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GM, 배터리 합작법인 업무협약GM, LG엔솔 대신 SDI 원통형 배터리 탑재"품질 SDI 우수"···원통형 '게임체인저' 평가
이번 합작사는 GM이 삼성SDI로부터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받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원통형 제품은 '게임체인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던 LG엔솔 제품을 채택하지 않으면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에서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와 배터리 합작공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합작사의 연 생산능력은 50GWh 규모, 총투자금액은 최대 5조원으로 추산된다. 합작공장은 2026년부터 가동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공장은 각형, 원통형 배터리를 절반씩 생산할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GM과 손을 잡은 것이 맞다"며 "다만 MOU 단계라 구체적인 투자 규모, 생산능력, 생산부지 등은 향후에 공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의 북미 합작사 설립은 스텔란티스에 이은 두 번째다. 스텔란티스는 푸조, 크라이슬러, 지프, 마세라티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글로벌 판매 순위 4위 기업이다.
이번 합작사 설립으로 GM은 전기차에 각형·원통형 배터리를 처음으로 사용하게 됐다. 그동안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세운 '얼티엄셀즈'에서 파우치형 배터리만 공급받았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고 소재를 층층이 쌓아 올려 내부 공간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어 데드 스페이스(죽은 공간)를 최소화시키는 장점이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의 특정 폼팩터(기기형태) 의존도가 감소했다"며 "중대형 파우치에 의존하던 GM이 각형에서 원통형까지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기차 시장 초기 단일 폼팩터에 의존하던 완성차 업체들이 전체 라인업에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배터리 셀 선택의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번 합작사 설립으로 주목할만한 부문은 GM이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GM은 지난 2009년 쉐보레 전기차 '볼트'에 LG엔솔 배터리를 탑재하는 등 오랫동안 LG엔솔과 '배터리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원통형 배터리도 생산하는 LG엔솔을 대신해 GM이 삼성SDI 제품을 전기차에 탑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얼티엄셀즈 합작공장은 1공장부터 올해 하반기와 2025년 상반기 각각 가동 예정인 2, 3공장 모두 '파우치형 배터리'만 생산한다.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LG엔솔 관계자는 "고객사 전기차에 맞는 맞춤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GM 관계자도 "얼티엄 플랫폼에 적합한 배터리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현 한국폴리텍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GM이 LG엔솔에서만 배터리를 공급받게 되면 독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공급선 다변화에 나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SDI는 원통형 배터리를 그동안 꾸준하게 생산해오며 원가경쟁력을 높였다"며 "원통형 배터리 품질면에선 LG엔솔보다 삼성SDI가 우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통형 배터리의 최대 장점은 생산성이다. AA 건전지처럼 원통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방식이며 대량 생산은 쉽고 제작 단가는 저렴하다. 원통형 모양이라 데드 스페이스가 생겨 공간 활용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배터리를 차체에 얹지 않고 섀시(뼈대)에 직접 장착하는 CTC(Cell to Chassis) 기술로 무게와 공간을 절약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전기차 메가트렌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원가의 40%에 해당하는 배터리 가격 하락이 핵심 이슈"라며 "현존 이차전지기술을 활용한 배터리설계의 개선 및 경제성 개선도 중요한 부분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조용한 혁신인 중대형 원통형배터리는 배터리·완성차 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용현 교수도 "원통형 배터리가 에너지밀도 면에서 떨어진다고 하나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며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했다"며 "테슬라로 이미 시장에선 검증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도입으로 전기차 판매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원통형 배터리는 단가가 엄청나게 저렴하다"며 "기업 입장에선 원통형 배터리가 매력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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