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계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되기 시작하자 억눌렸던 여행수요는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여객 수요가 40억명을 돌파한다고 하니 오랫동안 숨 죽여왔던 항공사들이 공격적으로 증편에 나서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권가에서는 항공업계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시작됐다며 핑크빛 전망을 내놨는데요. 시장의 기대감을 무르익어가건만 정작 항공업계 내부의 반응은 어쩐지 좀 미적지근합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만 보더라도 당초 예상과 달리 일부 항공사들은 분기 기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엔데믹 이후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기대보다는 담담하게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근에는 한국과 중국 정부가 양국 노선을 증편안에 합의에 따라 '효자노선'인 중국 노선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국내 항공사들은 속속 증편에 속도를 내면서도 중국 단체관광객 규제 해제 없이 의미있는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업계 내부까지 따뜻한 실적 반등의 온기가 퍼지기에는 아직 역부족인가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2월 기준 전국공항 국제선 이용객 수는 457만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동월 수송량의 60% 수준 회복에 그친 상태입니다. 시장에 만연한 기대보다는 저조한 수준이네요.
그나마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단거리 노선인 일본 회복세에 힘입어 85%까지 회복했는데요. 고금리 속 경기침체가 심화되자 최대한 싸게 가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더딘 여객 수요 회복 속에서도 국내 항공사들은 올 여름 휴가철을 실적개선의 분수령으로 보고 노선 확대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각 항공사들은 재운항, 신규 취항에 따른 항공권 특가행사를 진행하며 고객 유치 경쟁도 뜨거워졌습니다.
특히 이달 이스타항공 정상화가 본격화하면 운항 중인 국적 항공사는 11곳으로 역대 가장 많아졌습니다. 항공좌석 과잉공급이 더 이상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되자 코로나 이전 '가격경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미 국내 항공사들은 누적된 적자로 재무구조가 한층 더 악화된 상태입니다.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인 가운데 과거와 같은 지나친 경쟁은 이전보다 더 큰 출혈을 야기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가팔랐던 LCC 국제선 여객 회복세마저 이달 비수기에 들어서면서 꺾이고 있습니다.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 했던 환율은 또다시 1300원대를 돌파했습니다. 고환율로 인해 소비자들의 여행 수요는 위축되고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은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커진 겁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멈춰섰던 국내 항공업계는 실적개선의 중요한 기로에 서있습니다.
핵심 노선인 중국노선에 아직 기대를 걸기 어렵고, 일본과 동남아 노선도 완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지금은 저가경쟁보다 노선 회복에 힘써야 하는 때입니다. 무리한 증편으로 공급량을 늘리기보다 효율적인 노선 배분으로 비수기를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으로 공급과잉 상황에서 지나친 경쟁구도가 되레 수익성이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파국으로 치닫는 '치킨게임' 보다는 한마음으로 정상화라는 '공동 목표' 향해 날아간 이후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활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