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세단 라인업 중 유독 '부진'···중형 세단 시장 축소4년 만에 부분 변경···풀 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 '승부수'가성비 대신 그랜저급 가심비 공략···"독보적인 상품 갖춰"
현대자동차의 대표 중형 세단인 쏘나타는 한때 '국민 세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아반떼-쏘나타-그랜저'로 이어지는 현대차 세단 라인업에서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차'로서의 입지가 좁아졌다.
올해 1~4월 쏘나타 판매량은 9226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아반떼 판매량 2만4333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5년간 단일 모델 연간 판매 1위를 차지한 그랜저는 3만9861대가 팔려 '넘사벽'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자동차 소비 성향 자체가 SUV로 몰리는 가운데 완성차 업계의 빠른 전동화 움직임까지 이어지면서 세단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신차 판매 시장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52.3%에서 2021년 56.2%, 지난해 60.5%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작년 국내 시장에선 기아 쏘렌토가 처음으로 그랜저를 누르고 연간 판매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명맥 끊긴 국내 대표 세단···쏘나타 '부활의 신호탄' 쏠까
시들해진 인기 속에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국내 대표 세단들의 명맥이 끊긴 상황에서 역시 믿을 건 '쏘나타'다. 오랜 기간 쌓아온 브랜드 파워에 트렌디함을 더한 국민차의 반란이 시작됐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3월 말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쏘나타 디 엣지를 첫 공개하면서 "이번에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쏘나타 디 엣지는 독보적인 상품을 갖춘 차"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직접 시승해 본 8세대 부분 변경 모델 쏘나타 디 엣지는 현대차가 왜 그토록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완전 변경 수준의 디자인 변경에 차급을 뛰어넘는 편의·안전 사양을 사실상 신차라고 봐도 무방했다. 통상 2~3년에 한 번씩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던 것과 달리 쏘나타 디 엣지는 무려 4년이나 걸렸다는 점이 납득이 갈 만한 수준이었다.
확 바뀐 외관 디자인에서부터 '국민 세단' 쏘나타의 부활을 염원하는 현대차의 깊은 고민이 느껴졌다. 2019년 3월 8세대 모델이 출시된 후 "메기를 닮았다"는 디자인 논란에 휘말린 만큼 칼을 갈고 준비한 듯했다.
현대차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 감성을 더한 스포티함)'가 반영된 쏘나타 디 엣지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현대차인 베스트셀링카인 '그랜저'를 연상시켰다.
그랜저의 일자눈썹이라고 불리는 전면부의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Seamless Horizon Lamp)'가 마치 형제처럼 닮았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에어 인테이크가 하나로 합쳐진 통합형 디자인으로 역동적이고 와이드한 이미지의 전면부와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과연 디자인 공개 당시 대체로 호평이 나왔던 이유를 납득할 만하다.
특히 전면부 주간주행등(DRL)에 적용된 차체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수평형 램프는 후면부의 'H 라이트'와 함께 미래적인 감성을 더했다. 자칫 올드해 보일 수 있는 쏘나타의 이미지를 타파하고 젊은 감성을 강조한 듯 보였다.
내부는 중형 세단답게 널찍하면서도 간결하다. 하지만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실내 디자인에 특별함을 더했다. 운전석과 센터페시아까지 디지털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 화면을 곡선 형태로 쭉 연결한 대화면이 주는 시원함 덕에 상대적으로 주행 중 시각적인 피로감이 크지 않았다.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차) 전환을 가속화하는 그룹의 기조 속에서 현대차의 최장수 모델인 쏘나타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현대차는 쏘나타 디 엣지 전 트림에 차량을 항상 최신 사양으로 유지할 수 있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을 기본 탑재했다.
가성비 대신 '가심비'···"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덕에 살았다"
하남과 가평, 약 57㎞를 직접 운전하면서 체감한 쏘나타 더 엣지에 대한 감상은 운전자 편의성·만족도에 진심이라는 것이다. 차급을 뛰어넘는 첨단 안전·편의사양이 적용돼 이번이 첫 시승이자 장롱면허 13년 차인 기자도 금세 베테랑 흉내를 낼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이번 시승에서는 반환점으로 갈 때는 가솔린 2.5 터보를, 올 때는 가솔린 1.6 터보를 운전했다. 가솔린 2.5 터보의 경우 초보운전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동력 성능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액셀을 살짝만 밟아도 시속 100km/h까지 금세 도달할 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달릴 때도 소음 없이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2.5 터보를 먼저 경험한 터라 1.6 터보를 운전했을 땐 어쩔 수 없이 이전과 비교해 덜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주행의 불편함은 없었다.
가장 걱정했던 주행 측면에서도 다양한 안전 사양과 주행·주차를 돕는 첨단 편의사양 덕분에 무사히 시승을 마칠 수 있었다.
처음 접해본 현대차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은 초보운전자에게 더욱 빛을 발했다. 덕분에 돌아오는 길에는 보스(BOSE) 사운드 시스템을 이용해 음악 감상까지 할 여유를 찾을 정도였다.
차로 유지 보조(LFA) 기술은 차선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운 초보운전자에게 안성맞춤이었다. 극도의 긴장 탓에 스티어링휠이 흔들릴 때마다 저절로 차선 이탈 위험을 막아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케 했다. 다만 급커브가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오히려 스티어링휠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 다소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고속도로 주행이 처음인 입장에서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와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이 옵션은 신세계였다. 고속도로 진입 시 일정 시간동안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거나, 스티어링 휠(운전대) 자동 조향이 가능해 운전자가 신경 쓸 게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터널에 진입할 땐 공조장치가 내부순환모드로 자동 전환됐기까지 했다.
다만 스티어링 휠에 손을 얹고 있을 때도 "핸들을 잡아라"는 경고창이 계속 나왔다. 일정 시간 동안 운전대의 움직임이 없을 경우 이같은 경고가 나온다고 하는데,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는 운전대를 크게 작동할 일이 없는 만큼 꽤 신경 쓰이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 시승에서 특히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능은 전방 충돌 방지 보조(FCA) 시스템이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덕분에 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신호등의 주황 불이 빨간불로 바뀌는 그 순간, 급정거를 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FCA는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큰 소리로 위험을 알려주는 동시에 충돌 직전 급격하게 속도를 줄여 사고를 막아줬다. 급정거 후에는 저절로 비상등까지 켜져 뒤차와의 2차 사고도 예방해 줬다.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도 꽤 유용한 옵션이었다. 내비게이션의 경로에 맞춰 어떤 차선을 타야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증강현실로 알려주는 기능인데, 시내에서든 고속도로에서든 길을 헷갈릴 일이 거의 없었다.
이번 신형 쏘나타는 첨단 안전 사양의 기본화로 상품성을 크게 끌어올린 게 특징이다.
주력트림(익스클루시브)엔 ▲전방 충돌 방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후측방 충돌 경고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안전 하차 보조 등 핵심 안전 사양이 기본화된 만큼 초보 운전자들도 도전해볼 만 하다. 최상위 인스퍼레이션 트림은 그랜저에 뺨치는 사양이 적용됐다.
다만 높아진 상품성만큼 비싸진 가격은 부담이다. 엔트리(기본) 트림인 프리미엄 트림과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 트림은 기존 대비 각각 200만원 안팎의 가격 인상이 이뤄졌고, 중간 트림인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300만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과연 그랜저 수준의 편의·안전 사양을 갖춰 '풀체인지(완전변경)급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승부수를 던진 쏘나타 디 엣지가 가성비 대신 가심비로 소비자들을 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다정 기자 ddang@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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