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사회 안건 총 128건부결 0건·반대의견 2차례 그쳐국내 10대 그룹도 부결은 0건
27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공개된 지난해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사들의 이사회 안건(주요 의결사항에서 표결 진행된 건) 총 128건 중 가결된 건수는 128건이다. 부결된 건수는 단 한건도 없었다.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이사회(임시 포함) 개최를 가장 많이 한 곳은 KB금융지주였다. KB금융은 지난 한해 동안 총 18차례에 걸쳐 이사회를 열었고 30건에 대해 표결을 진행했다. 임기 만료를 앞뒀던 스튜어트 B. 솔로몬(Stuart B. Solomon) 사외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출석률도 100%였다. 그러나 안건들 가운데 부결된 건이나 사외이사들이 반대의견을 개진한 적은 없었다.
하나금융은 총 9차례의 이사회를 열었고 38건의 안건들에 대해 표결을 진행했다. 사외이사 출석률도 100%였다. 하나금융 역시 부결된 건이나 반대의견 사례는 없었다. 이사회내 위원회의 위원선임, 감사위원회 규정 개정 등 2건 정도만이 수정 결의됐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반대 의견이 각각 한차례 있었다. 신한금융은 작년 1년간 15차례 이사회를 열고 31건을 표결에 부쳤다. 부결된 안건은 없었으나 사외이사 1명이 반대 의견을 낸 적은 있다. 임기를 두달 가량 남겨두고 자진 사퇴했던 변양호 전 사외이사가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자사주 취득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사주 취득 정책에 대한 접근방법 및 소통방식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이사회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금융도 지난해 14차례의 이사회를 진행했고 표결이 진행된 안건은 29건이었다. 이 가운데 윤인섭 사외이사가 벤처캐피탈사 인수의향서 제출 건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냈다. 해당 건을 제외한 나머지 안건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지면서 가결됐다.
금융지주사들의 사외이사에 대해 거수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안건들은 앞서 논의가 진행된 사안들로 부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 업계에서는 설명한다. 그럼에도 반대 의견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찬성 의견을 내린 데 대한 사외이사들의 의견도 알 수 없다보니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해야하는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 안건들이 거의 모두 가결되는데는 이미 사전에 충분한 논의과정 및 조율을 거쳤기 때문"이라며 "그러다보니 부결될 만한 안건은 애초에 올라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외이사들의 모습은 금융지주사들에게만 적용되지는 않았다. 실제 같은 기간 삼성(삼성전자)·LG·SK·현대자동차·포스코(포스코홀딩스)·HD현대·한화·롯데(롯데지주)·GS·신세계 등 국내 10대 그룹들에서 진행된 이사회를 살펴봐도 결과는 같았다. 표결이 진행된 총 322건의 안건 중 부결은 0건이었다. 사외이사들이 반대의견을 제시한 사례는 총 3차례였고 그마저도 모두 SK뿐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외이사가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들을 구성하고 미국 사법부의 배심원 제도처럼 사외이사만의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사외이사 독립성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사외이사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고 독립성 있게 회사가 잘 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외이사들로 구성해야한다"며 "이와 함께 예를 들어 사고가 났을때 해당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등 사외이사들에 대해 책임을 더 부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경영진에 도전하는 '일하는 이사회'(working board)를 구축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현직 CEO의 사외이사 선임을 확대하고 사외이사만의 간담회 의무화 등의 조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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