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신년 화두는 '기술·위기극복'(종합)

삼성전자 시무식···한종희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전력"

SK, "부정적 경영환경 도전"···친환경 사업 강화

LG, 계열사별 "고객가치 혁신" 주문···'미래지향' 강조

삼성전자가 2일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개최한 '2023년 시무식'에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 전자 계열사와 SK 핵심 관계사가 계묘년 새해 경영 화두로 '기술'과 '위기 극복'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어서 친환경 전환 등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자는 각오도 드러냈다.

2일 양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2023년 시무식'을 열고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자는 의지를 다졌다. 이날 시무식은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국내 전 사업장에 생중계됐다,

시무식을 주재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친환경 기술을 적극 육성하고 세상에 없던 기술을 개발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자"고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이날 시무식은 이재용 회장이 불참한 가운데 한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으나 삼성전자가 직원들과 공유한 신년 메시지는 올해 이재용 회장 체제를 본격화하는 회사의 각오가 묻어났다.

삼성전자는 두 공동대표 명의로 낸 신년사에서 "위기 때 마다 더 높이 도약했던 지난 경험을 거울 삼아 다시 한번 한계의 벽을 넘자"고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신(新)환경경영전략'을 본격화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한 부회장은 "현재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위상과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며 "경영 체질과 조직 문화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미래를 위해 더욱 과감하게 도전하고 투자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세상에 없는 기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인 품질력을 제고하고 ▲고객의 마음을 얻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다하자"고 덧붙였다.

기술을 외친 삼성전자의 새해 첫날 업무 풍경엔 반도체, 스마트폰, TV, 가전 등 사업 전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한해 동안 기술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경영진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기흥사업장 대강당에서 시무식을 한 삼성SDI는 최윤호 사장이 2030년 글로벌 톱티어(Top Tier) 달성을 앞당기자는 메시지를 냈다.

최 사장은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경영방침에 따라 올해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실행하자"고 말했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 신제품 적기 개발 및 차세대 기술 선행 확보에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또 미국 진출을 위한 배터리 공장 건설 진행과 헝가리 및 말레이시아 법인 설립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31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출범 10주년 행사에서 회사의 미래 성장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그룹은 새해 각 계열사별 위기 극복을 최우선 경영 방침으로 잡은 모습이다.

최근 실적 악화 리스크가 커진 SK하이닉스는 박정호 부회장이 임직원에 공개한 신년 메시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초일류 반도체 회사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거시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 몇 년간 지속된 지정학적 변수 등 부정적인 경영 환경으로 올해는 도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모바일과 클라우드 양축의 고객을 더욱 견고히 하고 자동차와 인공지능(AI) 고객을 추가해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SK㈜는 장동현 부회장이 올해 경영방향으로 생존역량 강화와 새로운 성장기회 선점을 제시했다.

장 부회장은 모바일 영상을 통해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흔들리지 않도록 생존 역량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면서,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영역에서 성장 기회를 모색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근 주가 부진을 겪는 SK이노베이션은 김준 부회장이 구성원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강조하며 친환경 사업의 진정성 있는 실행과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당부했다.

김 부회장은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으려면 '뉴 그린 포트폴리오' 전환의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확장 등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시무식을 없앤 LG그룹은 계열사별 CEO 메시지를 통해 새해 포부를 다졌다.

앞서 지난 연말 신년 인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낸 LG 구광모 회장은 "구성원들이 고객 가치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LG전자도 조주완 사장이 연말 앞당겨 "미래 지향적 사업구조로 변화하자"는 내용의 신년사를 냈다.

LG이노텍은 이날 정철동 사장이 신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올해 핵심 경영 키워드로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을 강조했다. 사측은 고객의 핵심 니즈를 파악하고 미래 방향에 적합한 기술과 제품을 먼저 제안해 '고객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도 정호영 사장 명의 신년사에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사업구조 고도화의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3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남양연구소에서 오프라인 신년회를 3년 만에 재개할 예정이다. 국내 연구개발본부에서 열리는 만큼 미래 사업과 신기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