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실세 정치인···국토위 경험 많아 W=도공과 별다른 접점 없고 큰 조직 경험 부족O=경기지사 도전 실패 후 기사회생 T=코드 인사 논란···일부 도공 내부 우려감 표출도
"(함진규 신임 도로공사 사장은) 불도저같은 사람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일'했던 국토위원 중 한명이다. 지역구도 잘 챙긴 것으로 기억한다. 뭐든 내놓으라는 막무가내 국회의원이 아니라 GIVE & TAKE가 확실해서 (정부 입장에서 민원 도움을 주면) 은혜도 갚는 등 말은 통하는 사람이다. 사람 좋다는 평가도 있고,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 인물이다."(관가 관계자)
한국도로공사 사장 공모전부터 내정설이 돌던 함진규 전 의원(19·20대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이 도로공사 수장에 취임하면서 관가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여당(국민의힘) 출신으로 힘있는 정치인이 지휘봉을 잡았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윤석열 캠프 출신으로 정치권 낙하산 논란은 물론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해서다. 도로공사 내부 일각에서 함 신임 사장에 대해 대규모 조직운영 경험이 전무한 탓에 내부 우려감을 갖고 있는 일부 임직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정치인 출신인 함 신임 사장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공공기관장으로서 처음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안전 최우선의 고속도로를 운용하겠다"며 올해 도로공사 업무의 첫 화두로 안전을 꼽았다. 앞선 14일 임기를 시작한 그는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사장 인사말에서도 "우리 공사 임직원 모두는 국민이 믿고 달리는 안전한 고속도로 환경을 만드는데 힘쓰겠다"며 안전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러나, 안전 외에도 그가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다. 5개월 이상 수장 공석으로 공사 내부 기강 다잡기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개선이 그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14일 함 신임 사장에게 임명장을 전수하면서 "국민 안전과 편익 증진을 위한 업무 혁신은 물론 무사안일과 부패 등을 뿌리 뽑기 위해 끊임없는 조직 쇄신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일탈 내용은 이렇다. 지난해 도로공사 직원들이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증을 부정한 방법으로 발급받은 뒤 이를 회사에 제출해 달마다 자격증 수당을 타내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올해 초 도로공사 일부 직원들이 업무용 무전기의 통신망을 몰래 개인적으로 유용해 내부 감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는 등 직원들의 비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휴게소 사업 등에서 퇴직자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구조도 타파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인 '도성회'는 고속도로 휴게소 및 주유소를 비롯해 각종 고속도로 관련 사업 등 이권에 개입해 해마다 국정감사에 특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는 단골소재다.
무엇보다 함 사장은 낙하산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최근 10년 동안 도로공사 사장은 김진숙 전 사장을 제외하고 김학송·이강래 전 사장 등 모두 정치인 출신이었다. 그 역시도 경기도의원으로 시작해 2선 국회의원 등 25년 정치인 인생을 걷다가 공공기관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뉴스웨이는 함 신임 사장의 이력과 경험을 비롯, 관가 주변 시각을 바탕으로 그와 도로공사의 향후 경영 행보를 반추해 봤다.
◇강점(Strength) | 19·20대 국토위 경험은 그의 자산 = 함 사장의 가장 큰 강점은 그가 여당의 힘있는 실세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이다. 함 사장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경기도 공동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의 개국 공신인 셈. 실제 정치인 출신이라면 조직의 바람막이가 되어줄 수 있는데다 정부와 여당과 긴밀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으로서 국토위 경험도 많다. 함 사장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19·20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다. 국회 국토위는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도로공사를 관할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도로공사 사정과 위원회가 운영되는 방식 등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며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예비캠프의 수도권대책본부장을 지내는 등 실세 인사로 꼽히는 만큼 전문성과 힘을 발휘해 도로공사 미래 성장의 기틀을 잡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약점(Weakness) | 큰 조직 경영 경험 거의 없어 = 한국도로공사는 도로의 정비를 촉진하고 도로교통의 발달을 목적으로 지난 1969년 설립된 국토교통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하지만 설립 목적과 대비해 역대 사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인사들이었다. 함 신임 사장도 마찬가지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경기도 공동총괄선거대책위원장로 활약했던 2선 정치인(경기도 시흥갑) 출신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것을 빼면 도로공사와의 접점 등 관련 분야의 이력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 금융성 부채가 무려 30조원을 훌쩍 넘고, 임직원수만해도 1만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조직(도로공사)을 이끌기 위해선 큰 조직 경험이 필요한데 역시 부족하다. 정치인 출신의 한계라는 지적. 사장 공모 이전부터 내정설이 돌 정도였던 만큼 정치권 낙하산 논란도 약점 중 하나다. 정부 여당과 정치권의 보은성 사장 임명이라면 도로공사를 운영함에 있어 그 역시도 보은성 경영 행보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회(Opportunity) | 25년 정치 생명 변곡점 = 경기도의원을 시작으로 국회의원 배지까지 단 그이지만, 25년 정치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뒀던 2016년 3월엔 석사논문 표절 시비에 시달리기도 했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경기지사에 도전했다가 당내 경선에서 일찌감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정치적 야심을 펼치기도 전에 날개가 꺾였던 셈.
하지만, 도로공사 수장에 오르면서 그도 정치인생에 변곡점을 맞게 됐다. 윤석열 캠프에서 수도권대책본부장으로 활약한 계기로 윤 대통령 당선으로 다시 실세 정치인으로 일선에 나서게 됐기 때문.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그가 도로공사 사장 성적표에 따라 정치권에서 쓰임새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위협(Threat) | 도공 안팎선 일부 거부감 분위기도 = 윤석열 정부들어 "민주당 낙하산이 가고 국민의힘 낙하산이 왔다"가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함 사장 역시 이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는 의원 재직 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것을 제외하고는 도로공사와의 접점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로공사는 함 사장 취임으로 지난 2013년부터 10년 새 총 3명의 전직 의원 출신 수장을 맞이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김학송·이강래 전 의원이 사장직을 수행했으며, 이들 역시 도로공사와의 접점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현 국토교통위) 소속 위원 활동이 전부다. 함 사장이 기존 사장들과 거의 같은 경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각에선 도로공사 내부에서도 함 사장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가 한 관계자는 "(함 사장 취임으로)도공측의 걱정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라면서 분위기를 전했다. 이외에도 일부에선 대인관계와 소통면에서 부족한 면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ks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