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지주사 한진칼 출범 후 수직계열화 형태 지주사는 오너일가가 지배···최대주주는 '조원태'진에어, 한진칼서 대한항공 밑으로···LCC 3사 통합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 2013년 8일 1일 대한항공으로부터 인적분할돼 설립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다. 한진칼의 주요 자회사로는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물류‧택배사업을 하는 ㈜한진 ▲국내에 2개의 특1급 호텔을 보유한 칼호텔네트워크 ▲국내 최초의 빌딩 종합관리 전문업체인 정석기업 등이 있다. 또 대한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 등 오너일가가 있다. 조 회장은 5.78%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있고, 조 회장의 여동생인 조현민 ㈜한진 사장도 5.73%의 지분을 쥐고 있다. 조 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0.80%) 정석기업 고문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15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총 19.79%다.
과거 한진그룹은 오너일가가 지배하는 정석기업을 중심으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었다. ㈜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한진으로 돌아오는 순환출자를 통해 오너일가가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하지만 2014년 ㈜한진의 한진칼 지분(5.8%) 매각을 시작으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된 상태다.
항공‧택배 부진에 재무구조 악화···대대적 자구책 시행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항공업계가 침체에 빠지면서 한진그룹은 최근 수년간 부침을 겪어왔다.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019년(별도기준) 813.9%까지 치솟았고, 2020년에도 634.5%에 달했다. 2019년 대한항공의 총차입금 의존도도 61.7%까지 올랐다.
택배를 주력사업으로 둔 ㈜한진도 주요 고객인 쿠팡의 물량 이탈 등으로 실적 부진을 이어왔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으로부터 매월 위탁받았던 720~740만박스의 물량이 지난해 6월부터 370만 박스 규모로 줄었다. 이에 따른 매출감소 및 운영비용 추가발생, 안전 관련 비용 확대 등으로 인한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한진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자구책을 실행해 왔다. 한진칼은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KAL호텔 토지, 건물 및 구축물 등의 유형자산을 95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번 자산 매각작업은 올해 안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도 지난 2021년 유상증자를 통해 금융부채를 전년 대비 1조5000억원이나 감축했다.
최근 각국의 방역이 완화되면서 한진칼과 대한항공도 본격적인 반등에 나선 모습이다. 국제 여객 수요 급증과 높은 수준의 운임에 따라 안정적인 실적이 예상된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한진그룹이 재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미국의 합병 심사가 마무리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해 지분 63.88%를 인수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흡수 합병되면 대한항공은 국내 유일한 FSC(대형 항공사) 지위를 갖게 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 한진칼의 주요 자회사였던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지분율 54.91%)를 6048억원에 대한항공으로 넘겼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은 한진칼에서 대한항공, 다시 진에어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게 됐다. 이는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아시아나항공이 거느린 LCC들을 자회사로 품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인 한진칼의 손자회사가 되는 아시아나항공은 2년 이내에 증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처분해야 한다. 하지만 한진칼의 손자회사가 된 진에어에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통합시키면 한진칼은 증손회사를 두지 않게 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비용 감소 기대
지난 3년여 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두 회사의 강점인 미주와 중국노선 연계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물 부문에서도 '규모의 경제'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관련해 "중복 노선의 효율화, 기자재 통합 등을 통한 비용 감소가 기대된다"며 "중복노선을 효율적으로 개편해 기재를 줄이거나 다른 노선에 배치하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에어버스 항공기가 주력인 아시아나항공의 기재를 보잉사 위주로 전환해 비용 절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경쟁제한 완화 과정에서 불가피한 슬롯 및 운수권 반납은 부담 요소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 제한성이 있는 26개 국제선 노선과 14개 국내선 노선의 일부 운수권과 슬롯을 순차 반납하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아직 심사 중인 EU, 미국, 일본의 경쟁당국도 슬롯‧운수권의 추가 반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정위의 합병 조건은 슬롯 부족과 운수권이 가장 큰 신규 진입 장벽이라는 인식을 담고 있다"며 "이는 네트워크 강화와 규모의 경제 실현이라는 통합 시너지를 일부 훼손할 수 있는 내용처럼 보인다"고 우려했다.
방 연구원은 이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 3사 통합까지 가져와 국내 항공시장 재편을 견인하는 이슈"라며 "성장 집중도 제고와 외형 성장, 여객 수요 회복이 맞물리면 대한항공의 체력은 구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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