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별 사업보고서 총수·전문경영인 보수 살펴보니장현국·이재현·김택진 등 100억넘어···이재용 무보수"글로벌 기업 대비 적다" vs "실적대비 과하다" 팽팽
경기 침체에도 과하게 상여 챙긴 총수는 누구?
주요 대기업 오너가 중에선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20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아 '연봉킹'에 올랐다. 이 회장은 퇴직자를 제외한 등기임원 또는 미등기 임원 총수 중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챙겼다. 세부적으로 보면 CJ, CJ제일제당, CJ ENM 3개 계열사에서 급여 99억3600만원, 상여금 122억100만원을 받았다.
이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CJ 지분율이 42.07%로 최대주주로 있다.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 ENM에서 각각 0.43%, 1.82% 지분을 갖고 있으나 지주사의 지배력을 이용해 두 계열사에서도 보수로 각각 72억9400만원, 41억9800만원을 받았다. 이중 상여금은 CJ제일제당은 36억5400만원, CJ ENM은 20억760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LG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연봉 약 95억원 중 절반 이상이 상여금으로 가져갔다. LG는 사업보고서에서 "전년도 회사의 매출액, 영업이익 등으로 구성된 계량지표 및 회사의 중장기 기대사항 이행, 리더십, 회사의 기여도 등으로 구성된 비계량지표를 평가해 기준연봉의 0%~150% 수준 내에서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GS 허태수 회장과 GS건설 허창수 회장의 성과급도 급여 대비 많았다. 허태수 회장은 지난해 연봉 67억원 중 40억7300만원 이상, 허창수 회장은 연봉 61억원 중 37억원의 성과급을 각각 받았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봉 64억8100만원 중 상여만 37억원을 받았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도 성과급이 18억8200만원으로 급여(10억300만원)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급여가 많아 성과급이 다소 작게 보이는 총수도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를 포함해 7개 계열사에서 급여를 받고 있다. 28일 기준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사업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등 5개 회사에서 급여는 123억9000만원, 상여는 30억900만원을 수령했다. 2021년 신 회장은 182억5970만원의 총보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5대 그룹 총수 중에선 보수를 가장 많이 챙겼다. 신 회장의 상여금은 대부분 대표이사로 있는 롯데지주(23억3300만원)에서 나왔다.
전문경영인 중에선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SK 부회장의 상여금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조 의장은 상여금이 44억5300만원, 장 부회장은 40억8200만원을 각각 받았다. 이는 오너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주사에서 35억원의 급여만 받고 상여는 없는 것과 비교된다.
게임업계에선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지난해 173억원의 보수를 수령, 주요 게임사 임원 중 연봉 1위에 올랐다. 급여는 10억원에 불과했지만, 81억2200만원에 달하는 상여금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이익 81억6800만원이 반영돼 보수가 크게 확대됐다.
위메이드는 "임원 상여금 규정에 의거, 개별성과(라이온하트스튜디오 투자)에 대한 평가를 통해 성과이익의 10% 범위 내에서 상여금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메이드가 지난해 8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한 만큼 상여금 규모가 과도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는 지난해 보수로 전년(106억200만원) 대비 16.8% 늘어난 123억8100만원을 수령해 게임업계 연봉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리니지2M, 리니지W로 이어지는 신작 성공을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늘어난 상여금(100억3100만원) 영향이 컸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은 지난해 최대 실적에도, 성과급 지급 기준이 변경돼 '보상 규모'가 되레 줄었다고 반발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선 "임원만 배불리는 구조" "비개발 직군은 지난해에 비해 (성과급이) 현저히 줄었다"는 내용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부는 성과급 정책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자신이 받은 금액이 합당한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런 논란은 통신업계에서도 나왔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는 지난해 22억8700만원의 보수를 받아 통신사 CEO 중 '연봉킹'에 올랐다. 회사 최대실적을 견인한 성과로 상여금이 29% 오른 결과인데, 반면 직원 성과급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나며 불만이 고조됐다.
한화 김승연·넷마블 방준혁 성과급 안 받았다, 왜?
한화 총수일가는 다른 재벌가에 비해 상여금을 받지 않아 눈에 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총 90억원을 받았다. ㈜한화와 한화솔루션에서 각각 급여 36억100만원과 36억원을 수령했다. 총보수에는 작년 상반기 ㈜한화에 합병되기 전 한화건설에서 받은 18억원이 포함됐다.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서 급여 30억5800만원, 한화솔루션에서 급여 31억1400만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급여 13억3900만원 등 총 75억1100만원을 수령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성과급은 계열사마다 기준이 달라서 각 회사의 기준에 맞게 지급하고 있다"며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솔루션은 임원 성과급이 없었고 생명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2년째 상여금을 고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긴축경영에 돌입했는데, 경영진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넷마블은 지난해 창사 후 최고 매출인 2조6734억원을 써냈으나, 영업손실이 1044억원에 달했다. CJ ENM 게임사업부문에서 떨어져나온 뒤 처음 적자로 전환한 만큼, 회사가 받는 충격파가 컸다. 회사 한 관계자는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주요 경영진들은 상여를 받지 않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했다"고 귀띔했다. 실제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넷마블로부터 받은 급여 외 금액은 복리후생 개념의 1100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움직임은 포털 업계에서도 감지됐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29억7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카카오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된 상여금은 없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지난해 11억원의 보수만 받았다. 상여금이 4억9500만원 포함됐으나, 이는 2021년 글로벌 사업지원리더로서 거둔 성과에 대한 답례다. 특히 최 대표가 받은 지난해 보수는 한성숙 전 대표가 2021년 수령한 금액(27억8000만원)의 40%에도 못 미친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난해 받은 18억3500만원보다도 적다. 네이버 CEO가 창업자보다 보수를 적게 받은 건 2013년 네이버와 NHN의 분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 총수들 보수 괜찮나?..."이사회 독립성 제고해야"
재벌가 총수들은 해마다 배당금으로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이기에 상여금까지 많이 챙기는 건 지나치다는 시선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배당 수익 덕에 수년간 무보수 경영을 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이 회장의 배당금 규모는 250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배당금과 별도로 상여금을 가져가는 여타 총수들이 비교 대상이 되곤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애플은 팀쿡 CEO가 올해 기본급과 상여금은 작년과 같은 각각 300만달러(약 39억원)와 600만달러(약 78억원)를 받기로 했다. 여기에 주식 보상 4000만달러(약 495억원)가 더해질 예정이다. 미국 경제지 포춘 500대 기업 CEO의 평균 연봉은 약 200억원 수준이다.
학계에서는 회사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각종 책임을 지는 경영자가 더 많은 보수를 가져가는 건 자본주의 체계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대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섰기 때문에 급여 또한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 경쟁할 수 있는 대우를 해줘야 한국을 무시하지 않고 한국에 투자를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경영진(사내이사) 상여금이 상당히 크게 느껴지겠으나, 경영진의 법적 책임과 글로벌 기업 수준을 고려한다면 (상여금) 결코 과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회사가 영업적자를 내거나 위기에 처했을 땐 누구보다 경영진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회사가 적자를 기록했다면 가장 큰 책임은 CEO에게 있다"면서 "직원들 성과급을 줄이면서 대표자가 더 받아 가는 건 회사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경우 이사회가 제동을 걸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영진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앉히다 보니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서 "이사회가 독립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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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재덕 기자
Limjd8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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