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18일 '차기 그룹 회장' 인선 돌입 경영승계 일정 등 감안해 절차 서두르는 듯손 회장은 라임 징계 행정소송 여부 고심 중
다만 키를 쥔 손태승 회장은 대외 활동을 중단한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고, 금융당국은 직·간접적으로 용퇴를 종용하는 모양새라 우리금융의 종착지에 관심이 쏠린다.
4일 우리금융 측은 "지주·은행 사외이사가 오늘 회의에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이달 18일 첫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손 회장의 연임이나 본안 소송 등 중징계 법적 대응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사외이사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간담회 성격의 회의를 열고 '라임 징계'에 대해 소송을 진행할지 여부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사회가 차기 회장 후보 인선 절차를 시작하기로 한 것은 일정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 손 회장의 임기가 3월말 만료되는 만큼 적어도 1개월 전엔 경영승계 절차에 돌입해야 해서다.
손 회장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징계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작년 11월 금융감독원과의 'DLF(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 행정소송' 최종 승소로 부담을 일부 덜었지만,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건으로도 '문책경고'(3년간 재취업 금지)를 받은 탓이다. 이를 뒤집고 연임에 도전하려면 2020년의 'DLF 사태' 때와 동일하게 가처분신청으로 징계 효력을 정지시키고 금감원을 상대로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
이에 손 회장은 외부 활동 없이 경영에만 매진하면서 앞으로의 행보를 고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무식 없이 신년사를 공유하는 것으로 2023년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3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도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이사회가 임추위를 가동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조만간 손 회장의 거취도 확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만일 이사회가 재신임으로 가닥을 잡으면 손 회장은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 준비에 착수하고, 우리금융은 그를 차기 CEO 후보로 추천함으로써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손 회장이 징계를 받아들이고 물러나면 우리금융은 임추위를 통해 선정된 새 CEO를 맞이하게 된다.
변수는 당국이 손 회장 연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손 회장 징계 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 끝에 만장일치로 내린 결론"이라며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선 CEO인 손 회장의 책임이 명확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용퇴를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한 좋은 사례라고 추켜세우며 손 회장을 재차 몰아붙였다. 이 원장의 경우 징계가 확정되자 "(손 회장이)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하고 선진금융기관으로의 도약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사회도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으로 감지된다. 당국의 뜻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라임 펀드 관련 분쟁을 감안해 행정소송을 강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우리은행은 일부 증권사와 펀드 사태를 둘러싼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데, 일부 이사는 손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 책임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는 만큼 소송에도 부정적이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용 지주 사외이사는 지난달 이사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고려해야 할 복잡한 요소가 많아 속전속결로 결정하기 어렵다"면서 "이사회로서는 현명한 판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소송 시 당국과 마찰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이 부분 하나만 보고 결론을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단 업계는 손 회장과 이사회가 곧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추위 첫 회의가 열리는 18일 전에 이를 공개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추위와 회장의 거취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손 회장이 언제쯤 결론을 낼지는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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