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P·안다자산운용 제안 안건 모두 부결KT&G 측도 찬성한 분기배당 신설만 통과행동주의 펀드의 'KT&G 흔들기' 무위로
KT&G와 행동주의 펀드가 첨예하게 맞선 KT&G 정기주총 현장은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전 7시께부터 정기주총장에 입장하기 위한 소액주주들 줄이 늘어섰다. 입구에는 KT&G 노조원들이 행동주의 펀드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정기주총에는 40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했다. 출석 주식 수 산정이 지연되면서 1시간 반 지연된 11시 30분께 개회했다. 의결권 있는 전체주식 수 1억1627만9923주(17만5680명) 중에서 전자투표, 위임장 제출을 포함 9438만994주(3477명)가 참석했다. KT&G의 발행주식총수는 1억3729만2497주(총 주주 수 17만5680명)이다.
KT&G는 28일 오전 대전광역시 대덕구 KT&G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정기주총은 백복인 KT&G 사장이 KT&G 정관 제19조 규정에 따라 의장을 맡았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현금배당, 자사주 소각 및 취득, 사외이사 증원 및 선임 등 34개에 달했다.
이번 정기주총은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으로 인해 일찌감치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됐다. 지난해부터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 등은 KT&G에 주주가치 제고를 명목으로 배당금 확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는 자사 추천 사외이사를 선임할 것을 요청했다.
현금배당 5000원·분기배당 신설 통과···자사주 취득 부결
정기주총은 결과적으로 KT&G 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사회가 제안한 현금배당 주당 5000원(제2-1)호 의안은 685만5635주(출석의결권수 대비 68.1%·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중 52.3%)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FCP 측이 제안한 평가보상위원회 관련 규정 개정 및 신설의 건(제3-1호), 자기주식소각 결정 권한 추가의 건(제3-2호)는 부결됐다.
그러나 분기배당 신설의 건(제3-3호)은 7754만7489주(출석의결권수 대비 82.2%·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중 75.2%)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부칙(제3-4호)도 8742만2742주(출석의결권수 대비 92.6%·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중 75.2%)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다만 이들 안은 KT&G 이사회 또한 찬성한 안건이었다.
제3-2호가 부결되면서 보통주 2099만2394주를 소각하는 내용의 자기주식 소각의 건(제4호)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FCP 측에서 제안한 1조2000억원의 자사주를 취득하는 자기주식 취득의 건(제5호)은 찬성주식 수 3036만568주(출석의결권수 대비 33.6%·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중 26.1%), 반대주식 수 5923만2153만주로 부결됐다.
제6호 의안인 사외이사 현원 증원 여부 결정의 건은 KT&G 이사회 안인 사외이사 현원 6명 유지의 건(제6-1호)가 찬성주식 수 6080만1069주(출석의결권수 대비 64.4%,·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중 52.3%), 반대주식 수 3217만509주로 가결됐다.
행동주의 펀드, 사외이사 증원·입성 모두 실패
안다자산운용이 제안한 사외이사를 8명으로 증원하는 건(제6-2호)은 찬성주식 수가 3289만6585주(출석의결권수 대비 34.9%,·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중 28.3%)에 그치며 부결됐다.
표결에 앞서 박철홍 안다자산운용 대표가 "글로벌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날(PMI)와 브리티쉬아메리토바코(BAT) 또한 사외이사가 8명에서 12명이다"며 "최근 KT 사태를 보면 정부가 민영화된 기업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힘이 필요하고 KT&G를 지지하는 주주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사외이사 증원에 표를 던질 것을 요청했지만, 표심은 KT&G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사외이사 2명 선임의 건(제7호)이 채택됐다. 사외이사 선임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채택됐다.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정관에 이를 배제하는 조항을 만들지 않으면 자동으로 실시하는 제도다. 이사를 뽑을 때 후보별로 1주당 1표씩 던지는 게 아니라, 1주당 뽑을 이사 수만큼의 투표권을 줘서 선호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사 2명을 뽑을 때 1주를 가진 주주는 2표를 행사할 수 있으며 이를 한 명에게 몰아줄 수 있다.
사외이사로는 KT&G 이사회 추천 김명철·고윤성 후보가 각각 6494만3472표, 6331만362표를 얻어 선임됐다. FCP와 안다자산운용이 제안한 후보들의 득표 수는 ▲차석용(2610만4213표) ▲김도린(1558만3073표) ▲황우진(1522만268표) ▲박재환(74만3897표) ▲이수영(43만2103표) 순으로 집계됐다.
제6-2호안의 부결로 사외이사 4명 선임의 건(제8호)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제9호 의안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또한 KT&G 이사회가 제안한 김명철·고윤성 사외이사가 각각 5160만422주(출석의결권수 대비 58.5%·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중 44.4%), 5084만801주(출석의결권수 대비 57.7%·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중 43.7%)로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 중 제7호 내지 제8호 의안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되지 않는 경우 해당 후보자에 관한 의안은 자동 폐기됐다. 이에 따라 안다자산운용이 제안한 이수형·김도린, FCP가 제안한 차석용·황우진 후보는 이사회 입성에 실패했다.
백복인 "믿고 지지해준 주주들께 감사"···FCP "결과 낙심 말길"
이번 정기주총 표 대결이 KT&G의 완승으로 끝나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KT&G 흔들기는 무위로 돌아갔다.
KT&G 이사회가 제안한 모든 안건이 차례로 통과되자. 표결 중간 이상윤 FCP 대표가 주주들에게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FCP 측 안건을 지지한 주주들에게 "오늘 정기주주총회 결과에 낙심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총 이후 KT&G는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주주, 사업의 근간이자 경쟁력인 구성원,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 성장의 과정을 함께하는 파트너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전반의 가치 극대화를 위한 기업가치 제고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백복인 KT&G 사장은 "회사의 미래 성장투자를 통한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믿고 지지해준 주주님들의 판단을 존중하며 앞으로도 KT&G 경영진과 이사회는 주주를 비롯한 고객, 임직원, 파트너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강화하고 주주가치 및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장기적 관점의 성장투자와 기술 혁신, 공격적인 해외시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톱 티어(Top-tier)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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