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관성 극복' 솔선수범, 변화·소통 전면에 업무현장서 타운홀 미팅 형식의 신년회 개최운동화에 니트, 젊은 직원들과 격의없이 셀카'끝없는 도전' 강조···능동적 변화 의지 다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3일 파격적인 신년회를 통해 재계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정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은 미래차 연구개발(R&D)의 산실인 남양연구소에서 새해를 맞았는데요. 이날 정 회장은 캐주얼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나타나 임직원들과 격의 없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올해 국내 경제 전망은 무척이나 어둡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는 계속되고 있고, 물가와 금리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죠. 경기 둔화를 넘어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주요 기업 CEO들은 신년사에서 '위기 극복'을 언급하며 차분하게 새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신년회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본사가 아닌 업무현장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신년회를 연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이 같은 신년회는 정 회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니트와 면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등장한 정 회장은 "올해 벌써 떡국을 세 그릇이나 먹었다"며 농담하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정 회장과 경영진은 새해 메시지와 사업 방향성을 발표한 뒤 직원들과 즉석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룹의 미래 비전과 기업문화 등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죠. 특히 정 회장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함께 개척해야 한다"며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을 강조했습니다.
정 회장이 이번 신년회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신년회를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형태로 진행한 건 새해 경영 키워드로 내세운 '도전'과 '변화'에 대한 강력한 주문일 겁니다. 신년회가 열린 남양연구소는 미래를 위한 변화가 시작되는 R&D 핵심거점이죠. 정 회장은 "기존의 관성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능동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했습니다.
특히 정 회장은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회사 시스템 전반을 바꿔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9년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언급했던 '사일로 현상(조직 간 소통 어려운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이날 신년회는 자유롭게 소통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업문화 구축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솔선수범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정 회장은 타운홀 미팅이 끝난 뒤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오찬을 함께하며 젊은 직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는데요. 이번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젊은 구성원들의 의견이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젊은 세대의 생각과 가치관을 이해하겠다"는 말의 연장선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날 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능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조직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인사를 실시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과거의 단점들을 과감히 없애 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임직원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겁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일본 도요타그룹과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판매량 기준 세계 3위 완성차그룹에 당당히 올라섰습니다. 반도체 공급난 등 심각한 위기상황을 기회로 바꾼 현대차그룹에 박수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세계 경제는 여전히 엄중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정 회장이 이번 신년사에서 그토록 '도전'과 '변화'를 외친 배경일 테지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고, 현대차그룹은 시험대에 올라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가 각각 '세계 올해의 차'와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 톱5를 달성했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긴 아직 이릅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아직 태동단계이니까요.
그간 경쟁차종보다 낮은 가격으로 '박리다매'했던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정 회장은 비롯한 경영진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미래 전략을 확실히 다진 이번 신년회는 의미가 깊습니다. '도전'과 '변화'을 바탕으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린 현대차그룹의 올해 활약을 기대해 봐도 좋겠습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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