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청산' 등 구조조정 실패 책임자"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 사태' 부추기기도" "우리금융 임추위, 후보자 엄격히 검증해야"
오기형 의원 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임종룡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 회장직 도전을 멈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과거의 정책 과오를 돌아봤을 때 그가 우리금융 회장을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현재 임 전 위원장은 ▲이원덕 우리은행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대표 등과 함께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경합에 뛰어들었다. 지난 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압박 면접에 참여했으며 3일 최종면접을 치른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두 차례의 면접 점수를 바탕으로 같은 날 오후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임 전 위원장은 1981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30년 넘게 공직에 몸담은 정통 관료 출신 인사다. 그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기획조정실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1차관 등 요직을 거쳤고 'MB 정부' 때 국무총리실장을, 박근혜 정부에선 금융당국 수장을 지냈다. 금융위원장으로 이동하기 직전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위원장 재직 시절엔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에도 관여해 정책과 현장 모두에 해박한 인물로 유명하다.
다만 정치권에선 임 전 위원장이 금융권으로 돌아오려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단순히 관료 출신 친정부 인사여서가 아니라 산업계에 유·무형적 손실을 남긴 그의 실책이 가볍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야당은 임 전 위원장 재임 시절의 금융당국이 2017년 한진해운의 파산을 유도하고 분식회계 의혹을 받던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실패했다는 데 주목했다.
세계 7위, 국내 1위 국적선사 한진해운의 청산은 6년이 지난 지금도 실패한 구조조정 사례로 회자된다. 당시 한진해운 청산으로 인해 해운업이 규모나 영향력 측면에서 크게 위축됐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무역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가운데서도 과거 수준의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17년 11%에 달하던 한국 해운의 아시아·미주 점유율은 지난해 약 5%까지 추락했다. HMM이 선전하고 있지만 물동량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한진해운 사태'의 여진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해운 업계에서는 한국의 위상이 추락한 것은 임 전 위원장의 역할이 컸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당시 그는 정부 차원의 지원을 기대해서는 안되며 정상화에 실패한다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원칙론'을 고수해 사실상 한진해운의 파산을 유도했다. 현대상선(현 HMM)과 합병해서라도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학계의 제언이 있었지만 원칙론을 고수했다. 그는 부족자금(채권단 추산 1조~1조3000억원)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만을 고집했다.
결국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2016년 9월 법정관리 체제에 들어갔고, 이듬해 2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정부의 당시 행보는 훗날 논쟁거리가 됐다. 부채비율과 선적처리 용량, 용선료 등을 따졌을 때 현대상선이 아닌 한진해운을 파산으로 내몬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과 가까운 특정 인사가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뒤따랐다.
논란을 더욱 부추긴 사건은 대우조선이었다. 임 전 위원장은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그는 2015년 10월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도록 했고, 유동성이 개선되지 않자 추가 지원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내세운 '원칙론'을 스스로 깨뜨린 셈이다.
임 전 위원장은 대규모 손실을 불러온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모험자본 활성화'를 명분 삼아 진입장벽을 낮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위원장 재임 중이던 2015년 10월 사모펀드와 관련한 대부분의 규제를 완화했다. 기존 5억원이던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으로 줄이는 한편, 운용사 설립은 인가에서 등록으로, 펀드설립 역시 사후 보고로 간소화하는 식이다. 부동산과 증권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도 허용했다. 이로 인해 사모펀드 시장은 2015년 200조원에서 2020년 428조원으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임 전 위원장은 정작 투자자보호에는 소홀했다. 판매 시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면제하고 투자 광고를 허용했으며, 자율규제 장치인 금융투자협회의 모범규준마저 없애버린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 결과 기형적 구조를 지닌 상품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시장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DLF(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와 '옵티머스', '라임' 등 상품의 환매 중단으로 이어졌다. 즉, 소비자의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선 임 전 위원장 역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야당 측은 "임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주도한 인물"이라며 "DLF와 라임펀드 사태로 수많은 피해자가 나왔고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데,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할 우리금융 차기 회장에 임 전 위원장이 도전하는 것은 피해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 전 위원장이 과거의 정책 과오에 대해 제대로 성찰하고 있다면 우리금융 회장 도전을 멈춰야 한다"며 "임추위는 후보자의 '자격'과 '자질'을 엄격히 검증하고, 금융당국은 '관치 논란'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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