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 사장, 부회장을 거쳐 올해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고(故) 허용 명예회장 손자이자 허강 회장의 장남이다.

허 회장은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올해 최대실적 달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일제약의 올해 연간 실적 컨센서스(시장 예상치)는 매출 1851억원, 영업이익 104억원이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37.9%, 2501.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 규모다.

삼일제약은 최근 베트남 호차민시에 점안제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 건설을 완료 및 준공식을 진행했다. 완전 가동 시 연 매출액은 2500억원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석 일양약품 부사장은 1976년생으로, 일양약품 정도언 회장의 장남이다. 뉴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양약품에 2006년 마케팅담당 과장으로 입사해 재경·해외사업 등의 업무를 맡았다. 그는 2011년 일양약품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경영 참여를 알렸고, 2014년 전무 자리에 올랐으며 4년만인 2018년 부사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현재 전문경영인인 김동연 대표이사가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으나 2025년 임기 만료 후에는 정 부사장이 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오너3세 경영이 본격화되며 규제산업이던 제약업계에 큰 변화가 일 것이란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제약업계는 규제산업이라는 한계로 몸집을 불리거나 사업을 확장하는데 보수적으로 접근해왔다"며 "이전까지는 약대 출신 대표들이 인간의 생명과 보건에 관련된 제품을 생산한다는 사명감으로 기업을 이끌었다면, 오너3세들은 경영인으로서 산업적 시각으로 업계를 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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