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대신 나토 가입한 동유럽···K-방산 수요 폭증가성비 높고 안정적 생산 가능···"글로벌 경쟁력↑"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 등 잇따른 수주
지난 24일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이 발발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국지전으로 시작했던 전쟁은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중국·러시아 중심의 권위주의 진영 간 신냉전 구도로 격화되고 있다. 서방진영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러시아 경제제재 등에 나서고 중국은 러시아에 힘을 보태면서 진영 간 대립이 극에 달한 모양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유럽의 안보 지형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평화를 당연하게 생각했던 유럽국가들이 안보 위협에 대응해 군사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군사중립 원칙을 고수했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결정한 게 대표적이다.
폴란드는 지난 1월 유럽국가 가운데 최초로 레오파르트2 전차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스웨덴도 전쟁 1주년인 지난 24일 레오파르트2 전차 10대를 포함한 중무기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 스웨덴은 레오파르트 전차와 함께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체계인 '호크'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IRIS-T'도 함께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기습 방문하며 서방 진영의 결속력을 다졌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포탄, 장갑차 공격용 무기, 방공레이더 등을 포함한 5억달러(약 6400억원) 규모의 새로운 군사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서방진영 안보위협 고조에 K-방산 잇단 러브콜
전쟁이 장기화되고 진영 간 대립구도가 선명해지면서 국내 방산업계는 황금기를 맞게 됐다. 서방 진영의 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경쟁력 높은 K-무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우크라이나에 전폭적인 군사지원을 단행한 폴란드는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와 대규모 방산계약을 체결했다.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FA-50 경공격기 42대 등 전체 계약금액은 총 20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이번 계약을 통해 지난해 세계 방산수출 8위에 올라섰다.
루마니아 등 다른 동유럽 국가에서도 우리 방산업체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루마니아에서 국영방산업체인 롬암과 무기 체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룸암은 K9 자주포 및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IFV) 공급 등과 관련해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최근 국방비 예산을 크게 확대하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남북이 분단되고 사방이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특성의 영향으로 방산 산업이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특히 K-방산은 높은 품질과 가성비, 빠른 납기일, 현지 생산(기술이전) 가능성 등으로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독일의 레오파르트 전차는 대당 약 200억원에 달하지만 50대 납품에 5년 가량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현대로템의 K2 전차는 대당 약 100억원 수준으로, 3년 간 180대나 만들어낼 수 있다.
또 K-방산은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대란 속에서도 안정적인 생산체제를 유지했다. 이는 부품의 국산화율을 80% 가까이 유지한 덕분이다.
전차 등 재래무기 강점···성장기회 열려있어
전문가들은 새롭게 재편된 안보지형을 고려할 때 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K-방산의 성장 기회가 활짝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 수출액(173억달러·약 22조5500억원)을 올해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 방산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나라는 북한의 위협 때문에 지상전에 대비해왔는데, 전차와 장갑차 등 재래무기들은 다른 국가들이 집중하지 못했던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쟁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 진영싸움으로 확대되면서 우리 방산산업이 더욱 유망해진 모양새"라며 "우크라이나의 인접국들은 1순위로 미국과 독일을 가장 먼저 찾겠지만 후순위로는 우리나라가 사실상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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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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